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이 이른바 ‘돈봉투 만찬’ 사건으로 불명예 퇴직한 뒤 재판 준비에 몰두해왔다. 대검 검찰본부에서 불구속 기소한 김영란법 위반 혐의 관련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고, 이제 면직 처분 취소에 대한 재판을 시작한다.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은 명예를 회복할 수 있을까. 그의 면직 처분 취소 소송 첫 재판이 27일 오후 서울행정법원에서 열릴 예정이다. 쟁점은 하나다. 검찰 특별수사본부 및 법무부 검찰국 소속 검사들과 격려 차원으로 마련했던 식사자리가 징계 사유에 속하냐는 것이다. 당시 이영렬 전 지검장은 법무부 검찰국 과장 2명에게 각각 100만원이 든 봉투를 건넸다. 이른바 ‘돈봉투 만찬’ 사건이다. 이영렬 전 지검장 측은 징계 사유라 하더라도 “면직 처분은 지나치다”고 주장한다.

◇ 검찰 빅2 끌어내린 ‘돈봉투 만찬’ 사건, 그 후

실제 검사징계법상 면직은 해임에 이어 두 번째로 무거운 징계다. 더욱이 대검 감찰본부에서 불구속 기소한 일명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1심을 심리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는 만찬 참석자들이 상하 관계라는 점에서 이영렬 전 지검장의 식사 제공은 법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식사와 돈봉투를 구분해서 위법 여부를 평가하면, “피고인이 제공한 금전 액수가 각 100만원을 초과하지 않아 형사처벌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게 법원의 설명이다.

무죄 판결은 이영렬 전 지검장의 면직 처분 취소 소송에서 유리한 국면으로 이끌 수 있다. 승소에 대한 기대감이 적지 않은 게 사실이지만, 다시 언론에 이름이 거론되는 것은 부담으로 보였다. 그는 20년 가까이 살아온 경기도 분당 자택을 떠났다. <시사위크>에서 취재한 결과, 면직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한 지난해 9월 이후 살고 있던 자택에 세를 놓고 이사를 했다. 바로 옆집 A씨와 자택 인근에서 부동산중개업소를 운영하고 있는 B씨는 “자세한 내막은 모르나 이사를 한 게 맞다”고 입을 모았다.

B씨는 경험담을 덧붙였다. 자택 문제로 이영렬 전 지검장과 통화를 할 기회가 있었는데 자신이 드러나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기분을 받았다는 것. 결국 세를 놓은 것도 뒤늦게 전해 들었다. 그는 “(이영렬 전 지검장은) 나서는 사람이 아니더라. 검찰 내부에선 유명했을지 몰라도 동네에선 워낙 조용히 지내다보니 알 만한 사람이 별로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영렬 전 지검장이 동네에서 만취한 모습으로 언론에 포착되자 이사를 고려해왔던 것으로 추정했다.

이영렬 전 지검장의 주변 평판은 좋았다. 비리 검사로 낙인찍힌 것과 달리 소탈한 스타일이라는 것. 공직 생활 28년 동안 8억원대 재산을 가졌다는데 그 신빙성을 더했다. <뉴시스>

이영렬 전 지검장에게 수치를 안긴 것으로 보이는 사진은 지난해 5월 더팩트에서 촬영했다. 부산고검 차장으로 발령이 났던 그 날 밤이다. 그는 지인들의 부축을 받아야할 만큼 폭음을 했다. 심경은 이해가 될 만하다. 돈봉투 만찬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 이영렬 전 지검장은 검찰 서열 2위였다. 차기 검찰총장 후보에 거론될 정도로 조직 내 신망이 두터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의 파장은 컸다. 문재인 대통령이 감찰을 지시하자 이튿날 사의를 표명했다. 하지만 감찰 중이라는 이유로 사의가 거절됐고, 차장검사로 좌천당했다.

시련은 계속됐다. 법무부는 합동감찰반의 권고에 따라 이영렬 전 지검장에게 면직 처분을 내렸다. 사실상 불명예 퇴직이다. 게다가 면직자는 현행 변호사법에 따라 향후 2년간 변호사 개업을 금지한다. 손발마저 묶인 그는 법원에 호소하는 방법을 택했다. 그 첫 재판이 27일에 열리는 것이다. 주변에선 안타까운 목소리가 나온다. 돈봉투 만찬 사건으로 비리 검사라는 오해를 샀으나, 실제로는 검소·소탈하다는 평가가 많다. 이영렬 전 지검장이 28년을 공직에 몸담는 동안 모은 재산은 8억5,000여만원(2017년 9월 관보 기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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