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는 현재 역대 가장 뜨거운 탱킹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 사진은 팀의 탱킹 노선을 공식화한 발언으로 벌금을 문 마크 큐반 댈러스 구단주. <뉴시스/AP>

[시사위크=하인수 기자] 그 어느 때보다 순위경쟁이 치열한 시즌이다. 휴스턴과 골든 스테이트의 0.5경기차 선두 다툼, 8개 팀이 4경기차를 두고 티켓 쟁탈전을 벌이는 서부지구 플레이오프 진출경쟁 등은 모두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형국이다.

그러나 정말 피 말리는 싸움을 보고 싶다면 시선을 순위표 맨 아래로 내려야 한다. 팀의 미래를 위해 오늘을 포기한 팀들의 진검승부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 승부는 독특하게도 ‘지는 자가 이기는’ 싸움이다. 바로 신인드래프트에서 높은 순위를 얻기 위해 고의로 순위를 낮추는 ‘탱킹’ 대결이다.

탱킹 팀들은 언제나 있었지만 이번 시즌은 유난히 많은 팀들이 꼴찌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 물론 가장 큰 이유는 오는 2018 드래프트에 출사표를 던진 NCAA의 ‘대어’들이다. 드래프트 ‘빅 4’로 불렸던 디안드레 에이튼과 루카 돈치치, 마이클 포터 주니어, 마빈 베글리 3세에 더해 재런 잭슨 주니어와 모하메드 밤바 등 재능 있는 선수들이 넘친다는 평가다. 시즌 전부터 약체로 평가받던 팀들은 물론 주축선수를 부상으로 잃은 팀들도 일찌감치 플레이오프 진출을 포기하면서 현재 약 7개의 팀들이 탱킹 레이스를 벌이고 있다.

동부지구에선 브루클린과 올랜도, 애틀란타가 나란히 20승 44패를 기록하고 있다. 한 경기를 덜 치른 시카고는 21승을 기록하고 있어 다소 불리한 모양새다. 서부지구에선 멤피스가 18승 45패로 가장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으며 66경기를 치른 피닉스도 19승 47패로 착실히 패배기록을 적립해나가고 있다. 댈러스(64경기 19승)와 새크라멘토(64경기 20승)도 여전히 드래프트 상위 픽에 대한 기대감을 간직하는 중이다. 다만 브루클린은 이미 내년도 신인지명권을 다른 팀에 넘긴 상태여서, 현재 순위가 전혀 달갑지 않다.

이들 ‘탱킹 팀’을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우선 경기 시작 전부터 대강 승패를 짐작할 수 있다. 승리에 대한 집념이 약하다보니 약팀이 강팀을 잡는 ‘이변’이 잘 일어나지 않고, 역전패도 잦다. 비싼 돈을 주고 입장권을 끊은 팬들이 맥 빠지는 경기만 보게 된다면 자연히 리그에 대한 흥미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승리가 최우선목표인 스포츠맨십에 어긋난다.

꼴찌 다툼이 과열되자 사무국도 칼을 빼들었다. 우선 최하위 팀에게 지나치게 유리했던 드래프트 로터리픽(1~14픽) 확률이 개정됐다. 하위 1·2·3위 팀이 각각 25%와 19.9%, 15.6%의 1픽 확률을 나눠가졌던 현 규정이 일괄적으로 14%로 바뀌었으며, 그만큼 다른 팀들이 1픽을 얻을 확률은 높아졌다. 바꿔 말하면 고의로 낮은 순위를 차지할 유인이 그만큼 줄어들었다는 뜻이다. 다만 새 규정은 2019년부터 적용되기 때문에 오는 2018 드래프트와는 무관하다.

강경책도 병행됐다. 아담 실버 NBA 총재는 “코트 위에서의 경쟁이야말로 리그의 초석이다”며 탱킹 팀들의 플레이를 유심히 지켜보겠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이미 팀의 탱킹 노선을 공식화했던 댈러스 매버릭스의 마크 큐반 구단주가 60만달러의 벌금을 선고받았다. 시카고 불스 구단 또한 로빈 로페즈와 저스틴 홀리데이 등의 주전선수들을 특별한 이유 없이 경기에 내보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고를 받았다.

어감만 다를 뿐이지 실질적으로 고의패배와 큰 차이가 없는 탱킹은, 그 논리구조만 보면 사실 합리성의 정수에 가깝다. 10~12위 정도의 애매한 순위를 기록할 바에야 아예 폭삭 망한 다음 후일을 기약하는 것이 낫기 때문이다. 드래프트 한 번 잘해서 구단 역사상 최고의 스타를 얻은 클리블랜드와 인고의 시간을 끝마치고 기지개를 편 필라델피아 등이 그 산증인이다. 그러나 그 과정이 과연 바람직한가에 대해선 의문의 여지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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