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모빌리티가 카카오택시를 활용한 택시기사들의 수익이 20%로 올랐다고 발표해 진위여부에 관심이 집중된다. 사진은 카카오모빌리티 정주환 대표가 지난 13일 열린 행사에서 발표를 하는 모습.<카카오 제공>

[시사위크=장민제 기자] 카카오모빌리티가 ‘카카오T택시’ 앱을 사용한 기사들의 수익이 20%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일선 기사들은 ‘헛웃음’만 낸다. 그만큼 체감하지 못하겠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20% 수익 증가’의 근거가 된 보고서 전문을 검토한 결과, 20% 증가는 ‘전체 수익’을 뜻하는 게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카카오 측은 거짓말을 하진 않았다는 입장이다.

◇ 앞 뒤 자른 20%… 카카오 “거짓말은 아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 13일 ‘2018 카카오모빌리티 미디어데이’를 열고 그간의 성과 및 향후 계획 등을 발표했다. 그 중 맏형 겪인 ‘카카오T택시’의 실적이 눈길을 끈다. 카카오모빌리티에 따르면 카카오T택시의 누적 이용건수는 4억 건에 달하며, 전국 택시기사의 96% 이상(24만명)이 가입했다.

특히 한 연구원의 조사결과를 인용, “택시 기사의 수익은 20% 이상 증가해 연간 1조1,000억원의 가치를  창출했다”며 “공차시간을 17% 줄어 연간 1,350억원 규모의 사회적 비용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최근 6년 간 국내 연간 평균임금 상승률이 3~4%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택시기사들의 수익이 크게 오른 것으로 느껴지는 대목이다.

하지만 카카오모빌리티의 이 같은 말에는 누락된 부분이 있었다. 이번 발표에 인용된 보고서는 ‘서울연구원’이 지난해 2월 공개한 ‘앱택시 활성화 따른 택시운행행태의 변화와 관리방안’이다. 이는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서울시택시정보시스템의 자료 등을 토대로 작성됐다.

택시 1대 당 1일 수익금.<서울연구원>

원문 보고서에 따르면 콜택시 앱을 사용한 개인택시 1대당 1일 수입금’은 2016년 기준 18만401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보다 12.3% 오른 수치로, 법인택시는 근로시간 등이 모호해 분석에서 제외됐다.

수익이 꽤 올랐다고 볼 수 있지만, 카카오모빌리티가 말한 20%에 못 미친다. 그렇다면 그들이 말한 ‘20%’는 어디에 있는 걸까.

이는 개인택시의 영업회당 수입금 증감률에서 찾아볼 수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앱택시를 이용하는 개인택시기사들의 영업회당 수익은 전년 대비 20.1% 증가했다. 즉, 카카오T택시 등을 사용하는 개인택시 운전자들이 손님을 차에 태우고 1회 운행할 경우 기존보다 20% 증가한 수익을 얻었다는 뜻이다.

연구원들은 이에 대해 “운전자 입장에선 상당히 긍정적인 결과”라며 “하지만 앱택시를 이용해 운전자들이 장거리 승객을 골라 태워서 나온 결과라면 이는 단거리 승객과 형평성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택시 기사가 1회 운행한 뒤 받는 수익의 추이.<서울연구원>

이후 보고서는 택시의 회당 영업거리 증가율을 보여준다. 법인택시의 2016년 회당 영업거리는 6.4km로 전년 대비 4% 증가했고, 그 중 앱택시를 이용한 기사들의 증가분은 8.2%에 달했다.

또 개인택시의 2016년 회당 영업거리 증가율은 2.3%에 불과한 반면, 앱택시를 이용한 개인택시 기사들의 영업거리 증가율은 30.9%로 집계됐다.

정리를 하면 앱택시를 사용한 택시기사들의 수익증가율은 10%가량이며, 회당 수익이 20%에 달하는 건 ‘장거리 승객만 골라 태운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카카오 관계자는 이와 관련,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수익이 20% 늘었다는 건 거짓말은 아니다”며 “(20% 문구 앞에) 전체수익이라고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서울시 택시의 회당 영업거리.<서울연구원>

다만 일각에선 달갑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 카카오의 발표를 접한 한국택시기사협동조합의 한 관계자는 “그냥 전체 수익이 늘었다는 말로 느껴진다”며 “웃음만 나온다”고 말했다.

또 “동료기사들에게 (카카오택시로 수익이 늘었냐고) 물어보면 어디서 막말이냐고 얘기할 것”이라며 “일부 기사들은 앱으로 장거리 손님을 받아 잘 벌수도 있겠지만, 택시 승객은 정해져있다. 그만큼 다른 기사의 수익은 줄어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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