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많은 변화가 있는 넥센 히어로즈는 2014년의 막강함을 넘어설 수 있을까.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넥센 히어로즈는 KBO 10개 구단 중 선수변화가 큰 팀이다. FA자격을 얻은 선수 중 대다수가 팀을 떠났고, 깜짝 놀랄 트레이드도 자주 단행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3년부터 2016년까지 4년 연속 가을야구에 진출하는 저력을 보였다. 화려하게 떠난 선수들의 빈자리를 새로운 선수들이 잘 채우고 있는 것이다.

다만, 지난해엔 아쉬움이 남았다. 4년 연속 이어지던 가을야구 진출 흐름이 끊겼다. 기세를 몰아가는 팀의 중심이 약하다는 인상을 줬다. 이정후라는 걸출한 신인이 등장하긴 했으나, 지난해에만도 윤석민, 김세현, 채태인 등이 줄줄이 떠나면서 선수단의 무게감이 더욱 떨어졌다. 시즌을 마친 뒤엔 구단주가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되는 악재도 있었다.

하지만 올 시즌을 앞두고 넥센 히어로즈를 바라보는 시선은 기대와 호기심으로 차 있다. 외국인 투수 에스밀 로저스와 박병호가 가세하고, 부상과 부진에 빠졌던 선수들이 속속 제자리를 찾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거의 넥센 히어로즈와 올 시즌 넥센 히어로즈는 어느 쪽이 더 강할까.

우선 과거의 넥센 히어로즈의 기준은 2014년으로 삼는다. 당시 넥센 히어로즈는 1위 삼성 라이온즈와 불과 반게임 차이로 2위를 차지했고, 창단 후 처음으로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았다. 노련하고 막강했던 삼성 라이온즈의 벽을 넘진 못했지만 말이다.

2014년의 넥센 히어로즈 투수진은 리그 정상급 에이스 밴헤켄이 중심을 잡았다. 밴헤켄은 31경기에 출전해 20승 6패 평균자책점 3.51을 기록하며 ‘다승왕’을 차지하는 등 뛰어난 성적을 남겼다. 또한 31홀드로 ‘홀드왕’을 차지한 한현희가 허리 역할을, 32세이브로 ‘세이브왕’을 차지한 손승락이 뒷문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무서운 신예 조상우도 불펜에 힘을 보냈다. 선수층이 다소 얇은 것이 약점이었으나 ‘다승왕’, ‘홀드왕’, ‘세이브왕’을 모두 배출했을 정도로 선수들의 질이 좋았다.

타선은 그야말로 화려했다. 테이블세터 서건창은 무려 201안타를 때려내며 신기록을 세웠고, 중심타선의 박병호와 강정호는 각각 52개, 40개의 홈런을 터뜨리며 이 부문 1·2위를 차지했다. 여기에 이택근, 유한준의 노련함이 더해졌고, 김민성, 윤석민, 이성열 등 ‘힘센 타자’가 즐비했다. 10홈런을 넘긴 선수만 7명, 20홈런을 넘긴 선수는 4명이나 됐을 정도다.

자, 이제는 올 시즌 넥센 히어로즈를 살펴보자.

먼저 투수진이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밴헤켄과 작별한 넥센 히어로즈는 새로운 에이스로 에스밀 로저스를 데려왔다. 로저스는 2015년 대체선수로 한화 이글스 유니폼을 입으며 한국 무대를 밟은 바 있다. 그 해 10경기에 출전해 6승을 거두며 무려 4번의 완투와 3번의 완봉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하지만 이듬해인 2016년 다소 아쉬운 성적과 부상으로 찜찜한 뒷맛을 남긴 채 떠났다.

이후 로저스는 팔꿈치 수술을 받았고, 현재는 컨디션이 좋은 것으로 전해진다. 만약 로저스가 2015년 10경기에서 보여준 임팩트를 올 시즌 내내 보여줄 수 있다면 넥센 히어로즈는 밴헤켄의 뒤를 이을 에이스를 얻게 되는 셈이다.

2014년 손승락이 책임졌던 마무리는 조상우에게 기대를 건다. 조상우는 타자를 윽박지르는 묵직한 빠른공이 최대 무기인 투수다. 하지만 최근 수년간은 부상으로 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올 시즌은 준비과정부터 착실했던 만큼 역대 가장 강력한 조상우가 등장할 수 있다. 그렇다면, 손승락 못지않은 마무리투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전에 비해 선수층이 두터워졌다는 점은 2014년과 비교해 가장 큰 차이이자 강점이다. 지난해 쏠쏠한 활약을 펼쳐준 제이크 브리검을 비롯해 최원태, 신재영, 한현희 등이 선발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불펜엔 오주원, 김상수, 이보근 등이 최근 비교적 좋은 활약을 보여준 바 있다.

즉, 로저스와 조상우가 예전의 막강한 모습을 보여준다면 선수층 등에서 2014년보다 더욱 강력해질 수 있는 올 시즌 넥센 히어로즈 마운드다.

타선의 변화 역시 흥미롭다. 2014년 ‘넥벤저스’는 강정호와 박병호가 미국으로 떠나고, 유한준이 FA, 이성열과 윤석민이 트레이드로 떠나면서 남은 것은 서건창과 이택근 정도가 됐다. 하지만 그 이후 등장한 스타들이 적지 않다.

우선 역대 최고의 신인으로 커다란 족적을 남긴 이정후. 이정후는 지난 시즌 신인답지 않은 막강한 공격력으로 넥센 히어로즈를 이끌었다. 2년차 징크스가 우려되긴 하지만, 뛰어난 실력에 경험까지 더해진다면 더욱 무서운 선수가 될 수 있다.

이정후 이전의 ‘무서운 신인’이었던 김하성은 매년 발전하고 있다. 지난 시즌 23개의 홈런을 때려내며 강정호의 뒤를 잇는 ‘강한 유격수’로 자리매김 중이다. 팀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서건창은 꾸준함을 자랑한다. 이제는 테이블세터는 물론 중심타선에서도 활약할 수 있을 정도의 타격과 힘을 갖추게 됐다. 다소 아쉽게 FA자격을 놓친 김민성도 어느덧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 됐다. 팀내 최고령이 된 이택근도 여전히 건재하다. 여기에 고종욱, 임병욱, 박정음 등도 충분한 실력을 입증한 바 있다.

주목을 끄는 것은 돌아온 박병호와 외국인 선수 마이클 초이스의 조화다. 박병호는 시범경기부터 홈런쇼를 선사하며 홈런왕의 귀환을 알리고 있다. 지난 시즌 대체선수로 가세한 초이스는 그동안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넥센 히어로즈의 외국인 타자 중 가장 강력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시즌 46경기만 소화하고도 17개의 홈런을 기록했는데, 한 시즌을 다 소화할 경우 50개 이상의 홈런이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2014년 이택근-유한준-박병호-강정호-김민성으로 이어지던 막강화력이 이제는 이정후-서건창-초이스-박병호-김민성으로 이어지는 또 다른 막강타선으로 재탄생하게 된 셈이다.

이처럼 올 시즌 넥센 히어로즈는 역대 가장 강력하고 화려했던 2014년 못지않은 선수단을 꾸리게 됐다. 하지만 늘 그렇듯 결과는 뚜껑을 열어봐야 아는 법이다. 넥센 히어로즈가 지난해 아쉬움을 씻고 다시 비상할 수 있을지, 아니면 많은 기대를 아쉬움으로 바꾸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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