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돌아온 세 남자. 왼쪽부터 박병호, 황재균, 김현수.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올 시즌 프로야구의 ‘관전포인트’ 중 하나는 미국 메이저리그를 경험하고 돌아온 선수들이다.

2015년 KBO 출신 타자로는 최초로 미국으로 직행한 강정호는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쳤다. KBO를 대표하는 타자들이 줄줄이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게 된 계기다. 실력에 있어 강정호에게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하는 선수들이 ‘FA대박’ 대신 메이저리그 도전을 택했다. 아울러 강정호가 KBO 출신 타자에 대한 기대를 끌어올렸고, 기준점 역할을 하면서 미국 구단들의 선택도 늘었다.

그렇게 강정호 이후 미국에 진출한 KBO 출신 타자는 같은 팀이었던 박병호를 비롯해 김현수, 황재균 등이 있다. 하지만 이들은 강정호가 되지 못했다. 애초에 기회를 잡는 것부터 쉽지 않았고, 활약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결국 이들은 올 시즌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비록 아쉬움을 남기고 돌아온 이들이지만, 반향은 컸다. 박병호의 가세는 넥센 히어로즈 타선 무게감을 확 바꿨고, FA자격인 김현수, 황재균은 시장에 큰 변수로 작용했다. 그리고 김현수는 이전 소속팀의 라이벌인 LG 트윈스 유니폼을, 황재균은 반등이 절실한 kt 위즈 유니폼을 입었다. 이들을 향한 ‘특급대우’는 미국에서의 설움을 말끔히 씻어주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이들의 복귀 후 첫 3경기 행보는 어땠을까.

먼저 박병호다. 박병호는 미국으로 떠나기 전 4년 연속 홈런왕에 2년 연속 50홈런을 기록한 타자였다. 그러나 2년 새 많은 것이 달라졌다. 특히 홈구장이 바뀐 것은 그의 행보를 주목하게 만드는 요소다. 공교롭게도 그의 복귀 후 3경기는 모두 고척돔에서 열렸다.

박병호는 한화 이글스와의 개막전 첫 타석에서 삼진으로 물러나며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두 번째 타석에서는 좌익수 앞에 떨어지는 타구를 날리며 ‘복귀 후 첫 안타’를 신고했다. 세 번째 타석에선 2사 만루라는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 그러나 박병호의 타구는 빗맞았고 3루 땅볼이 되고 말았다. 그런데 이때 뜻밖의 행운이 찾아왔다. 3루수의 실책이 나오면서 박병호는 1루에서 세이프 판정을 받았다. 끝까지 열심히 달린 덕분이기도 했다.

이후 박병호는 네 번째 타석에서도 좌익수 앞 안타를 터뜨리며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마지막 타석은 3루수 라인드라이브 아웃. 상대 호수비에 막혔으나 타구의 질은 좋았다. 많은 팬들이 내심 기대했던 홈런은 나오지 않았으나 합격점을 줄만한 첫 경기였다.

두 번째 경기에선 반가운 친구를 만났다. 미국 마이너리그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절친사이’가 됐던 휠러가 한화 이글스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것이다. 그러나 이 둘의 맞대결은 다소 시시했다. 박병호는 첫 타석에서 몸에 맞는 볼, 두 번째 타석에서 볼넷으로 1루를 밟았다. 세 번째 타석에선 중견수 플라이로 물러났다. 9회 마무리 투수 정우람을 상대로는 삼진을 당했다. 결국 이날 박병호는 안타 없이 2번의 출루만 기록한 채 경기를 끝냈다.

세 번째 경기는 ‘친정’인 LG 트윈스를 상대했다. 박병호는 익숙한 상대인 소사를 상대로 첫 타석과 두 번째 타석 모두 안타를 기록했다. 세 번째 타석은 볼넷이었다. 소사를 상대로 완승을 거둔 박병호다. 이어 LG 트윈스 불펜을 상대로는 내야땅볼과 몸에 맞는 볼을 기록했다. 결과적으로 박병호는 다섯 번 타석에 들어서 2안타 등 4번의 출루를 기록하며 만점활약을 펼쳤다.

아쉬운 점은 통쾌한 홈런이 아직 나오지 않았다는 점. 하지만 박병호의 첫 3경기는 예전의 박병호를 떠올리게 하기 충분했다.

황재균 역시 마찬가지. 황재균은 지난해 우승팀 기아 타이거즈를 개막전에서 만났다. 첫 두 경기부터 지난해 나란히 20승을 기록한 헥터-양현종을 상대했다는 의미다. 첫 경기 1안타로 예열을 마친 황재균은 두 번째 경기에서 양현종으로부터 홈런을 때려내며 자신의 복귀를 자축했다.

이어진 SK 와이번즈와의 경기에서도 황재균의 방망이는 폭발했다. 두 번째 타석에서 안타를 터뜨리더니 마지막 타석에선 기어이 담장을 넘겼다.

이처럼 황재균은 복귀 세 경기에서 후 타율 0.417, 2홈런 등으로 만점활약을 펼치고 있다.

반면, 김현수는 3연패 늪에 빠진 팀과 함께 아쉬운 행보를 보이고 있다. 김현수는 NC 다이노스와의 개막전에서 첫 타석부터 안타를 기록했으나, 이후 1루를 밟지 못했다. 두 번째 경기 역시 똑같은 양상을 보였다. 김현수에게 기대했던 모습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이어 넥센 히어로즈와의 경기에선 아예 침묵했다. 2번타자로 타순조정이 있었지만, 다섯 번 타석에 들어서 삼진만 세 번을 당했을 정도로 답답했다. 안타는커녕 출루조차 없었다.

김현수의 복귀 후 세 경기 성적은 13타수 2안타 타율 0.154. ‘타격기계’로 불리던 두산 베어스 시절과는 180도 다른 기록이다. 물론 아직 시즌 초반이긴 하지만,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공교롭게도 이들 중 복귀 후 계약에서 가장 큰 대박을 터뜨린 것은 김현수다. 김현수는 4년 총액 115억원에 사인한 바 있다. 65억원의 계약금은 역대 최고였고, 연봉은 4년간 50억원을 받는다. 올해 연봉은 14억원으로 공개됐다. 황재균은 4년 총액 88억원(계약금 44억원, 연봉 44억원, 2018년 연봉 12억원)에 kt 위즈 유니폼을 입었고, FA자격이 아니었던 박병호는 15억원의 연봉에 사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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