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에게 패한 첼시는 다음 시즌 유럽 챔피언스리그 진출이 어려워졌다. <뉴시스/AP>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다음 시즌 유럽 챔피언스리그에서는 첼시의 푸른 유니폼을 보기 힘들 전망이다. 첼시의 오락가락 행보가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첼시는 한국시간으로 2일 열린 토트넘과의 EPL 경기에서 뼈아픈 1대3 패배를 당했다.

4위 토트넘과 5위 첼시의 이번 경기는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이 걸린, 소위 ‘승점 6점짜리’의 아주 중요한 경기였다. 만약 이 경기에서 승리할 경우, 첼시는 토트넘과의 차이를 승점 5점에서 2점으로 줄일 수 있었다. 남은 경기 수를 고려했을 때 역전의 발판으로 삼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경기를 앞둔 분위기는 첼시 쪽이 더 좋았다. 첼시의 홈구장 스탬포드 브릿지에서 경기가 치러지는 가운데, 토트넘은 에이스 해리 케인이 부상 여파로 선발출전할 수 없었다. 토트넘이 마지막으로 스탬포드 브릿지에서 승리를 거둔 것은 무려 28년 전이었다.

심지어 선제골도 첼시가 기록했다. 올 시즌 많은 기대 속에 영입됐던 알바로 모라타가 조금은 늦은 새해 리그 첫 골을 신고했다. 첼시는 이번 시즌 선제골을 넣은 17경기 중 16경기를 승리로 마무리했다. 비록 만족스러운 순위는 아니었지만, ‘선제골=승리’ 공식만큼은 확실하게 세워 둔 첼시였다.

하지만 이날 승리의 주인공은 토트넘이었다. 토트넘은 에릭센의 환상적인 슈팅으로 동점을 만들더니, 델레 알리가 연속골을 터뜨리며 역전에 성공했다. 해리 케인 없이도 첼시를 압도한 토트넘이다.

이로써 첼시와 토트넘의 차이는 승점 8점으로 벌어졌다. 두 팀 모두 7경기를 남겨두고 있는 상황에서 사실상 역전은 어려워졌다고 볼 수 있다.

이는 단순히 리그 순위나 런던 라이벌과의 자존심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다음 시즌 유럽 챔피언스리그에서 첼시를 볼 수 없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첼시는 올 시즌 유럽 챔피언스리그에서 16강 상대 바르셀로나를 넘지 못하고 여정을 마쳤다.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하는 방법은 EPL에서 4위 안에 드는 방법이 유일하다. FA컵 4강에도 진출해있지만, 우승을 하더라도 유로파리그행 티켓밖에 주어지지 않는다.

2000년대 들어 로만 아브라모비치 구단주가 공격적인 투자를 한 이후, 첼시는 유럽 챔피언스리그의 강호로 떠오른 바 있다. 2003-04시즌과 2004-05시즌 연속으로 4강에 진출했고, 2005-06시즌엔 16강에 그쳤으나 2006-07시즌 다시 4강 무대를 밟았다. 2007-08시즌엔 처음으로 결승 무대를 밟았고, 2008-09시즌 4강, 2009-10시즌 16강, 2010-11시즌 8강을 거쳐 2011-12시즌 마침내 우승을 차지한 첼시다. 이후 첼시는 2012-13시즌 조별예선에서 탈락하며 아쉬움을 남겼으나 2013-14시즌엔 또 다시 4강에 오르는 저력을 발휘했다.

이처럼 첼시는 2003년부터 11년 동안 매년 유럽 챔피언스리그 본선에 진출해 7번이나 4강에 올랐다. 그 중 2번은 결승전에 진출했으며, 1번은 우승까지 차지했다.

이상기류가 감지되기 시작한 것은 2014-15시즌부터다. 첼시는 2014-15시즌과 2015-16시즌 모두 16강에서 제동이 걸렸다. 급기야 2016-17시즌엔 13년간 개근했던 유럽 챔피언스리그 무대에 출전하지 못했다. 2015-16시즌 EPL에서 10위로 추락했기 때문이다.

절치부심한 첼시는 지난 시즌 EPL 우승을 차지하며 올 시즌 다시 유럽 챔피언스리그로 복귀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16강을 넘진 못했다. 이런 가운데 리그 성적도 4위권 밖으로 밀려나며 재차 유럽 챔피언스리그에 나서지 못할 위기에 몰렸다.

유럽 챔피언스리그 진출은 무척이나 중요한 요소다. 진출 여부에 따라 수익과 위상이 크게 달라진다. 첼시가 지금과 같은 위상을 갖추게 된 것도 유럽 챔피언스리그에서 꾸준히 좋은 성적을 냈기 때문이다. 덕분에 전 세계적으로 더 많은 팬들을 확보했고, 더 많은 수익을 냈으며, 더 훌륭한 선수들을 영입할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4년간 첼시의 유럽 챔피언스리그 성적표는 16강-16강-본선진출 실패-16강이다. 여기에 또 다시 본선진출 실패가 이어질 가능성이 무척 높아졌다. 첼시의 위상 추락을 뚜렷하게 보여주는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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