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의 올 시즌 유일한 선발승의 주인공 휠러. <뉴시스>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야구에서 모든 포지션이 중요하지만, 그래도 가장 중요한 포지션을 꼽자면 역시 선발투수다. 경기 전체, 즉 승패에 가장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물론 때로는 선발투수의 완벽한 활약에도 불구하고 무딘 공격과 수비 실책으로 경기를 내주는 경우도 있다. 반대로 선발투수가 최악의 모습을 보였음에도 막강한 공격력과 불펜투수들의 활약으로 승리를 챙기는 경기 또한 없지 않다.

다만, 시즌 전체를 봤을 때 든든한 선발투수를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지는 팀 성적의 가늠자가 되곤 한다. 선발투수의 활약은 한 경기는 물론, 시즌 운영을 한결 안정적으로 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2016년 압도적인 우승을 차지한 두산 베어스는 확실한 선발투수 4명을 보유하고 있었고, 지난해 우승을 차지한 기아 타이거즈는 20승 다승왕 투수를 2명이나 배출했다.

이러한 측면에서 올 시즌 한화 이글스의 초반 행보는 위태롭다. 12경기를 치른 현재, 선발투수가 승리를 기록한 경기는 단 1경기에 불과하다. 12경기에서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선수는 총 7명. 외국인 용병 샘슨과 휠러가 각각 3경기를 나섰고, 배영수는 2경기, 김재영, 김민우, 안영명, 윤규진 등은 1경기를 선발로 소화했다.

이들 중 유일한 선발 승리를 거둔 것은 휠러. 휠러는 개막 2연전 두 번째 경기에서 넥센 히어로즈를 상대로 7이닝 1실점 호투를 펼친 바 있다. 베테랑 배영수 역시 승패는 기록하지 못했으나 자신의 올 시즌 첫 등판에서 NC 다이노스를 상대로 6이닝 2실점의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것이 올 시즌 한화 이글스 선발투수에 대해 언급할 수 있는 ‘좋은 기억’의 전부다. 저 두 경기를 제외하면 퀄리티 스타트조차 없었다. 퀄리티 스타트는 커녕 선발투수가 5이닝도 버티지 못하는 일이 허다했다.

1선발로 기대를 모았던 샘슨은 첫 등판부터 4이닝 6실점(5자책)으로 불안함을 보이더니 두 번째 등판에서 4.2이닝 8실점(7자책), 세 번째 등판에서 5이닝 2실점으로 실망스러운 모습을 이어가고 있다.

유일한 선발승 투수 휠러는 그나마 가장 무난한 선수지만, 선발진의 기둥 역할을 하기엔 역부족이다. 베테랑 배영수도 두 번째 등판에서는 3.1이닝 8실점으로 무너졌다.

이밖에 젊은 기대주 김민우는 선발로서 2이닝도 채우지 못하며 한계를 드러냈고, 김재영도 4.1이닝 5실점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이제는 해줘야할 윤규진, 안영명 등도 제 자리를 지키지 못하고 있다.

올 시즌 한화 이글스보다 선발진이 심각한 구단은 없다. 꼴찌 롯데도 레일리를 중심으로 5선발 체제는 구축하고 있다. 최근 3년간 늘 꼴찌에 머물던 kt 위즈도 피어밴드가 건재하고, 금민철이 깜짝 활약을 펼치고 있으며, 니퍼트의 가세도 기다리고 있다.

한 시즌을 정상적으로 치르기 위해선 최소한 1~2명의 안정적인 선발투수는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한화 이글스는 그런 선수가 등장하지 않고 있다. 올 시즌 한화 이글스의 가장 큰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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