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의 파랑새로 떠오른 송은범. <뉴시스>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전체 시즌의 약 10%를 소화한 현재, 다승 1위는 다름 아닌 한화 이글스 송은범이다. 송은범은 지난 11일 3승째를 기록하며 지난해 ‘20승 다승왕 듀오’ 헥터, 양현종 등 2승 그룹을 제치고 선두로 올라섰다.

물론 송은범의 3승을 진정한 ‘다승 1위’로 보긴 어렵다. 선발투수로 등판해 거둔 선발승이 아니기 때문이다. 송은범은 올 시즌 단 한 번도 선발투수로 출전한 적이 없다. 7경기 모두 불펜투수로 마운드에 올랐고, 총 14.1이닝을 소화했다.

하지만 송은범의 3승은 결코 얕잡아 볼 수 없다. 여러 상황을 고려했을 때, 알토란같은 활약을 상징하는 기록이다.

시즌 초반 한화 이글스는 선발진이 전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14경기에서 선발투수가 승리를 챙긴 경기가 2경기에 불과할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화 이글스는 현재 5할 승률(7승 7패)를 기록하며 6위에 올라있다. 선발진이 힘을 쓰지 못하면서 자칫 완전히 무너질 수 있는 시즌 초반이었지만, 어느정도 성적을 지키는데 성공했다. 한화 이글스의 7승 중 절반 가까운 3승을 책임진 송은범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송은범의 첫 승은 지난 3일 롯데 자이언츠 전이었다. 이 경기의 선발투수는 베테랑 배영수. 첫 등판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던 배영수는 이날 무너지고 말았다. 3.1이닝 동안 8안타에 8실점을 내준 것이다. 한화 이글스 타선이 3회까지 11점을 뽑으며 승기를 잡았지만, 배영수가 흔들리며 11대 7까지 추격을 허용했다.

이때 마운드에 오른 송은범은 첫 타자부터 수비실책으로 출루를 허용했다. 이후 몸에 맞는 볼과 안타, 땅볼 등을 허용하며 3점을 더 내줬다. 어느덧 점수는 11대10. 하지만 송은범은 신본기를 삼진으로 잡아내며 더 이상의 실점은 막았다. 완벽하게 불을 끈 것은 아니었지만, 동점이나 역전은 허용하지 않으며 롯데 자이언츠의 기세를 멈추게 한 것이다. 고비를 넘긴 한화 이글스는 이후 6점을 더 뽑아냈고, 1점만 내주며 17대11 승리를 거뒀다. 송은범은 이날 1.1이닝 동안 2실점(무자책)을 내주고도 승리투수로 선정되는 행운을 맞았다.

두 번째 승리를 지난 8일 kt 위즈 전. 이날의 선발투수는 외국인투수 휠러였다. 휠러는 4.1이닝 동안 7안타 2홈런 4사사구로 고전하며 6실점을 허용했다. 6회까지 6대3으로 리드한 kt 위즈쪽으로 승기가 기울었다.

이때 한화 이글스는 7회초 5점을 뽑으며 역전에 성공했다. 하지만 곧장 2실점을 허용하며 8대8 동점이 됐다.

송은범은 이날 휠러, 안영명, 박상원, 서균 등에 이어 5번째 투수로 8회말 마운드에 올랐다. 황재균에게 안타를 허용하긴 했지만 나머지 타자는 모두 땅볼로 처리했다. 9회에도 윤석민-홍현빈-장성우를 상대로 삼진 1개 등 삼자범퇴를 이끌어냈다. 송은범의 활약에 한화 이글스 타선은 10회초 4득점으로 화답했다. 마무리는 정우람이 책임졌다. 짜릿한 역전승의 버팀목이 된 송은범이다.

지난 11일 거둔 세 번째 승리는 화룡점정이었다. 이날 한화 이글스는 디펜딩챔피언 기아 타이거즈를 맞아 경기 초반 기세를 올렸다. 윤규진이 호투를 펼치며 4회까지 1실점만 허용했고, 타선은 3점을 뽑아냈다. 하지만 5회초 최형우가 윤규진을 상대로 3점 홈런을 뽑아내며 경기 분위기는 완전히 바뀌고 말았다.

이때 마운드에 오른 것은 송은범. 4회초 1사 1루 상황에서 등판한 송은범은 홈런으로 기세가 오른 기아 타이거즈 타선을 병살로 막아냈다. 이어 6회초에도 3개의 땅볼을 유도하며 삼자범퇴를 이끌어냈다.

송은범의 이 같은 활약에 이번에도 한화 이글스 타선이 응답했다. 한화 이글스는 6회말 양성우의 2타점 적시타 등 3점을 뽑아내며 역전에 성공했다. 이 점수는 이날 경기의 결승점이 됐다. 송은범은 7회초에도 두 개의 삼진 등 삼자범퇴를 이끌어냈고, 8회초에는 홈런의 주인공인 최형우를 땅볼로 처리한 뒤 마운드를 서균에게 넘겼다. 3이닝 퍼펙트를 기록한 송은범의 이날 승리는 더 이상 ‘행운’이 아니었다.

만약 송은범이 없었다면, 한화 이글스의 올 시즌 출발은 더욱 가혹했을 것이다. 송은범은 최근 한화 이글스의 3연승 중 2경기에서 반전을 이끌었다. 그동안 기대에 미치지 못한 측면이 많았던 송은범이지만, 이제는 승리의 파랑새로 비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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