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스트라이크-볼 판정에 따른 선수와 심판의 갈등이 잦아지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올 시즌 초반 프로야구에서는 스트라이크-볼 판정에 따른 논란이 유독 자주 일어나고 있다. 주로 스트라이크 판정에 대한 타자의 불만과 이에 대한 심판의 민감한 반응이 포착된다.

두산 베어스의 오재원은 그리 강한 항의가 아니었음에도 퇴장을 당했고, 유쾌한 선수로 유명한 롯데 자이언츠의 채태인은 배트를 집어던졌다. 양의지는 공수교대 후 포수로서 공을 흘려보내는 논란의 행동으로 벌금 등의 징계까지 받았다. 그리고 지난 13일, 한화 이글스의 이용규도 삼진 아웃을 당한 직후 퇴장을 당했다. 전체 일정 중 고작 10% 가량을 소화한 시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심판과 선수의 갈등이 너무 자주 벌어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분석된다. 먼저, 스트라이크 존 확대다. 최근 ‘타고투저’가 두드러지면서, 균형을 맞추는 차원에서의 스트라이크 존 확대 움직임이 있었다. 예전엔 볼 판정이 내려졌던 공이 스트라이크로 인정되면서, 일부 타자들이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또 하나는 KBO와 심판위원회가 올 시즌을 앞두고 세운 선수 행동지침이다. 여기엔 선수의 항의를 원천 금지시키는 내용도 포함돼있다. 오재원 퇴장의 근거도 이것이었다. 강력한 어필은 물론이거니와 판정에 대한 ‘질의’도 해선 안 된다는 것이 행동지침의 내용이다.

선수들은 스트라이크 존 확대보다 심판 판정의 일관성에 더 큰 불만을 갖고 있다. 본인이 생각했을 때 계속해서 볼 판정이 내려지던 코스의 공이 스트라이크로 인정될 경우, 타자 입장에선 큰 혼란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반면, 심판들은 스트라이크-볼 판정만큼은 절대적으로 심판 고유의 권한이란 생각이 강하다. 애초에 선수와 심판이 공을 접하는 위치가 다르기 때문에, 불만을 제기해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특히 잇따른 오심 논란으로 비디오판독 제도가 도입 및 확대된 지금, 스트라이크-볼 판정까지 시비에 휩싸일 경우 심판 권위가 땅에 떨어질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처럼 첨예하게 엇갈리는 서로의 입장 속에 벌어진 잇따른 사건은 선수와 심판 사이의 불신과 반목을 키우고 있다. 뭔가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선수와 심판의 갈등은 결과적으로 프로야구의 질을 떨어뜨린다. 스포츠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승패에 대한 인정까지 흔들릴 수 있는 사안이다. 특히 팬들 입장에선 피로감만 커질 수 있다. 정정당당해야할 스포츠가 의심과 불신으로 가득하다면, 더 이상 팬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없게 된다.

지금 이 시점에서 필요한 것은 서로에 대한 배려다. 선수들은 순간적으로 화가 나더라도 최대한 자제하는 것이 필요하다. 심판에 대한 기본적인 존중을 가져야 한다. 심판의 스트라이크-볼 판정에 정말 문제가 많다면, 경기 중 갈등을 빚는 것보단 선수협 등을 통해 공론화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감정적으로 대립하는 것은 더 나쁜 결과만 가져온다.

심판들도 다소 부족했던 소통에 대한 반성과 변화가 필요하다. 선수협은 KBO와 심판위원회가 선수들과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행동지침을 만든 것에 대해 아쉬움을 밝힌 바 있다. 무턱대고 심판의 권위만 강조하는 것은 진정으로 존중받을 수 없는 방식이다.

프로야구의 구성원들은 강한 책임감을 가져야한다. 그들의 한 경기 한 경기, 한 순간 한 순간이 사회적으로 많은 영향을 끼치고,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중요한 본보기가 된다. 경기장 안에서 맞붙어야 할 것은 서로의 상대팀이고, 심판은 경기를 원활하게 이끄는 존재다. 선수와 심판이 싸우는 것이 야구는 아니다. 아주 간단한 이 기본을 잊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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