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날이 다음 시즌 유럽 챔피언스리그는 물론 유로파리그 진출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뉴시스/AP>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올 시즌 아스날은 다소 낯선 무대를 누비고 있다. 바로 유로파리그다. 벨라루스의 바테 보리소프, 세르비아의 크르베나 즈베즈다, 독일의 쾰른 등 좀처럼 만날 수 없었던 변방의 팀들과 조별리그를 치렀고, 32강에선 스웨덴에서도 아주 작은 팀인 외스테르순드를 만나 혼쭐이 났다. 16강에선 몰락한 명문팀 중 하나인 AC밀란을 상대했고, 8강에선 러시아의 CSKA 모스크바를 상대했다. 현재 4강에 올라 스페인의 복병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의 맞대결을 앞두고 있다.

물론 유로파리그도 많은 수많은 유럽 축구팀들이 꿈꾸는 꿈의 무대다. 하지만 챔피언스리그보단 한 계단 아래에 있다. EPL의 경우 1~4위에게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이 주어지고, 5~6위에겐 유로파리그 진출권이 주어진다. 또한 챔피언스리그 조별예선에서 3위로 탈락한 팀들이 유로파리그 32강에 합류하는 시스템이다.

EPL에서 1996-97시즌 이후 줄곧 4위 밖으로 벗어난 적이 없었던 아스날은 1998-99시즌부터 꾸준히 챔피언스리그 무대를 밟았다. 또한 2000-01시즌부터 늘 조별예선을 통과해왔다.

이러한 행보에 제동이 걸린 것은 올 시즌부터다. 아스날은 지난 시즌 EPL에서 5위로 밀려나며 챔피언스리그 진출 행진을 19년으로 마감했다. 이에 아스날은 준우승을 차지했던 1999-2000시즌 이후 처음으로 유로파리그 무대를 밟았다. 그것도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했다가 조별예선 3위를 기록해 유로파리그로 떨어진 것이 아닌, 처음부터 유로파리그를 시작했다.

다소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지만, 그래도 아스날은 유로파리그에서 4강에 진출하는 등 순항하고 있다. 문제는 다음 시즌이다.

33경기를 소화한 현재 아스날은 6위로 쳐져있다. 승점은 54점이다.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이 걸린 4위 토트넘은 34경기에서 승점 68점을 기록하고 있다. 아스날이 남은 경기를 통해 최대로 도달할 수 있는 승점은 69점이다. 만약 토트넘이 1승 혹은 2무승부만 더 기록할 경우, 아스날은 전승을 거두더라도 챔피언스리그 진출 티켓을 따낼 수 없게 된다. 만에 하나 아스날이 전승, 토트넘이 1무 3패를 기록하더라도 현재 골득실 차이에서 토트넘이 18점 앞서있다. 아스날이 EPL 순위로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거머쥘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아스날이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무대를 밟기 위해 남은 한 가지 방법은 유로파리그 우승이다. 하지만 이 또한 쉽지 않다. 우선 4강 상대가 만만치 않다. 스페인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2015-16 챔피언스리그 준우승을 기록하는 등 유럽대회에서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여 왔다. 유로파리그에서도 2009-10, 2011-12시즌 두 차례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올 시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레알 마드리드를 제치고 3위에 올라있을 정도로 기세가 좋다.

하지만 아스날이 걱정해야 할 것은 비단 챔피언스리그 진출권만이 아니다. 자칫하면 다음 시즌 유로파리그에도 모습을 나타내지 못할 수 있다. 지난 주말 뉴캐슬에게 덜미를 잡힌 아스날은 5연승을 달리고 있는 7위 번리와의 격차가 승점 2점으로 좁혀졌다. 언제라도 순위가 뒤바뀔 수 있는 상황이다.

공교롭게도 두 팀은 5월초 맞대결을 남겨두고 있다. 양 팀의 희비가 엇갈릴 수 있는 경기다. 다만, 그 의미와 무게감은 완전히 다르다. 유로파리그마저 진출하지 못한다면 아스날의 자존심엔 큰 생채기가 생길 수밖에 없다. 반면, 번리는 유로파리그 진출 자체가 역사적 사건이 된다.

아스날에게 가장 바람직한 시나리오는 유로파리그 우승과 함께 챔피언스리그로 돌아가는 것이다. 하지만 유로파리그 우승과 EPL 6위를 모두 놓치는 최악의 시나리오 역시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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