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현장을 가다⑤] 바이오의약품 세계 최대 규모 생산 공장 ‘삼성바이오로직스’

인천광역시 연수구 송도바이오대로에 위치한 제1공장 외관. <삼성바이오로직스>

[시사위크|인천 송도=조나리 기자] ‘바이오.’ 요즘 산업뉴스에서 가장 뜨고 있는 단어다. 시가총액 3위를 두고 바이오기업들이 엎치락뒤치락 경쟁을 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삼성그룹이 바이오를 전자와 함께 주력사업으로 삼기로 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바이오에 대한 관심은 그야말로 폭발적인 상황. 업계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최근 주식시장 흐름은 ‘바이오와 IT가 주거니 받거니 하는 형국’이라고. 하지만 가까이 하기엔 ‘너무나 어려운’ 바이오다. 이는 전공자가 아닌 기자도 마찬가지. 그렇다고 그냥 넘어가기엔 ‘너무나 핫한’ 바이오.

그래서 찾아간 곳이 인천 송도에 위치한 삼성바이오로직스 공장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12월 단일 바이오의약품 생산 규모로는 세계 최대 규모의 제3공장을 준공했다. 2015년 11월 착공에 들어간 제3공장은 지상 4층에 연면적 11만8,618㎥(약 3만6,000평)에 달하는 크기로, 서울 월드컵경기장의 두 배에 해당하는 규모다. 지난 20일 방문한 바이오로직스 공장에서 바이오의약품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관련 산업의 전망을 가늠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작업 중인 삼성바이오로직스 연구자들 모습.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직원 수는 지난해 10월 기준 1,900여명 수준이다. 자회사를 포함할 시 약 2,500명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 바이오의약품, 그것이 알고 싶다

우선 바이오의약품을 알고 갈 필요가 있다. 그래야 공정과정과 관련 산업을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통 바이오의약품은 일반의약품과 비교된다. 일반의약품은 화학합성 제제로 저분자 화합물이라고 설명된다. 복제약을 만드는 것도 비교적 쉬운 편이다. 이와 달리 바이오의약품은 동물세포·효모·대장균 등 이용해 고분자 단백질 제품을 만든다. 특성상 100% 동일한 복제가 어려워 일반의약품의 복제약을 뜻하는 ‘제네릭’이 아닌 ‘비슷한’이라는 뜻의 ‘시밀러’라는 표현을 쓴다.

합성의약품의 경우 복제약을 개발하는 과정에 임상을 요하지 않지만, 바이오시밀러는 임상을 거쳐야 한다. 생물학적으로 ‘거의 동일한’ 효과 낼 경우에만 바이오시밀러로 인정을 받는다. 일반적으로 합성의약품 복제약 개발비가 수십억원인 데 반해 바이오시밀러는 1,000억~2,000억원 가량이 소요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주로 중증환자나 난치병 치료에 사용되는 바이오시밀러는 부작용이 적다는 특성도 있다.

제3공장 바이오리엑터 홀 내부 모습. 소수의 직원들이 배양기를 살펴보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 소수의 직원, 컨베이어벨트가 없는 공장

보통 공장을 떠올리면 그려지는 그림이 있다. 거친 기계 소리와 끝없이 돌아가는 컨베이어벨트, 그리고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바이오의약품 공장은 이 모든 그림을 한 순간에 지워버렸다. 바이러스 감염 및 위생상 내부에 들어갈 순 없었지만 외부 유리벽을 통해 내려다본 공장은 한마디로 ‘정적’이었다.

겉으로는 움직임을 볼 수 없는 기계들. 작업복을 착용한 2~3명의 직원들이 간간히 이동을 하며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공장 내부에는 배양기(바이오리액터)들이 일렬로 배치돼 있다. 이곳에서 배양-정제-충전 등의 과정을 거쳐 바이오의약품이 생산된다. 배양이란 고객사로부터 받은 냉동 세포주를 해동한 후 영양분을 공급해 세포를 배양하고, 그 세포들이 배출한 단백질을 분리하는 과정이다. 정제 단계에서는 분리해 낸 단백질 중 목표로 했던 항체 단백질을 분리하고 이후 충전 단계에서 정제된 항체 단백질을 포장해 고객사에 배송한다.

바이오의약품 공장의 생산 규모는 배양기의 수로 가늠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 가장 먼저 착공된 제1공장은 총 6개의 배양기가 설치돼 있다. 이는 기존 글로벌 공장들이 평균 4~6개 배양기를 운영한 것과 같은 수준이다. 그러나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제2공장에서 세계 최초 10개의 배양기를, 제3공장은 12개 배양기를 설치했다. 바이오의약품 공정은 매우 복잡하기 때문에 배양기가 많을수록 수십 배 이상의 복잡도(Complexity)를 구성하는 기술이 수반된다.

실제로 배양기는 여러 파이프들이 복잡하게 연결돼 있는 모습이다. 이 파이프 속으로 약물들이 이동한다. 파이프들은 꺾이는 곳이 직각이 아닌 둥글게 처리돼 있는데, 약물들이 이동시 모서리에 끼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또한 배양기로 통하는 각각의 파이프들은 모두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듯 설계돼 있다. 이 역시 약물들이 어느 한 곳에 고이지 않고 중력에 따라 흐르게 하기 위해서다.

제3공장 바이오리엑터 홀 내부 배양기 모습. 파이프들은 모두 꺾이는 부분이 둥글게 처리돼 있다. 배양기 크기도 제3공장이 가장 크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이 공장은 국제 바이오 제약 산업 규정(GMP)을 참고해 총 256개의 클린룸을 운영하고 있다. 클린룸은 4단계로 나눠서 오염관리를 하고 이를 모니터링하고 통제하는 중앙통제실을 갖추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제2, 제3공장의 독창적인 플랜트 설계는 물론 클린룸 운영 시스템 등은 모두 삼성이 보유한 기술 노하우가 접목돼 있다”고 설명했다.

◇ 바이오산업, 향후 전망은?

바이오의약품 산업은 각자 경쟁력이 높은 분야에 집중하는 사업 분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이에 바이오의약품 관련 기업이란 크게 연구개발을 전담하는 업체와 생산하는 업체로 구분된다. 한 업체에서 개발과 공장까지 가동하는 것은 엄청난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에 사업을 분화하면 그에 따른 위험부담과 비용도 줄일 수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역시 자체적으로 신약이나 시밀러의약품을 개발하지 않고 CMO 계약 체결을 통해 5~10년 장기 위탁 생산을 하고 있다. 물론 바이오시밀러 개발을 아예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이는 자회사인 바이오에피스가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일반적인 외주 생산과는 차이가 있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단순 생산 대행이 아니라 공정개발까지 참여하는 게 바이오의약품 공장의 가동방식”이라며 “각각의 의약품들에 맞는 제조 방식과 환경이 있기 때문에 그에 맞출 수 있어야 한다. 때문에 생산 제품이 다양할수록 회사가 보유하게 되는 기술도 다양해진다”고 말했다.

시장도 매년 급성장하고 있다. 2015년 18.5%였던 바이오의약품 비중은 2020년 23.2%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한 상위 매출 100대 의약품 중 바이오 제품 비중도 2014년 44%에서 2020년 54%로 확대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처음에 바이오산업이 국내에 소개됐을 때는 생소하기도하고 대부분 회의적인 분위기였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우리나라가 최대 생산공정을 갖추고 있을 정도로 성장했고, 이제는 기술력도 해외에 뒤지지 않는다. 바이오는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산업”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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