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히어로즈 선발진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최원태. 그는 최근 8이닝 퍼펙트를 기록하고도 완투패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뉴시스>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넥센 히어로즈가 암흑기를 벗어나 빛을 내기 시작한 것은 강력한 타선을 구축하면서다. 서건창과 박병호가 기대 이상으로 폭발했고, 기존 선수들도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해 힘을 키우면서 KBO리그 최강의 타선을 구축했다.

다만, 투수진은 늘 고민이었다. 브랜든 나이트, 앤디 밴 헤켄, 헨리 소사 등 믿음직한 외국인 선발투수는 있었지만, 이들과 5선발 체제를 갖출 토종 선발투수를 찾기 힘들었다. 2014년 역대 최고의 성적을 거두며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았던 것은 한현희-조상우-손승락(현 롯데 자이언츠)로 이어지는 막강 불펜진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당시 넥센 히어로즈의 승리공식은 점수를 내주는 것에 연연하지 않은 채 더 많은 점수를 내고, 불펜진으로 마무리 짓는 것이었다. 이 같은 뚜렷한 색깔은 선수 개인기록으로도 확인된다. 2014년 다승왕은 20승의 밴 헤켄이었고, 홀드왕(한현희)과 세이브왕(손승락)도 넥센 히어로즈가 배출했다. 하지만 밴 헤켄과 소사(10승)을 제외하면 10승 이상 달성한 토종 선발투수가 없었다. 타선에선 서건창이 201안타, 박병호와 강정호가 홈런 1·2위를 기록하는 등 무시무시한 화력을 뽐냈다.

하지만 투수력과 공격력의 언밸런스로는 대권을 거머쥐는데 한계가 있었다. 단기전에 모든 역량을 쏟아부어야하는 포스트시즌에서 선발투수가 갖는 존재감은 더욱 컸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넥센 히어로즈의 모습은 정반대다. 5명의 선발투수가 9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며 리그 최강의 선발진을 자랑하고 있다. 에스밀 로저스, 제이크 브리검 등 외국인 선수와 한현희, 최원태, 신재영으로 이어지는 토종 선발투수로 굳건한 5선발 체제를 구축했다. 이 과정에서 로저스와 최원태는 완투까지 기록한 바 있다.

문제는 선발진의 안정적인 활약에도 이 기간 승률이 5할을 넘지 못했다는 것. 이는 그만큼 타선이 뒷받침되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넥센 히어로즈가 해당 기간 기록한 5패 중 4패는 3실점 이하였다. 타선이 4득점도 올리지 못해 패한 것이다. 특히 최원태는 8회 1사까지 퍼펙트를 기록하고도 이후 1실점을 내줘 완투패했다.

결과적으로 넥센 히어로즈의 언밸런스는 계속해서 숙제로 남게 됐다. 가장 큰 약점이었던 선발진을 리그 최강 수준으로 끌어올렸으나, 그 사이 막강 화력의 타선은 힘을 잃고 말았다.

그나마 희망적인 것은 현재 넥센 히어로즈의 타선이 ‘완전체’가 아니라는 점이다. 핵심 기둥인 서건창과 박병호가 부상으로 빠져있다. 중심을 잡아줘야 할 선수가 나란히 빠져있다 보니 젊은 선수들의 부담이 더욱 커진 상황이다. 하지만 머지않아 이들이 돌아오면 공격력도 일정 수준 회복될 것으로 기대된다. 관건은 그때도 선발진이 제역할을 해주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넥센 히어로즈의 언밸런스 고민은 가을야구 진출 실패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