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가가 짧았던 영광의 시간을 뒤로하고 2부리그로 강등된다. <뉴시스/신화>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막바지에 이른 현재,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꼴찌는 말라가다. 말라가는 한국시간으로 지난 24일 레반테가 아슬레틱 빌바오에게 승리를 거두면서 잔류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졌다. 강등이 확정된 것이다.

같은 시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는 맨체스터 시티가 일찌감치 우승을 확정지은 상태다. 맨시티는 올 시즌 압도적인 독주를 펼쳤으며, 우승을 확정한 이후에도 막강한 모습을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올 시즌 성적은 극명하게 엇갈렸지만, 두 팀은 닮은 구석이 꽤 있다. 팀 컬러가 하늘색이고, 중동의 부호가 구단을 인수했다는 점이다.

맨시티는 많은 팬을 보유했지만, 성적은 신통치 않은 팀이었다. 1960년대 ‘황금기’를 보냈으나, 1990년대 후반 3부리그까지 강등되며 추락했다. 이후 승격과 강등을 반복하던 맨시티는 2002-03시즌 다시 1부리그로 올라섰지만 성적은 늘 강등권 언저리였다. 이후 탁신 친나왓 전 태국 총리가 맨시티를 인수하며 주목을 받았고, 선수 보강을 통해 중위권으로 도약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같은 지역 라이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비하면 보잘 것 없는 행보였다.

변화가 찾아온 것은 2008년. 중동의 부호 셰이크 만수르가 맨시티를 인수하면서다. 만수르의 압도적인 자금력을 등에 업은 맨시티는 환골탈태를 시작했다. 세계적 명성을 가진 선수들을 속속 영입하며 프리미어리그 판도를 뒤흔들었다. 여러 시행착오도 있었으나, 꾸준한 투자는 2011-12시즌 우승이란 결과물을 낳았다. 1967-68시즌 이후 약 반세기 만의 우승이었다. 이후 EPL의 강자로 입지를 굳힌 맨시티는 올 시즌 펩 과르디올라 감독과 함께 최강의 팀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또한 만수르는 홈구장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증축하고, 이 지역에 거대한 스포츠·문화·관광단지를 조성하는 등 아낌없는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말라가 역시 프리메라리가에서 크게 주목받는 팀이 아니었다. 1990년대 중반까지 2~3부리그를 오갔고, 1990년대 후반 1부리그 승격에 성공했으나 2005-06시즌 꼴찌로 추락하며 강등됐다. 2008-09시즌 다시 1부리그로 올라섰지만, 하지만 가난하고 약한 팀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말라가에게도 변화가 찾아왔는데, 2010년 또 다른 중동의 부호 셰이크 압둘라 알 타니가 구단을 인수하면서다. 당시 세계적인 부호들이 유럽축구에 큰 관심을 나타냈는데, 압둘라 알 타니 구단주와 말라가도 그런 흐름 속에 인연을 맺었다. 막대한 자본력을 얻은 말라가 역시 과거엔 탐낼 수 없었던 이름난 선수들을 대거 영입하며 지각변동을 예고했다. 결과는 뚜렷하게 나타났다. 2011-12시즌 4위를 기록하고, 유럽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따낸 것이다.

문제는 그 이후다. 압둘라 알 타니 구단주는 프리메라리가의 중계권료 배분방식에 불만을 갖기 시작했고,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자 말라가에 대한 지갑을 닫았다. 대규모 투자가 일회성에 그치게 되자 말라가는 더 이상 도약하지 못하고 중위권으로 내려앉았다.

그리고 올 시즌, 말라가는 결국 강등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채 10년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4위 등극과 강등이란 롤러코스터를 타게 된 것이다.

단발성 투자보단 장기적이고 꾸준한 투자가 중요하다는 것을 맨시티와 말라가가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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