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마르의 대체자로 거액의 이적료와 함께 바르셀로나에 영입된 오스만 뎀벨레. 하지만 그의 올 시즌 활약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뉴시스/AP>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신중한 고민 없이 순간 충동적으로 구매하는 것은 나쁜 소비습관의 대표적인 사례다. 일부 장점에만 매료돼 따져봐야 할 여러 사안을 지나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거기다 가격까지 비싸고 환불도 불가능하다면, 남는 것은 후회와 자책뿐이다.

바르셀로나는 올 시즌 일찌감치 프리메라리그 우승을 확정짓고, 이제 무패무승 완성을 향해가고 있다. 챔피언스리그 8강에서 아쉽게 탈락했지만, 리그에서 라이벌 레알 마드리드를 압도하는 등 훌륭한 시즌으로 기억될 전망이다.

하지만 모든 것이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다. 그중에서도 오스만 뎀벨레는 감추고 싶은 치부가 되고 말았다.

바르셀로나는 올 시즌을 앞두고 네이마르가 이적하는 충격적인 사건을 맞았다. PSG가 엄청난 자금력을 동원해 3,000억원에 가까운 ‘바이아웃’ 이적료를 지불했기 때문이다. 네이마르는 선수 본인의 재능이 세계적인 수준이었을 뿐 아니라, 리오넬 메시, 루이스 수아레즈와 이루는 호흡이 대단했다. MSN이라 불린 이 세 선수의 공격조합은 프리메라리가를 넘어 유럽에서 가장 강력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 한 축이 갑자기 이탈한 것이다.

오랜 기간 팀의 전설로 남길 바랐던 네이마르가 프랑스로 떠난 뒤, 바르셀로나는 또 다른 대형 이적의 중심에 섰다. 약 1,500억원의 자금을 들여 도르트문트의 오스만 뎀벨레를 데려온 것. 네이마르가 기록한 역대 최고 이적료의 뒤를 잇는 엄청난 이적료였다.

2015-16시즌 스타드 렌 유니폼을 입고 혜성처럼 등장한 오스만 뎀벨레는 뛰어난 발재간과 스피드를 앞세워 맹활약을 펼치며 주목을 받았다. 이듬해에도 도르트문트로 이적해 모든 대회를 통틀어 10골 21도움을 기록하는 등 새로운 슈퍼스타의 탄생을 알렸다.

바르셀로나는 그런 그를 네이마르의 대체자로 삼고 거액을 들여 영입했다. 당장의 전력손실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성난 팬심을 달래기 위한 조치였다. 하지만 오버페이라는 지적도 상당했다. 특히 이 같은 방식의 영입은 바르셀로나가 걸어온 길과 거리가 멀었다.

결과는 실패다. 오스만 뎀벨레는 인상적인 데뷔전으로 바르셀로나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았으나 이내 큰 부상을 당했고, 2017년엔 더 이상 그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올해 초 부상에서 복귀한 뒤 다시금 뛰어난 재능을 선보이기도 했으나 잔부상 또한 계속됐다. 그에게 투자한 자금과 기대감에 전혀 미치지 못한다.

단순히 부상만이 문제였다면 다음 시즌을 기약해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오스만 뎀벨레는 언어 등 스페인 생활에 있어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함께 이적설 등 그를 둘러싼 소문도 솔솔 나오고 있다. 오스만 뎀벨레는 바르셀로나에 남아 재기에 성공하겠다는 각오를 밝히기도 했으나, 바르셀로나의 생각도 같을 진 미지수다.

물론 바르셀로나의 오스만 뎀벨레 영입엔 불가피한 측면도 있었다. 선수보강이 필요했고, 팬심을 달래야했다. 3,000억원 가까운 이적료를 손에 넣은 직후라, 원하는 선수들의 몸값이 덩달아 치솟은 측면도 있다. 다만, 예상치 못한 ‘사건’이 낳은 ‘충동구매’였다는 사실 역시 분명하다. 오스만 뎀벨레는 이미 더블(리그 및 컵대회 우승)을 기록하고, 무패우승에 도전하고 있는 올 시즌 바르셀로나에게 1,500억원짜리 오점으로 남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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