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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팩트㊺ 판문점선언 국회비준]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따라 비준 가능
2018. 05. 01 by 은진 기자 jin9eun@sisaweek.com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오후 경기 파주시 판문점 평화의 집 앞에서 판문점 선언을 마친 후 이동 하고 있다. <판문점 공동취재단/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판문점 선언’이 국회 비준 동의 대상인지 아닌지 여부를 놓고 정치권 의견이 분분하다. 정부·여당은 4·27 남북 정상회담의 합의 내용을 법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국회 비준’이라는 법률적 절차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야권은 ‘남북 합의’는 국가 간의 합의가 아니기 때문에 비준 대상이 아니라고 맞서고 있다.

청와대는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제21조에 따른 법적 절차를 거쳐 판문점 선언을 발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회는 ‘국무회의 심의→대통령 비준→국회 동의→공포’ 순의 절차를 거쳐 판문점 선언을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국회 동의(비준) 여부는 법제처의 검토를 거쳐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은 헌법이 정한 평화적 통일을 구현하기 위해 남한과 북한의 기본적인 관계와 남북관계의 발전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한 법률이다. 제21조 ‘남북합의서의 체결·비준’ 조항에는 “국회는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남북합의서 또는 입법사항에 관한 남북합의서의 체결·비준에 대한 동의권을 가진다”고 돼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판문점 선언에 남북 경협 등 재정적 부담을 요하는 내용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국회 동의를 받을 필요가 있다는 게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밝혔다.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제21조(남북합의서의 체결·비준)

①대통령은 남북합의서를 체결·비준하며, 통일부장관은 이와 관련된 대통령의 업무를 보좌한다.

②대통령은 남북합의서를 비준하기에 앞서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③국회는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남북합의서 또는 입법사항에 관한 남북합의서의 체결·비준에 대한 동의권을 가진다.

④대통령이 이미 체결·비준한 남북합의서의 이행에 관하여 단순한 기술적·절차적 사항만을 정하는 남북합의서는 남북회담대표 또는 대북특별사절의 서명만으로 발효시킬 수 있다.

자유한국당은 “국회 비준은 ‘조약’의 성격을 가진 국가 간 약속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지난달 30일 기자간담회에서 “(국회) 비준은 국가가 재정적 부담을 지는 국가 간 약속이 대상이다”라며 “여태 남북 간 정치적 선언에 대한 국회 비준을 받은 적이 있느냐. 한 번도 없다”고 일축했다.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과 2007년 ‘10·4 선언’은 모두 국회 비준 동의 절차를 거치지 못했고 말 그대로 ‘선언’에만 그쳤다.

한국당은 헌법 제60조 ‘국회는 ▲상호원조 또는 안전보장에 관한 조약 ▲중요한 국제조직에 관한 조약 ▲우호통상항해조약 ▲주권의 제약에 관한 조약 ▲강화조약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 ▲입법사항에 관한 조약의 체결·비준에 대한 동의권을 가진다’는 규정을 근거로 들고 있다. 국회 비준의 대상은 ‘조약’, 즉 ‘문서에 의한 국가 간 합의’로 한정된다는 것이다. 장제원 한국당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국가 간에 이뤄지는 협약에 대한 ‘국회 비준’을 국가도 아닌 대상에 적용한다는 것은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겠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원내 3당인 바른미래당 내부에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박선숙 바른미래당 의원은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 지지 및 국회 비준 동의 촉구 결의안’을 발의했다. 같은 당 김관영·장정숙·채이배 의원도 참여했다. 결의안은 “대한민국 국회는 헌법 제60조와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제21조 남북합의서 체결·비준 조항에 의거하여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선언’에 대한 국회의 동의권을 행사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경주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박주선 바른미래당 공동대표는 “(판문점 선언에) 남북관계 발전과 관련해 북한에 대한 지원 부분이 있긴 한데 구체적으로 비용이 얼마나 들어갈지 모르는 상황이라 아직 부속합의가 없다. 또 북미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가 완전히 실행된다는 것이 (결과로) 나타나지 않으면 이번 판문점 선언도 원점으로 회귀된다”며 “(국회 비준 절차를 밟기에는) 시기적으로 너무 빠르다”고 제동을 걸고 나섰다.

정부여당은 야당과의 충분한 협의 없이 국회 비준 절차를 강행할 경우 국회 상황이 어려워진다는 판단 하에 일단 야당과의 접촉면을 늘리겠다는 입장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국회 비준 절차가) 정쟁을 유발하는 것이라면 좀 한 템포 숙이고 가자는 것”이라며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하면 정쟁 수준을 뛰어넘는 좋은 여건에서 국회의 초당적 지지를 받지 않겠느냐. 시점을 잘 고민해달라는 취지”라고 했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도 “당장 강행하겠다는 생각은 없다”며 “남북 간 합의는 국회가 다 동의하고 합의하는 축제의 분위기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국민을 안심시키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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