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씨의 부친 최태민 씨의 묘지가 관할 구청으로부터 묘지 이전 및 임야 원상복구 행정처분을 받았으나, 지난달 30일 기간 만료 이후에도 변함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용인|소미연 기자>

[시사위크|용인=소미연 기자] 끄물끄물하던 하늘은 급기야 천둥·번개까지 몰고 왔다. 느닷없이 떨어지는 빗방울에 발걸음을 멈춰야 했다. 밭일을 하던 한 주민은 손으로 산 중턱을 가리키며 “갈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기자의 길동무가 돼준 택시기사 홍모 씨도 “멀쩡하던 하늘에서 갑자기 요동치는 것은 오지 말라는 뜻 아니냐”며 우려 섞인 농담을 건넸다. 3일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유림동에 위치한 최태민 씨의 묘지를 찾아가는 길은 험난했다.

◇ 행정처분 기간 만료됐지만 고발 못해 ‘왜?’

최태민 씨는 박근혜 정권의 비선실세로 불리는 최순실 씨의 부친이다. 최순실 씨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연결고리이기도 하다. 그는 1994년 5월 사망했다. 그로부터 22년 후다. 국정농단 사건 발생 직후인 2016년 11월, 묘지가 여론의 관심을 끌었다. ‘장사 등에 관한 법률’과 ‘산자관리법’을 위반하고 불법으로 조성된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를 뒤늦게 확인한 관할 구청에선 묘지의 땅 소유주이자 묘비에 적힌 네 명(순영·순득·순실·순천)의 딸들에게 묘지 이전 및 임야 원상복구 행정처분에 대한 사전통지서를 보냈다.

유일하게 연락이 닿은 직계 가족은 구치소에 수감 중인 최순실 씨 뿐이었다. 그는 지난해 4월 우편물 수신 금지가 해제된 뒤 통지서를 전달받았다. 용인시 처인구청은 6개월의 유예 기간을 줬다. 최순실 씨는 기한이 임박해오자 처인구청 측에 “아버지 묘에 대한 행정처분 기간을 연장해 달라”는 내용의 등기우편을 보냈다. 6개월의 유예 기간을 다시 한 번 얻었다. 그리고 지난달 30일이 기간 만료였다. 하지만 묘지는 그대로다. 비교적 말끔한 모습으로 유지되고 있었다.

최태민 씨의 묘비 뒤에는 그의 자손들이 빼곡히 적혀 있다. 다섯째 부인 임선이 씨와 합장묘인 만큼 이복 형제를 제외한 최순실 씨 자매들만 이름을 올렸다. <용인|소미연 기자>

익명을 요구한 주민 A씨는 기자에게 “묘지를 관리하는 사람이 있는 것 같다. 주변 시선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자손들은 찾아오기 힘들 수밖에 없고, 아마 동네 주민에게 관리를 부탁한 게 아닐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실제 최태민 씨의 묘지가 세상에 알려진 이후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았다. 당장 시·구청 직원들은 물론 언론과 호사가들의 방문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이전 및 원상복구 기간 만료 다음날에도 몇 사람이 묘지를 찾아왔다. A씨는 “경찰로 보였다”고 덧붙였다.

현행법에 따르면, 장사 등에 관한 법률과 산지관리법 위반 시에는 경찰에 고발돼 처벌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산지관리법 위반은 3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 처분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최태민 씨의 묘지는 현행법으로 처벌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공소시효 때문이다. 처인구청 사회복지과 측은 3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공소시효가 5년인데, 이미 고발할 수 있는 시기가 지났다”고 밝혔다. 공원환경과 측도 “지금 고발을 해도 ‘혐의없음’ 처분이 나오기 때문에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처인구청 측은 고발 대신 이행강제금 부과와 원상복구 촉구명령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강제 이장은 권한 밖이다. 일종의 벌금인 이행강제금은 500만원 수준이다. 최순실 씨가 이행강제금만 내면서 버티기 작전으로 나온대도 별다른 방법이 없다. 처인구청 측은 “법적 근거가 없어 행정 집행에 한계가 있다”고 털어놨다. 용인동부경찰서 측은 “고소고발이 이뤄지지 않은 이상 경찰이 (최태민 씨 묘지에) 갈 이유는 없다”며 주민의 진술을 부인했다. 그렇다면, 이달 초 최태민 씨의 묘지를 찾은 사람은 누구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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