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지도지사 선거에서 양강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이재명 후보와 남경필 후보가 출마 선언 이후 공식 행사에서 처음 만난 것은 지난달 26일 경기 양평군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제64회 경기도체육대회에서다. 당시 두 사람은 ‘멋진 경쟁’을 약속했다. <양평|소미연 기자>

[시사위크|경기 고양·광명·양평=소미연 기자] 결국은 자질 논란이다.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 출마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남경필 자유한국당 후보는 서로의 자질을 문제 삼고 있다. 생각하는 기준점은 달랐다. 각각 업무 성과와 인격에 대한 검증을 요구했다. 이재명 후보는 남경필 후보의 ‘경기도 채무제로’ 공언을 거짓말이라 지적했고, 남경필 후보는 이재명 후보의 이른바 ‘형수 욕설 음성파일’을 근거로 후보자 교체를 주장했다. 양측의 신경전은 날이 갈수록 더해지고 있다.

◇ “남경필, 무소속으로 나와야 했는데…”

후보 간 공방이 치열해지고 있는 것과 달리 경기도민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17일 경기 고양시 화정동 중앙공원에서 만난 도민 상당수는 “도긴개긴 아니냐”는 답변을 내놨다. 특히 퇴직 후 경비원으로 일하고 있는 A(74)씨는 “조금 더 지켜본 뒤 선택할 것”이라면서 “언론에서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이 월등히 앞서가는 것으로 보도하지만, 아직 마음의 결정을 못한 유권자들도 많다”고 설명했다. 현재의 지지율은 여론조사 응답에 취약한 장년층의 고민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실제 이날 공원에서 만난 남경필 후보는 자신감을 나타냈다. “충분히 역전할 수 있는 시간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16회 고양연등문화축제 봉축법요식에 참석해 특유의 친밀성으로 도민들에게 인사를 전했고, 도민들은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문제는 소속된 정당이다. 일각에선 “무소속으로 나왔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두언 전 한나라당 의원의 말처럼 “경기지사로서 평가는 좋지만 당 때문에 지지율이 낮다”는 것이다. 남경필 후보는 당보다 다소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이재명 후보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높은 지지율을 보이며 선두를 달리고 있다. 다만 남경필 후보가 계속 언급하고 있는 ‘형수 욕설 음성파일’에 대한 논란은 부담이다. <광명|소미연 기자>

남경필 후보가 불심(佛心) 잡기에 정성을 쏟고 있을 때 이재명 후보는 광주에 도착했다. 5·18광주민주화운동 전야제 참석을 위해서다. 하지만 선거에 대한 고민은 여전했다. 남경필 후보가 다시 한 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후보의 해명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한데 대한 답답함이 컸다. 급기야 이재명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남경필 후보에게 호소했다. “늙고 병든 어머니에 대한 패륜적 폭언과 폭행이라는 참혹한 현장에 직면했던 ‘자식’ 이재명을 조금만 이해해 주면 안되겠느냐”는 것이다.

앞서 이재명 후보는 문제가 된 음성파일에 대해 “인격수양이 부족했다”며 수차례 공개적으로 사죄했다. 하지만 남경필 후보는 이재명 후보의 폭언은 해명과 달리 “친모에 대한 친형의 폭행 전에 발생했다”고 주장하며 불씨를 키웠다. 이재명 후보 측은 기자에게 “친형이 모친 댁에 최초 난입한 것은 2012년 5월28일로, 그 과정에서 패륜발언이 있었다”면서 이미 폭행사건 전부터 항의하는 전화통화가 이뤄져 “녹음 내용이 왜곡 조작됐다”고 설명했다.

◇ 이재명의 지지율 고공행진 ‘이유 있다’  

판단은 도민의 몫이다. 이재명 후보가 경기지사 출마를 선언했을 당시 도민들이 보여준 뜨거운 관심이 지속될 수 있느냐가 이번 선거의 핵심으로 부상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만큼 이재명 후보의 인기는 곳곳에서 발견됐다. 지난달 26일 경기 양평군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제64회 경기도체육대회 당시 이재명 후보를 발견한 20대의 무용수는 “너무 반갑다”며 소리를 질러 주변의 이목을 끌었다. 이달 2일 경기 광명시 전통시장의 상인들은 이재명 후보의 방문에 반가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남경필 후보가 장대비 꼳아지는 궂은 날씨에도 도민들과 스킨십 확대에 나섰다. 그는 “충분히 역전할 수 있는 시간이 있다”고 생각했다. <고양|소미연 기자>

광명시장상점가진흥사업협동조합 안경애 이사장은 이재명 후보가 돌아간 뒤에 기자와 만나 “분위기가 좋았다. 성남시의 성공한 사례를 알고 있기 때문에 기대가 큰 것 같다”고 말했다. 당시 현직 경기지사였던 남경필 후보에 대해선 “원래 현직에 대한 섭섭함은 있을 수밖에 없지 않느냐”며 말을 아꼈다. 

남경필 후보는 이달 9일에서야 본격적인 선거에 뛰어들었다. 도정 공백을 우려한 탓이다. 그는 공백 최소화를 위해 일부 정무직 공무원들의 잔류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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