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의 둘째 형 노건평 씨가 지난해 8주기 추도식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그는 오는 23일 9주기 추도식을 앞두고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도 그리운 마음을 나타냈다. <뉴시스>

[시사위크|경남 김해=소미연 기자] 3년 전만 해도 노건평 씨는 손사래를 쳤다. 기자와 말하고 싶지 않다는 뜻이었다. 당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로비 리스트 파문과 관련해 의혹이 제기된데 데에 “과거의 나와 아무 상관없는 일”이라고 선을 그은 게 전부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둘째 형으로, 한때 ‘봉하대군’으로 불렸던 그는 “항시 (기자들에게) 시달려왔다”며 부담을 토로했다. 언론의 접촉을 피한 이유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지난 19일 자택 앞에서 기자와 만나 “잘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허허 소리를 내며 웃기도 했다.

◇ “덤덤하게 살고 있다”

노건평 씨는 여전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잠든 봉하마을에서 농사를 지었다. 부인 민미영 씨는 봉하마을의 명물로 자리 잡은 찰보리빵을 팔았다. 일명 ‘봉하빵’이다. 추모객들의 방문이 가장 많은 5월, 민미영 씨는 앉아있을 틈 없이 바빴지만 기자와 마주칠 때마다 웃는 얼굴을 보였다. 이웃들의 칭찬이 자자했다. “사람이 순하고 참 좋다”는 얘기다. 그는 권양숙 여사와도 살갑게 지내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노건평 씨는 권양숙 여사와 거리를 뒀다. 그는 “나도 바쁘고, 그쪽(권양숙 여사)도 머리 시끄럽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정작 속내가 복잡한 것은 노건평 씨다. “덤덤하게 살고 있다”면서도 “시끄러운 정치권” 때문에 마음이 무거운 것.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경남지사 후보의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드루킹 사건’에 대해 “정치 공세가 심하다”며 답답한 표정을 지었고, 최근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에서 권양숙 여사에 대한 불법사찰을 벌인 정황이 드러난데 대해 “기분이 좋지 않다”고 답했다. 앞서 권양숙 여사 측은 불법사찰을 당한 것과 관련 “입장이 없다”고 전했다. ‘조용히 살고 싶다’는 소망의 표현이었다.

노건평 씨와 부인 민미영 씨는 봉하마을에서 농사를 짓고 봉하빵을 판매하며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부부는 말을 아끼면서도 친절한 모습을 보였다. <경남 김해|소미연 기자>

실제 권양숙 여사는 보폭이 넓지 않았다. 이웃들은 “권양숙 여사가 (사택 밖으로) 잘 나오지 않아 한 동네에 살아도 마주치는 경우가 드물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이웃 간 거리는 많이 좁혀졌다. 권양숙 여사는 ‘사저를 시민의 품으로 돌려주겠다’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지에 따라 2013년 11월 사저 공개 의사를 밝혔고, 2015년 7월 현 사택으로 거처를 옮겼다. 사택은 봉하마을 초입과 가깝다. 이웃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살아계셨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며 안타까운 마음을 표현했다.

노건평 씨에게도 노무현 전 대통령은 그리움으로 남았다. “세월이 흐르면 기억에서 멀어지고 (관심이) 끊어질 줄 알았다”는 것. 하지만 오는 23일 서거 9주기를 앞두고 생각이 바뀌었다. 그는 “이번에도 추모객들이 많이 올 것 같다. 행사도 원만히 잘 진행될 거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자신도 추도식에 참석할 계획이다. 지난해 8주기 추도식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상을 시청하며 눈물을 닦았던 형이다. 벌써 9년이란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 동생을 떠나보내지 못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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