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러시아월드컵이 닷새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뉴시스>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2018 러시아월드컵이 닷새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국내에서는 21세기 들어 열린 월드컵 중 가장 적은 기대와 관심을 받고 있지만, 세계 최대 스포츠축제라는 점엔 이견이 없다. 이번 월드컵에서 놓치지 말아야할 관전포인트를 정리해본다. 첫 번째는 때로 너무나 밉고 원망스럽지만, 그래도 응원하지 않을 수 없는 한국대표팀이다.

◇ 브라질월드컵 재현은 금물

월드컵은 우리에게 무척 익숙한 대회다. 1986년 멕시코월드컵 이후 이번까지 9회 연속 본선진출에 성공했고, 1954년 스위스월드컵까지 총 10번 본선무대를 밟은 바 있다. 9회 연속 본선진출은 전 세계적으로도 6번째에 해당한다. 물론 ‘축구변방’으로 평가되는 아시아지역이긴 하지만 대단한 기록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우리의 20세기 월드컵은 대부분 좋은 결과를 남기지 못했다. 1998년 프랑스월드컵까지 단 1승도 거두지 못한 우리다. 꿈 같은 반전이 찾아온 것은 2002년 한·일월드컵이다. 우리는 월드컵 첫 승을 넘어 4강까지 올라서는 기적을 연출했다. 한국 축구사는 물론, 세계 축구사에 남을 대사건이었다. 이후 2006년 독일월드컵과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는 각각 해외월드컵 첫 승리와 첫 16강 진출을 이뤄내며 의미 있는 성과를 남겼다.

그러나 최근 분위기는 썩 좋지 않다. 앞선 2014년 브라질월드컵은 ‘역대 최악’이라 평가받을 정도로 결과는 물론 내용도 좋지 않았다. 브라질월드컵이 끝난 뒤 대대적인 혁신을 위해 울리 슈틸리케 감독을 선임하고 2018 러시아월드컵까지 오랜 시간을 맡기기로 했지만, 월드컵 본선진출에 빨간불이 켜지는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결국 슈틸리케 감독과 결별했고, 많은 논란과 진통 끝에 신태용 감독이 월드컵을 진두지휘하게 됐다.

우여곡절 끝에 간신히 월드컵 본선진출 티켓은 거머쥐었지만, 본선에선 더 큰 어려움이 기다리고 있다. 우리는 세계 최강 독일과 각각 북유럽·북중미의 강호로 꼽히는 스웨덴, 멕시코와 조별예선을 치르게 됐다.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32개국 중 어느 하나 우리에게 쉬운 상대는 없지만, 유난히 까다로운 팀들을 만나게 된 상태다.

그렇다면 이번 월드컵에서 우리는 어떤 성적을 거두게 될까.

먼저, 디펜딩 챔피언 독일은 이번 월드컵에서도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힌다. 맨체스터 시티의 EPL 우승에 큰 공을 세운 르로이 사네가 대표팀에 들지 못했을 정도로 쟁쟁한 선수들이 즐비하다. 아마도 우리와의 경기엔 베스트멤버가 가동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지만, 그렇다 해도 우리가 독일을 꺾을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독일을 논외로 친다면, 스웨덴과 멕시코를 상대로 성과를 내야한다. 하지만 이 또한 쉽지 않아 보인다.

스웨덴은 힘과 체격이 강점이고, 끈끈한 축구를 구사한다. 최종예선 플레이오프에서 이탈리아를 꺾고 올라왔을 정도로 묵직한 힘이 있다. 반면, 북중미의 강호 멕시코는 특유의 개인 기술이 일품이다. 또한 월드컵 경험이 풍부하고, 베테랑도 다수 포진해있다. 우리로서는 전혀 다른 스타일의 스웨덴과 멕시코를 상대해야한다는 점이 또 다른 골칫거리다.

월드컵은 한 골, 한 경기의 결과가 전체 대회의 성과를 좌우한다. 특히 우리처럼 약체에 해당하는 팀은 상대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맞춤형 전략·전술이 요구된다.

우리에게 한 가지 희소식은 경기일정이다. 스웨덴-멕시코-독일 순으로 경기를 치른다. 대체로 월드컵 첫 경기는 다른 경기에 비해 컨디션 등 변수가 많은 편이다. 만약 이러한 점을 잘 활용하고, 스웨덴의 약점을 공략해 최소 무승부 정도의 성과만 거둔다면 분위기를 가져올 수 있다.

두 번째 상대인 멕시코는 첫 경기에서 독일을 상대한다. 멕시코 역시 독일을 꺾을 능력이 충분하지만, 독일 쪽에 무게가 실리는 것이 사실이다. 만약 독일이 멕시코를 제압한다면, 멕시코는 우리와의 경기에서 심리적으로 쫓길 수밖에 없다. 무승부가 아닌, 반드시 승리가 필요한 입장이 되기 때문이다. 역시 이 부분을 잘 공략한다면 우리는 또 한 번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시나리오보다 중요한 것, 즉 결과보다 중요한 것은 과정이다. 운 좋게 승리를 거두거나 16강에 오르는 것보단, 지더라도 끝까지 최선을 다하고 후회 없는 경기를 펼쳐준다면 우리 국민들은 박수를 아끼지 않을 것이다. 부디 우리 대표팀이 브라질월드컵의 과오를 반복하지 않길, 더불어 좋은 성과도 낼 수 있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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