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트로피를 들고 오클랜드에서 카 퍼레이드를 하는 스테판 커리. 커리는 골든 스테이트의 주전 라인업 중 잔류가 확실한 유일한 선수다. <뉴시스/AP>

[시사위크=하인수 기자] 우승의 영광을 뒤로하고 논공행상을 시작해야 할 시간이 왔다. 제 아무리 선수단의 분위기가 좋은 골든 스테이트라 하더라도 전리품을 분배하는 작업은 쉽지 않다. 곧 계약이 종료되는 주전 선수들의 몸값이 껑충껑충 뛰고 있기 때문이다.

◇ 1. ‘커탐듀그’를 볼 수 있는 것은 내년, 늦어도 내후년까지다

스테판 커리와 클레이 탐슨, 드레이먼드 그린은 골든 스테이트가 자랑하는 시스템 농구의 핵심선수들이며, 이적생인 케빈 듀란트는 이 시스템 농구에 더할 나위 없이 잘 녹아들었다. 그러나 이 4명의 조합을 볼 날은 얼마 남지 않은 듯하다. 2018/19시즌이 끝나면 클레이 탐슨은 자유계약선수(FA)가 되며, 그 다음 해에는 드레이먼드 그린이 같은 자격을 얻는다.

스테판 커리는 이미 2021/22시즌까지 계약이 돼 있으며, 골든 스테이트가 남은 세 선수 중 가장 우선적으로 계약해야 할 선수는 듀란트가 될 수밖에 없다. 2019/20시즌의 샐러리캡은 약 1억800만달러로 추정된다. 커리가 이 해에 4,023만달러의 연봉을 받기 때문에, 듀란트가 페이컷을 감수해 3,000만달러의 연봉만 받는다고 가정해도 두 선수의 연봉은 샐러리캡의 70%를 차지하게 된다. 성적과 우승으로 자신들의 실력을 입증한 탐슨과 그린의 몸값이 높아졌다는 것을 고려하면 골든 스테이트가 네 선수를 모두 잡는 그림은 상상하기 어렵다.

클레이 탐슨은 이번 시즌 구단과 연장계약을 맺을 수 있지만, 더 유리한 조건을 얻기 위해 내년까지 미룰 가능성이 크다. 스포츠언론사 ‘리얼지엠’은 최근 드레이먼드 그린이 ‘슈퍼맥스’ 계약을 원한다고 보도했다.

◇ 2. 페이컷은 전가의 보도가 아니다

누구나 케빈 듀란트처럼 돈을 대하는 것은 아니다. NBA가 전 세계에서 가장 연봉수준이 높은 리그인 것은 맞다. 때때로 돈보다 높은 성적과 좋은 팀 동료들을 우선시하는 선수들이 있다는 것도 맞다. 그러나 아무리 NBA라 하더라도 연 수백만달러의 수입을 간단히 포기할 선수들은 많지 않다. 심지어 작년에 자신의 몸값을 950만달러 깎으며 팀에 남았던 듀란트조차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다시 한 번 페이컷을 할 생각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우승을 미끼로 좋은 선수들을 헐값에 사들이겠다는 아이디어는 상당히 매력적이다. 강팀에는 언제나 우승이라는 목표를 위해 염가 봉사한 좋은 벤치 플레이어들이 있었다. 그러나 주전급의 선수들을 영입하는 시나리오에서 페이컷을 전제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발상이다.

◇ 3. 갈매기는 베이 에어리어에서 날지 않는다

미간에서 붙어있는 눈썹 모양 때문에 ‘갈매기’라는 별명을 얻은 뉴올리언스 펠리컨스의 센터 앤써니 데이비스는 아마도 현재 NBA에서 가장 시장가치가 높은 선수일 것이다. 리그에서 점점 희귀해지고 있는, 공격과 수비가 모두 가능한 빅맨이라는 점과 이제 갓 25살을 넘긴 나이는 그를 특별하게 만드는 요소들이다.

자연히 FA시장에서 거물을 영입할 의사가 있는 팀들은 데이비스에게 눈독을 들일 수밖에 없다. 골든 스테이트 역시 데이비스에게 관심이 있다는 소스가 끊임없이 흘러나온 구단 중 하나다.

그러나 적어도 앞으로 2년 동안은 데이비스가 뉴올리언스 구단을 떠날 일은 없어 보인다. 앤써니 데이비스는 뉴올리언스 구단과 2019/20시즌까지 계약이 된 상태며, 그 후에는 플레이어 옵션을 통해 자유계약선수로 시장에 나올지 말지를 결정할 수 있다. 그리고 뉴올리언스 펠리컨스는 앤써니 데이비스를 트레이드할 생각이 없다. 엘빈 젠트리 뉴올리언스 감독은 이미 “데이비스를 데려가고 싶다면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 구단(NFL)과 전용기 두 대는 준비해야 할 것”이라며 으름장을 놓은 바 있다.

설령 2년이 지난 후 앤써니 데이비스가 FA로 풀리더라도 골든 스테이트가 행선지가 될 가능성은 낮다. 골든 스테이트는 슈퍼맥스 계약을 맺고 있는 스테판 커리에게 2020/21시즌에 4,300만달러의 연봉을 지급해야 한다. 여기에 케빈 듀란트까지 맥스에 가까운 금액으로 계약한다고 가정하면 데이비스가 만족할 만한 계약을 제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2020년이면 27살, 운동선수로서의 신체능력이 최고조에 달했을 나이인 데이비스가 스스로 몸값을 깎으며 골든 스테이트에 합류하는 것도 상상하기 어려운 시나리오다.

◇ 4. 그럼에도 불구하고 골든 스테이트는 여전히 컨텐더일 것이다

스테판 커리와 케빈 듀란트가 남아있는 한, 그리고 골든 스테이트가 챔피언으로서 쌓아온 문화가 무너지지 않는 한 골든 스테이트는 여전히 강력한 우승후보로 남아있을 것이다. 샌안토니오 스퍼스가 팀 던컨 드래프트를 계기로 20년 동안 이어진 명가를 건설한 것처럼 골든 스테이트도 2014년을 시작으로 리그의 역사에 남을 명문 팀의 길에 들어섰다. 이것을 가능하게 한 것은 밥 마이어스 단장과 스티브 커 감독, 커리를 비롯한 프랜차이즈 선수들이 만들어낸 워리어스의 팀 컬쳐다. 골든 스테이트는 탐슨 또는 그린, 혹은 두 선수가 모두 빠져나간 자리를 메우기 위해 최선의 선택을 할 것이며, 그것이 앤써니 데이비스가 아니더라도 골든 스테이트는 ESPN의 우승후보 랭킹에서 맨 윗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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