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러시아월드컵 개막전에서 사우디아라비아가 러시아에게 0대5 참패를 당했다. <뉴시스/AP>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2018 러시아월드컵 개막전에서 아시아가 또 한 번 굴욕을 당했다. 개최국 러시아를 상대한 사우디아라비아가 0대5 완패를 당한 것이다.

스코어는 물론 경기내용에서도 변명의 여지없는 완벽한 패배였다. 우리로서는 1998 프랑스월드컵에서 네덜란드에게 당한 0대5 패배가 떠오르는 경기였다. 사우디아라비아 입장에선 2002 한일월드컵 독일 전 0대8 참패의 악몽을 다시 마주하게 됐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체격과 속도, 기술과 조직력 등 모든 부분에서 러시아에게 뒤쳐졌다. 여기에 경기장을 가득 메운 러시아 홈팬들의 일방적인 열기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초록색 유니폼을 마치 보호색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2006 독일월드컵 이후 모처럼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사우디아라비아지만, 아시아에선 전통적인 ‘중동의 강호’로 통한다. 이번 월드컵 예선에서도 2차예선을 무패(6승 2무)로 가뿐히 통과한 뒤 최종예선에서 호주를 밀어내고 B조 2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아시아를 벗어나 세계무대로 나오면 사우디아라비아는 한없이 작아졌다. 첫 월드컵 본선진출이었던 1994 미국월드컵에서 깜짝 16강 진출에 성공한 뒤로는 세 차례 월드컵에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하고 있다. 12년 만에 다시 찾은 월드컵 본선에서도 첫 경기부터 망신만 당하고 말았다.

더욱이 사우디아라비아를 무너뜨린 러시아는 최근 유럽축구의 중심도 아니다. 유로 2008 4강을 빼면 굵직한 성과가 없었다. 2014 브라질월드컵에선 우리에게 유일한 승점을 안겨주기도 했다. 물론 자국에서 열리는 이번 월드컵을 그 어느 때보다 공들여 준비했고, 홈의 이점도 컸지만 0대5의 스코어는 누구도 쉽사리 예상하지 못했다.

문제는 이것이 비단 사우디아라비아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아시아 축구 몰락의 신호탄이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우리나라와 일본, 호주, 이란 등이 나섰던 브라질월드컵에서 아시아 국가는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다. 네 나라의 합산 성적이 12전 3무 9패로 처참했다.

이번 월드컵도 기대보단 우려가 많다. 우리나라는 독일·멕시코·스웨덴, 이란은 포르투갈·스페인·모로코, 호주는 프랑스·덴마크·페루 등 쉽지 않은 조에 속했다. 아시아 국가 중 그나마 수월한 조에 속했다고 평가되는 일본도 콜롬비아·폴란드·세네갈 등 까다롭긴 마찬가지다. 사우디아라비아는 그나마 해볼 만한 상대였던 러시아에게 참패를 당하면서 남은 우루과이·이집트 전은 더욱 어렵게 됐다. 자칫 ‘아시아 국가 무승월드컵’이 재현될 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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