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숙인 메시의 모습. 메시가 이끄는 아르헨티나는 졸전 끝에 아이슬란드와 무승부를 기록했다. <뉴시스/신화>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2018 러시아월드컵이 초반부터 무척 흥미진진하다. 우승부호로 꼽히던 나라들이 연이어 덜미를 잡히며 이변이 속출하고 있다. 우승국 못지않게 궁금한 ‘이변의 희생양’은 누가 될지 주목된다.

러시아가 사우디아라비아를 완전히 제압하고, 우루과이가 접전 끝에 이집트를 무너뜨릴 때까지만 해도 러시아월드컵은 ‘예상대로’ 진행됐다. 하지만 이후 러시아월드컵은 각본 없는 반전드라마로 접어들었다. 이란이 경기막판 자책골에 힘입어 모로코를 꺾었고, 프랑스는 호주를 만나 간신히 승리를 챙겼지만 혼쭐이 났다. 메시의 아르헨티나는 인구 33만 명의 아이슬란드를 넘지 못하며 최대 이변을 남겼고, 네이마르의 브라질도 스위스와 무승부에 그치며 자존심을 구겼다. 우리가 속한 F조에서도 멕시코가 디펜딩 챔피언 독일을 꺾는 드라마가 연출됐다.

월드컵에서는 늘 ‘돌풍의 팀’과 함께 ‘이변의 희생양’이 등장해왔다. 앞선 2014 브라질월드컵에선 스페인과 이탈리아, 잉글랜드, 포르투갈 등 유럽의 우승후보들이 줄줄이 조별리그 탈락이란 수모를 겪었다. 2010 남아공월드컵에선 프랑스와 이탈리아가 나란히 조별리그에서 탈락했고, 북유럽의 강호 덴마크도 일본에게 일격을 당하며 16강을 밟지 못했다.

실제 월드컵에는 전 대회 4강 진출국 중 적어도 한 곳은 이변의 희생양이 되는 징크스가 이어지고 있다. 남아공월드컵 결승전 주인공이었던 네덜란드와 스페인 중 스페인은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남아공월드컵에서 나란히 조별리그 탈락한 프랑스와 이탈리아 역시 전 대회인 독일 월드컵 결승전 진출국이었다. 2002 한일월드컵 4강 진출국 중에선 터키와 우리나라가 각각 본선진출 실패 및 조별리그 탈락으로 징크스를 이어간 바 있다. 2002 한일월드컵에선 1998 프랑스월드컵 우승국 프랑스가 조별리그에서 탈락했었다.

이러한 징크스는 이번 월드컵에서도 조짐을 나타내고 있다. 브라질월드컵 4강 진출국은 브라질, 독일, 네덜란드, 아르헨티나였다. 이 중 네덜란드는 아예 월드컵 무대를 밟지 못했고, 브라질과 독일, 아르헨티나는 모두 첫 경기에서 승리를 챙기지 못했다. 징크스가 또 반복된다면, 브라질, 독일, 아르헨티나 중 한 곳은 조별리그에서 탈락할 전망이다.

러시아에 악몽 같은 기억을 남긴 채 일찌감치 짐을 싸게 될 우승후보국은 어디가 될까. 남은 조별리그 일정을 주목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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