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 사무국은 26일(한국시각) 신인왕과 올해의 코치상 등 각종 어워드를 발표했다. 사진은 2017/18시즌 MVP를 수상한 제임스 하든(휴스턴 로켓츠). 하든은 2009년 오클라호마시티에 드래프트됐다가 3년 뒤 휴스턴으로 트레이드됐다. <뉴시스/AP>

[시사위크=하인수 기자] 마침내 발표된 MVP 트로피의 주인은 휴스턴 로켓츠의 에이스, 제임스 하든이었다. 투표권을 가진 101명 중 86명이 하든에게 1위표를 던졌다. 지금까지 MVP 투표에서 2위만 2번 차지한 하든은 이번엔 르브론 제임스를 따돌리고 시즌 최고의 활약을 펼친 선수임을 공인받았다.

하든은 올해 평균 30.4득점(전체 1위)과 8.8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했으며 휴스턴은 65승 17패의 성적으로 리그 전체 1위에 올랐다. 비록 서부지구 결승전에서 골든 스테이트에게 석패하며 왕좌를 노리는 데는 실패했지만 휴스턴과 하든의 지난 한 해는 ‘센세이셔널’이라는 표현에 부족함이 없었다.

하든과 휴스턴이 기쁨을 만끽하는 가운데, 다소 멋쩍은 표정을 짓고 있는 팀이 있다. 하든의 전 소속팀인 오클라호마시티 썬더다. 제임스 하든이 MVP를 수상하면서 오클라호마시티는 시애틀 슈퍼소닉스에서 연고지를 이전한 후 10년 만에 세 명의 MVP를 드래프트하는 진기록을 썼다. 2013/14시즌 MVP 케빈 듀란트와 2016/17시즌 MVP 러셀 웨스트브룩, 그리고 2017/18시즌 MVP가 된 제임스 하든이 그 주인공들이다.

오클라호마시티 썬더는 지난 2007년 1라운드 2픽으로 케빈 듀란트를 지명했으며 그 다음 해에는 1라운드 4픽으로 러셀 웨스트브룩을 데려왔다. 다시 1년이 지난 2009년에는 제임스 하든이 1라운드 3순위 지명자로서 오클라호마시티의 유니폼을 입었다. 신인드래프트에서 한 팀이 3년 동안 뽑은 세 선수가 모두 MVP가 된 것이다. 물론 오클라호마시티의 초창기 성적이 그만큼 좋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지만, 높은 픽 순위를 가지고도 좋은 선수를 뽑지 못한 사례는 NBA에 부지기수로 많다. 단순한 올스타도 아닌 MVP가 될 원석들을 골라낸 프런트의 혜안은 찬사를 받을 만하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이 세 선수가 함께 MVP 기념사진을 촬영한 적은 없다. 제임스 하든이 아직 22살에 불과하던 시절, 파이널 무대에서 마이애미 히트에게 패배한 오클라호마시티는 하든을 휴스턴 로켓츠로 트레이드한다. 그리고 4년 뒤 FA자격을 얻은 케빈 듀란트가 골든 스테이트로 이적을 선언하면서 오클라호마시티 3형제는 서로 다른 세 팀의 에이스가 된다.

홀로 남겨진 러셀 웨스트브룩은 2016/17시즌 MVP를 수상하며 자신의 노고를 보답 받는다. 역사상 두 번째로 작성한 시즌 평균 트리플 더블 기록이 그의 가치를 증명한다. 그러나 웨스트브룩은 팀이 지난해보다 여덟 번 더 패배하는 것도,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서 시즌을 마감하는 것도 막지 못했다.

이제 세 MVP는 서부지구의 왕좌를 놓고 힘을 겨루는 사이가 됐다. 지난 해 오클라호마시티를 1라운드에서 떨어트린 것은 하든의 휴스턴이었으며, 하든은 올해 듀란트의 골든 스테이트에게 무릎 꿇었다. ‘듀란트와 하든이 모두 오클라호마시티에 남았다면’이라는 상상은 썬더의 팬들에겐 너무나 달콤하게 들리겠지만, 세 선수의 몸값이 오를 대로 오른 만큼 이제는 불가능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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