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연대노조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지부는 하청업체 자회사 전환과 임금구조 개편, 유연근무제 폐쇄 등을 촉구하며 서울 종로구 SK 본사 서린빌딩 앞에서 무기한 농성에 돌입했다.

[시사위크=조나리 기자] 지난해 SK브로드밴드 자회사 편입을 거부했던 하청업체들이 SK브로드밴드와의 위탁 계약이 만료됐음에도 ‘계약 연장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선언, 임시휴업에 돌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청업체와 SK브로드밴드 간 갈등에 자회사 전환만을 기다려온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한숨만 깊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희망연대노조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지부는 “1년 동안 하청업체에 소속돼 자회사 전환만을 기다려온 노동자들은 뭐가 되냐”면서 “홈앤서비스와 SK브로드밴드도 대규모 신규채용을 하는 등 하청업체 전환에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 홈앤서비스-하청 동상이몽에 비정규 기사들만 ‘발 동동’

지난해 SK브로드밴드는 홈앤서비스라는 자회사를 설립, 하청업체 소속 인터넷 및 IPTV 설치·수리 기사들을 고용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하청업체들의 반발이 있었고, 결국 강서·마포·제주 지역 등 3개 하청업체들이 남은 위탁 기간을 유지하기로 했다. 그간 노조는 240여명의 하청업체 기사들을 자회사로 전환할 것을 요구해왔고, 올해 6월 30일 하청업체들의 위탁 계약이 만료됐다. 그런데 지난 3일 하청업체들이 4일자로 임시휴업에 돌입, 사실상 위탁계약 종료 거부를 선언하며 갈등을 예고했다.

<시사위크>가 입수한 임시휴업 공고문에는 “SK브로드밴드와의 위탁 재계약 추진 및 사업장의 업무환경 개선, 경영환경 정비를 위해 4일부터 휴업을 공지한다”면서 “임직원분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향후 있을 SK브로드밴드와의 위탁 재계약 또는 영업환경 조성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향후 하청업체 측과 SK브로드밴드가 법적분쟁까지 벌일 경우 비정규 기사들의 고용불안이 장기화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시사위크>가 입수한 SK브로드밴드 하청업체 3곳의 임시휴업 공고문.

이에 대해 지부는 “사실상 원청과 보상을 둘러싸고 협상이 잘 안 되고 있는 것 아니겠냐”면서 “중간에 낀 노동자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제 그만 놓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부에 따르면 하청업체들은 오는 7일까지 센터 인수 등을 마무리 지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소속 기사들의 퇴사 절차 등도 아직까지 진행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더욱이 SK브로드밴드와 홈앤서비스가 이들과의 위탁 계약이 종료되기 전 대규모 채용 공고를 내면서 하청 기사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SK브로드밴드 측은 하청업체들과 위탁 계약 종료를 밝힌 만큼 재계약 가능성은 일축했다. 그러나 지부에서 요구하는 하청업체 기사들의 즉시 고용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하청업체 기사들이 소속 회사와 퇴사 절차를 잘 마무리 한 후 신규채용에 따라 입사지원을 한다면 절차에 따라 진행될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 “지난해 몇몇 하청업체에서 계약 기간 보장을 요구해 그동안 SK브로드밴드를 위해 일해 준분들에 대한 배려로 위탁 관계를 유지한 것”이라고 말했다.

◇ “농성 목적은 하청 때와 같아... 임금구조 개편해야”

자회사 소속 기사들도 사측과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현재 지부 측은 하청업체 자회사 전환과 임금구조 개편, 유연근무제 폐쇄 등을 촉구하며 서울 종로구 SK 본사 서린빌딩 앞에서 무기한 농성에 돌입한 상태다. 지난달 29일에는 조합원 1,500명(경찰 추산)이 1박2일 총파업에 돌입하기도 했다. 홈앤서비스 전환 후 첫 파업이었다.

그간 지부는 건당 수수료 체계와 다를바 없는 포인트 체계 임금구조 개편을 사측에 요구해왔다. 그러나 협상은 매번 결렬되면서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이같은 임금구조는 하청 소속 AS서비스 기사들 대부분이 처한 고질적인 임금구조다.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기사들 입장에서는 실질적인 생활 유지를 위해 장시간 노동도 마다할 수 없다. 현재 홈앤서비스 기사들의 기본급은 월 158만원이다.

지난 6월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 자회사 전환 이후 노동실태와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개선방안’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임금 및 복리후생 실태와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정범채 지부장은 “지난해 자회사로 전환된다는 발표가 나올 때 주변에서 축하를 많이 받았다”면서 “그런데 지금은 창피해서 어디 가서 말도 못하고 있다. 친척들이 안부를 물어도 얼버무리고 만다”고 토로했다. 이어 “최근 사측이 파업 및 농성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각종 술책을 쓰고 있다”면서 “하청업체 계약 종료 전 채용공고를 하는 것도 마찬가지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지부는 지난달 25일 오전 1박2일 총파업을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런데 같은날 오후 7시께 사측은 ‘개통 총량 확대 프로모션 시행’을 안내하며 7월 7일까지 야간과 주말 개통 프로모션을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프로모션에 참여할 경우 인센티브도 지급된다. 물론 사측은 프로모션 목적에 대해 주 52시간 시행에 따른 혼란을 줄이기 위함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신규채용 공고 역시 퇴사자 대응에 따른 것일 뿐 파업과는 관계가 없다는 입장이다.

정범채 지부장은 “그간 많은 서비스기사들이 저임금 고강도 노동에 시달리고 심지어 작업 중 사망하는 사고도 발생했었다. 모든 문제의 원인은 임금구조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변한 것은 없다. 야간에 주말에 일하지 않아도 실생활을 유지시켜달라는 것이 우리가 늘 요구했던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SK브로드밴드 측은 “100여개의 하청업체를 하나의 회사로 편입시켜서 운영하는 데 어려 어려움이 있다. 임금구조 역시 일괄적으로 적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아직 1년밖에 되지 않은 만큼, 단계적으로 접근하면서 문제들을 개선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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