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클라호마시티는 더 좋은 성적을 위해 막대한 사치세를 감내하고 나섰다. 지난 1일(현지시각) 폴 조지(사진)는 오클라호마시티 썬더와 4년 1억3,700만달러에 재계약했다. <뉴시스/AP>

[시사위크=하인수 기자] 구단을 운영하는 방식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당장 우승에 도전하든가, 아니면 몸을 낮추고 때를 기다리는 것이다. 무리하게 ‘윈 나우’를 선택했다가 역풍을 세게 맞은 전례들을 보면 후자가 안전해 보인다. 이름값 있는 선수들을 긁어모았지만 성적은 시원찮았던 2013년의 LA 레이커스나 가넷‧피어스를 영입하기 위해 미래 신인지명권을 모두 팔아넘겼던 브루클린 넷츠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좋은 전력을 구축해둔 팀의 입장에서는 우승 욕심을 쉽게 버릴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아무리 골든 스테이트가 막강한 전력을 구축하고 있다 하더라도 2016년과 같은 기적이 다시 일어나지 말란 법도 없다. 이미 뛰어난 에이스를 보유하고 있는 팀들은 미래를 팔아 현재를 사는, 즉 신인지명권 판매와 대형계약(사치세)을 통해 좋은 선수들을 영입하는 방안을 시도할 수 있다. NBA의 구단주들은 모두 성공한 기업가들이며, 기회가 왔을 때 손해를 감수하고 나서는 것을 꺼리지 않는다.

휴스턴은 지난 1일(현지시각) 크리스 폴이 자유계약선수로 풀리자마자 4년 1억6,000만달러에 재계약했다. 주전 센터인 클린트 카펠라는 제한적 자유계약선수 신분이며, 때문에 다른 팀이 어떤 액수를 제시하든 휴스턴이 같은 금액을 낼 용의만 있다면 그를 붙잡을 수 있다. 만 33살의 크리스 폴과 다년계약을 맺으며 우승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휴스턴이 24살의 카펠라를 놓아줄 이유는 없다. 다만 폴과의 재계약으로 이미 재정상황에 과부하가 걸린 휴스턴이 카펠라까지 붙잡으려면 상당한 지출은 각오해야 한다.

나이도 많고 부상경력도 있는 폴에게 거액을 안겨준 휴스턴의 선택에 많은 이들이 의문을 표하고 있다. 그러나 제임스 하든이 최고의 기량을 보여주고 있는 동안 한 번이라도 우승컵을 들고 싶은 휴스턴으로선 폴과의 재계약이 최선의 선택이다. 지난 시즌 하든과 폴, 카펠라가 모두 출전한 경기에서 휴스턴이 거둔 성적은 43승 3패. 플레이오프에서는 폴이 햄스트링 부상으로 이탈하기 전까지 골든 스테이트를 3대2로 몰아붙였다. 이 전력을 포기하고 미래를 내다본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다른 자유계약선수들 중에서 폴을 대신할 만한 선수도 없다.

오클라호마시티 썬더 역시 호랑이 등에서 내려올 생각이 없다. 지난 시즌 폴 조지‧카멜로 앤써니를 영입하며 많은 돈을 썼던 오클라호마시티는 이번 시즌에도 과감하게 지갑을 열었다. 폴 조지와 4년 1억3,700만달러에 재계약하는 한편 제레미 그랜트와 레이먼드 펠튼 등의 벤치자원도 모두 붙잡았다. 2년 연속으로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서 탈락했던 설움을 떨치기 위한 움직임이다.

오클라호마시티는 이대로라면 내년에만 3억달러를 선수단 구성비용으로 지출하게 되며, 이는 2018/19시즌 샐러리 캡(1억100만달러)의 3배다. 3억달러의 절반은 샐러리 캡을 넘어선 지출에 대해 지불해야 하는 ‘사치세’다. 사치세로 1억5,000만달러를 내는 것은 NBA 역사에서 유래가 없는 일이다.

오클라호마시티가 돈을 똑똑하게 썼다고는 말할 수 없다. 그러나 케빈 듀란트가 떠나고 러셀 웨스트브룩이 슈퍼맥스를 받고 있는 이상, 더 좋은 성적을 위해선 폴 조지를 붙잡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다. 선수단 구성은 어느 정도 모양새가 잡혔으니, 이제 남은 과제는 샘 프레스티 단장이 최고의 장사 수완을 발휘해 카멜로 앤써니를 트레이드하는 것이다. 성공한다면 1억달러에 가까운 벌금을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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