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신일그룹 돈스코이호' 기자회견에서 최용석 신임대표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시사위크>

[시사위크=장민제 기자] 26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신일그룹 돈스코이호’ 기자회견은 번복, 해명의 연속이었다. 150조원 가치의 보물선은 ‘재산적 가치가 충분한 무엇’으로 변경됐고, 돈스코이호를 내세워 팔던 암호화폐는 자신들과 무관하다며 발뺌했다. ‘신일그룹’은 ‘신일해양기술주식회사’로 사명을 탈바꿈했고, 취재진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기자회견을 예고하면서 말했던 ‘놀랄만한 사실과 사진, 영상 등을 추가로 공개하겠다’는 약속을 어떤 의미에선 지킨 모양새다.

◇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던 기자회견… 반복된 번복과 해명

이날 기자회견은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다. 당초 기자회견 장소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 회의실로 예고한 뒤, 돌연 세종문화회관으로 변경한 것.

이번 행사를 담당한 홍보대행사 관계자는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어제 오후 갑자기 연락이 왔다”며 “자기네들 취지와 맞지 않으니 대관을 해줄 수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대한상공회의소 측은 “협의 후 취소를 했다”며 “자세한 건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답했다.

우여곡절 끝에 변경된 장소에서 기자회견이 열렸지만, 발표내용도 신일그룹이 앞서 내세웠던 것과 달랐다. 그간 신일그룹은 울릉도 앞바다에 150조원 가치의 돈스코이호를 최초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신일그룹의 최용석 신임대표는 “돈스코이호에 금화 또는 금괴가 있는지와 그 양은 어느 정도인지 현재로서 파악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재산적 가치가 충분한 무언가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돈스코이호 150조원 보물’이란 문구에 대해선 “저희가 탐사를 계획하기 이전부터 사용됐다”며 “일부 언론보도 및 추측성 자료 등에 따라 검증 없이 인용했다”고 해명했다. 그는 “무책임한 인용에 대해 이 자리를 빌어 국민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고 말했다.

신일그룹이 울릉도 인근 바다에서 확인했다고 밝힌 '돈스코이호' 함명. <신일그룹>

◇ 신일그룹 “암호화폐 거래소와 무관”

하지만 ‘150조원’ 문구는 사과로만 끝낼 문제가 아니다.

신일그룹의 주장들은 그간 싱가포르 신일그룹 암호화페 거래소 홈페이지에서 공개됐다. 이 암호화폐 거래소는 ‘150조 돈스코이호’를 바탕으로 자신들이 발행하는 암호화폐 신일골드코인(SGC)을 홍보해 왔다. 실체가 불분명한 ‘보물’을 미끼로 투자자들을 끌어들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최 대표는 이에 대해 “신일골드코인은 싱가포르 신일그룹에서 운영하는 것으로 당사와 무관하다”며 “법인명이 동일해 발생된 일”이라고 말했다.

또 “설립 당시 홈페이지를 만들지 못해 싱가포르 웹페이지를 사용하다 보니 오해를 샀다”고 해명했지만, 취재진들 사이에선 ‘그게 말이 되냐’는 말까지 나왔다. 특히 신일골드코인의 상표권자는 신일그룹 최대주주였던 류상미씨로 알려졌다. 현재 최대주주는 최 대표가 운영 중인 씨피에이파트너스다.

최 대표는 이에 대해 전 대표가 개인적으로 추진한 일로 선을 그었다. 신일그룹은 지난 6월 1일 설립된 회사로, 돈스코이호 발견과 다큐멘터리 제작 및 가능하다면 인양까지가 목표라고 설명했다. 또 현재 ‘2기 이사진’이 들어선 상태이며, 기존 임원 및 주주들의 요청에 신임대표직을 수락했다고 말했다. 신일그룹 상호도 26일자로 신일해양기술주식회사로 변경했다.

◇ 피해자 보상, 도의적으로 할 것

최 대표는 ‘신일골드코인’ 관련 피해자가 발생하면 법적인 책임은 없어도 도의적으로 보상을 한다고 말했다. 신일그룹에 대한 류상미 씨의 지분이 남은 상태인데, 그 지분을 피해자들에게 돌려드릴 수 있도록 협의하겠는 것이다.

다만 류상미 씨가 보유한 신일그룹 지분이 보상에 충분할 만큼 금전적 가치를 지닐지는 불확실하다. 신일그룹이 자본금 1억원으로 시작할 당시 류상미 씨의 지분이 70%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가치는 7,000만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최 대표는 이에 대해 돈스코이호의 발굴 후 지분가치는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최 대표는 이날 발표 직후 쏟아지는 질문을 피해 세종문화회장 뒷편으로 이동, 기자들과 10여분간 추격전을 벌이기도 했다. 취재진의 끈질긴 추적에 최 대표는 질의응답을 약속하며 회견장으로 돌아왔고, “다음 일정이 있어서 먼저 나갔는데 오해가 있으셨다”고 해명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