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민생경제연구소 공동기획]

소처럼 열심히 일했다. 하지만 살림살이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지갑은 갈수록 얇아지는 듯하다. 도대체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민생 경제’ 위기는 단 한가지 원인으로 귀결될 수 없다. 다양한 구조적인 문제들이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얽혀있다. 그 중에는 우리 사회에 뿌리내린 각종 불공정한 시스템도 중심축 역할을 한다. <본지>는 시민활동가인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과 주요 민생 이슈를 살펴보고, 이 구조를 어떻게 바꿔야 할지 고민해보고자 한다. 지금보다 더 나은 삶으로 나아가기 위해 무엇을 생각해야 하고, 무엇이 필요한지 말이다. [편집자주]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최근 민생경제를 뒤흔든 가장 큰 이슈는 단연 ‘최저임금’이다. 내년도 최저임금 시급이 8,350원으로 확정됐다. 올해(7,530원)와 비교하면 10.9%p 오른 금액이다. 이 인상폭이 결정된 후, 소상공인들의 반대가 매섭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 부담이 커져 생존위기에 놓이게 됐다는 이유에서다. 이들은 ‘최저임금 인상 철회’와 ‘업종별 차등적용’을 요구하며 거리로 쏟아져나왔다.

◇ 소상공인 위기, 최저임금이 핵심 아니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이 최근 서울 프레스센터에 기자를 만나 "소상공인 위기의 근본 원인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사위크>

이뿐만이 아니다. 노동계와 정치권과 학계 등에서도 각자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격론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취업자수 관련한 고용 통계치가 나온 후, 반대파의 공세는 심화됐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고용이 악화됐다며 맹공을 퍼부었다. 마치 ‘기승전-최저임금’이라고 평가될 정도로 모든 이슈가 ‘최저임금’으로 모아지고 있다.

“안타깝다.” 최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만난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최저임금을 둘러싸고 빚어지는 갈등에 이같은 말로 첫 운을 뗐다.

참여연대 출신의 안 소장은 시민활동가로서 소상공인 곁에서 그들의 이야기에 오랫동안 귀를 기울여온 인사다. 그들이 처한 문제의 해법을 찾기 위해 시민활동가로서 발로 뛰어온 안 소장은 갈등과 대립 양상으로만 치닫고 있는 이 상황에 탄식을 쏟아냈다.

소상공인 위기가 ‘최저임금’ 때문이 아니라는 사실을 분명히했다. 안 소장은 “자영업자들 중에 최저임금도 못 줄 정도로 어려운 사람이 있다”며 “그렇다면 왜 그렇게 됐는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단순히 인건비만의 문제는 아니다. 그보다는 과당경쟁, 골목상권 침해, 높은 임대료, 카드가맹점수수료, 본사 로열티 등의 문제점이 그들을 더 심각한 생존 위기로 내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최저임금을 공격할 것이 아니라 이런 문제들을 어떻게 해소할 지 살펴보고, 대안을 마련해 이들의 지불능력을 높여주는 방식으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문제는 단시간에 해소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 제도 개편과 법안 통과, 가맹본부들의 상생 노력들이 맞물려야 하는 만큼,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다. 다만 고무적인 것은 최근 이같은 구조적인 문제 해소에 대한 공론화가 이전보다 활발해졌다는 점이다. 안 소장은 “최저임금 이슈로 소상공인들 위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들의 부담을 경감하기 위한 제도 개편 논의가 이전보다는 활발해진 분위기다”고 말했다.

◇ 최저임금으로 산다는 것 

그럼에도 반발 여론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는 모양새다. 이같은 반응을 주시하며 안 소장은 한 가지 질문을 던졌다. “당신이라면 대한민국에서 현행 최저임금으로 살아갈 수 있느냐”는 질문이다.

“최저임금은 말 그대로 최저임금”이라며 “최소한의 인간적인 삶을 누리기 위한 안전판과 같은 것이다. 올해 최저임금은 월급 기준으로 157만원 가량이다. 이는 주휴수당을 포함했을 때 금액이다. 만약 주휴수당을 뺀다면 130만원 수준 밖에 안 된다. 내년도 마찬가지다. 내년도 최저임금이 월 174만원이라고 하지만, 주휴수당을 제외하면 140만원대다. 과연 이 돈을 받아 당신이라면 교육비·의료비·통신비·주거비·이자비 등 경제부담이 심각한 대한민국에서 제대로 살아갈 수 있는지 물어보고 싶다.”

시민단체인 청년유니온이 최근 공개한 '청년 가계부 조사’에 따르면 39세 이하 월소득 200만원 이하인 청년들의 평균 생활비는 135만4,000원이었다. 자취나 하숙을 할 경우 평균 생활비는 157만원까지 올라간다. 청년유니온은 6월 27일부터 7일 6일까지 청년 246명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 이같은 현황을 집계했다.

조사 결과, 한달간 지출을 고려했으나 금전적 이유로 의복, 미용, 기호품을 포기한 응답자는 62.8%가 달했다. 문화생활과 친목 관련 지출을 포기했다는 응답도 각각 36.0%, 20.7%나 됐다. 식비를 포기하는 비율은 17.4%, 저축은 18.2%로 나타났다.

또 한국노총이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인 남성가구는 219만7,478원의 표준 생계비가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어 1인 여성가구는 211만9,291원, 2인가구는 355만7,524원, 3인가구는 445만2,672원 등이었다. 4인가구는 초등학생이 2명일 경우는 509만9,186원, 중·고등학생 포함됐을 때는 574만1,650원으로 나타났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소상공인 부담 해소에 대한 고민은 필요하다. 하지만 이 사회에서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는 ‘임금체계’를 만들어가는 노력도 함께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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