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저계급론’은 우리 사회의 씁쓸한 단면을 상징하는 신조어다. 태어날 때부터 운명이 정해져있다는 슬픈 의미를 담고 있다. 우리 헌법엔 계급을 부정하는 내용이 담겨있지만, 현실에선 모두가 수저계급론에 고개를 끄덕인다. 그중에서도 ‘주식금수저’는 꼼수 승계와 같은 또 다른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상당하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운 세상으로 가기 위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주식금수저’ 실태를 <시사위크>가 낱낱이 파헤친다.

 

갑질 파문을 일으킨 뒤 각종 경영비리가 드러나 구속됐던 정우현 전 MP그룹 회장.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2016년 4월. 또 하나의 갑질사건이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정우현 전 MP그룹(구 MPK그룹) 회장이 한 건물의 경비원을 다짜고짜 폭행한 것이다. 자신이 건물 안에 있는데 문을 잠갔다는 황당한 이유에서였다.

주요 재벌 가문 2~3세가 아닌 소위 ‘신흥 재벌’의 이 같은 갑질 행태는 더 큰 충격과 사회적 공분을 일으켰다. 폭행 사건은 정우현 전 회장의 사과 및 합의, 검찰의 약식기소로 마무리됐지만, 본격적인 후폭풍은 그 뒤에 몰려왔다. 미스터피자 브랜드 이미지 추락과 불매운동으로 직격탄을 맞은 가맹점주들이 들고 일어난 것이다. 이들은 프랜차이즈 본사의 또 다른 갑질과 각종 불공정거래, 그리고 횡령 의혹 등을 제기하고 나섰다.

경비원에 대한 갑질로 시작된 사태가 정우현 전 회장 및 MP그룹의 민낯을 드러내기에 이른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이른바 ‘치즈 통행세’다. 피자 판매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치즈를 특정 납품업체에서만 구입하도록 끼워놓았는데, 알고 보니 정우현 전 회장 친인척 명의의 납품업체였다. 이밖에도 보복출점 등 각종 갑질 행태와 일가족에 대한 ‘유령 급여’ 지급 등 경영비리가 줄줄이 터져 나왔다.

사태가 일파만파 확산되고, 검찰의 수사망이 좁혀오자 정우현 전 회장은 대국민사과와 함께 사퇴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결국 정우현 전 회장은 지난해 7월 구속되는 신세를 면치 못했다.

이후 지난 1월 1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은 그는 가까스로 풀려났다. 현재는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뗀 채 항소심 절차를 밟고 있다. 부회장 직함을 달고 경영진으로 활동했던 정우현 전 회장의 아들 역시 물러났으며, 현재는 전문경영인 체제로 경영이 이뤄지고 있다.

주목할 것은 코스닥 상장사인 MP그룹 역시 주식금수저를 품고 있다는 사실이다. 올해 수능을 보는 2000년생 A양이 MP그룹 주식 137만5,487주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7월 내려진 매매정지 조치에 따라 1,315원에 머물고 있는 주가를 기준으로 해도 18억원에 해당하는 규모다. A양은 정우현 전 회장의 손자이자, 정순민 전 부회장의 딸이다.

MP그룹은 2009년 메모리앤테스팅을 인수한 뒤 비상장사 미스터피자와 합병하는 방식으로 코스닥 시장에 우회상장한 바 있다. 애초에 비상장사 미스터피자 지분을 보유 중이었던 A양은 일련의 우회상장 절차가 끝난 뒤 MP그룹 주식 271만1,531주(4.18%)를 확보하게 됐다. 이후 A양은 2011년 2월 자신의 지분 중 절반가량을 세금으로 납부한 뒤 지분 변동이 없는 상황이다.

다른 ‘주식금수저’들이 그렇듯, A양의 주식 보유는 불법이 아니다. 세금 문제 역시 해결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온갖 갑질과 경영비리로 축적한 정우현 전 회장의 부가 주식을 통해 고스란히 대물림 된다는 점은 씁쓸하지 않을 수 없다.

MP그룹은 현재 기로에 서 있다. 정우현 전 회장의 각종 비리와 관련해 오는 10월 상장폐지 결정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만약 상장폐지가 결정된다면 A양을 비롯해 정우현 전 회장 일가 모두 경제적 타격을 피할 수 없다. 문제는 MP그룹 주식을 보유 중인 상당수 일반주주와 MP그룹에 재직 중인 직원들, 그리고 가맹점주와 가맹점 소속 직원들 역시 큰 피해를 입게 된다는 것이다. 반대로 MP그룹이 마련한 쇄신안이 받아들여져 상장이 유지되고, 향후 경영정상화 수순을 밟게 된다면 A양의 주식 자산가치는 지금보다 더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어느 쪽이든 정의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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