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 가까스로 잔류에 성공한 스팔2013이 세리에A 시즌 초반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뉴시스/AP>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올 시즌 세리에A의 최대 관심사는 유벤투스로 합류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다. 세리에A를 7년 연속 재패한 ‘맹주’ 유벤투스는 호날두의 가세로 더욱 강력한 전력을 구축하게 됐으며, 이제 세리에A를 넘어 유럽정복을 노리고 있다.

그런데 유벤투스와 호날두 못지않게 시즌 초반 눈길을 잡아끄는 존재가 있다. 스팔2013이 그 주인공이다.

우리 입장에선 이름부터 심상치 않은 이 팀은 20일 현재 2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4전 전승으로 승점 12점을 확보한 유벤투스가 선두를 달리고 있는 가운데, 나폴리와 함께 나란히 승점 9점을 기록 중이며 골득실에서 앞선 2위다.

스팔2013의 자리는 낯설기 만하다. 스팔2013은 지난 시즌 승격해 가까스로 강등을 면한 팀이었다. 삼프도리아를 꺾는 이변을 연출하며 마지막 경기에 이르러서야 잔류를 확정지었을 정도다. 그런 팀이 올 시즌 초반 4경기에서 3승 1패의 준수한 성적을 거두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스팔2013이란 이름에서 눈길을 끄는 2013은 재창단연도를 의미한다. 실제 역사는 무척 오래됐다. 1907년 창단했다. 초창기엔 주로 하부리그에서 활동하다 1950년대에 들어서야 처음 세리에A로 승격했다. 이후 60년대 중반까지 세리에A에 머물렀고, 리그 우승은 없었으나 최고 5위에 오르고 컵대회 우승을 차지하는 등 나름 황금기를 보냈다.

그러나 1967-68시즌 강등된 이후엔 다시 하부리그를 전전했다. 급기야 2005년엔 심각한 재정악화를 겪으면서 파산해 ‘스팔1907’로 재창단한데 이어 2012년 재차 파산하면서 ‘스팔’로 재창단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다시 2013년엔 같은 지역 연고의 AC 지아코멘세와 합병하면서 지금의 스팔2013이란 이름을 갖게 됐고, 리그 재편을 통해 3부리그에 해당하는 ‘레가 프로’로 입성했다.

이후 스팔2013은 2015-16시즌 레가 프로 그룹B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세리에B로 승격했고, 승격 첫 시즌에 세리에B 우승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렇게 2017-18시즌 다시 세리에A 무대를 밟았고, 간신히 살아남아 올 시즌을 맞은 스팔2013이다.

이처럼 불과 6년 전 파산해 재창단하며 5부리그에서 출발했던 스팔2013의 올 시즌 행보는 놀랍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아직 시즌 초반이지만 말이다. 만약 스팔2013이 상위권 성적을 마지막까지 유지해 유로파리그 또는 유럽챔피언스리그 진출 티켓을 따낸다면 또 하나의 동화가 될 것으로 보인다. 스팔2013의 올 시즌 행보를 주목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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