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카시트 단속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게 일었습니다. 카시트 보급률을 높이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합니다. /그래픽=이선민 기자
최근 카시트 단속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게 일었습니다. 카시트 보급률을 높이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합니다. /그래픽=이선민 기자 [사용된 이미지 출처:프리픽(Freepik)]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추석은 잘들 보내셨나요? 저희는 귀성·귀경 없이 아주 평온한 명절 연휴를 보냈습니다. 아이를 데리고 움직이는 것이 쉽지 않아 부산에 있는 처가댁은 다음에 가기로 했고, 저희 부모님은 서울 가까운 곳에 살고 계시거든요. 따로 차례도 지내지 않는데다가 이번엔 명절음식도 하지 않은 채 철저히 아이 중심의 연휴를 보냈네요.

추석이 지나면서 아침저녁으로는 꽤 쌀쌀합니다. 건강관리가 중요한 환절기입니다. 연휴 동안 잠깐씩 나들이를 다니는 사이 제 딸아이는 콧물감기에 살짝 걸리고 말았습니다. 난생처음 코막힘의 고통을 겪어서인지 무척 힘들어하더군요. 쭉쭉이(공갈젖꼭지)를 빨아야 잠이 들곤 하는데, 코가 막히는 통에 쭉쭉이도 쓸 수 없어 오랜만에 재우느라 고생 좀 했네요.

오늘 다뤄볼 주제는, 최근 큰 논란을 일으켰던 ‘카시트’입니다. 아이를 가진 부모님들이라면 어떤 논란이 있었는지 다 아실 듯합니다. 경찰이 6세 이하 영유아 카시트 의무사용과 관련해 단속에 나선다고 알려지면서 논란이 시작됐고, 거센 반발 및 비판 여론을 낳았습니다. 그러자 경찰청은 단속을 유예하겠다며 한발 물러났죠.

하지만 맘카페 등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언론보도를 중심으로 논란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고 있습니다.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다.”
“어떻게 해서든 세금 더 걷으려는 술수 아닌가?”
“차 없는 사람은 어쩌라는 건가? 두 아이를 데리고 택시를 이용해 병원에 가려면 카시트를 두 개나 들고 다녀야 하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가까이 사는 부모님이 종종 차량으로 도움을 주시는데, 따로 카시트를 더 사야하나?”

온라인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었던 반응들입니다.

자 그럼, 정확한 사실관계를 짚어보고, 무엇이 문제인지 또 어떤 대책이 필요할지 차근차근 살펴보겠습니다.

영유아 카시트 의무사용이 법제화된 것은 아주 오래전입니다. 무려 1990년에 처음 의무화됐습니다. 범칙금이 기존 3만원에서 6만원으로 강화된 것도 이번 개정안을 통해서가 아닙니다. 2년여 전인 2016년 12월부터 시행된 개정안부터 범칙금이 상향 조정된 바 있습니다. 하지만 28년이란 세월이 무색하도록 이 의무화 조항은 실효성을 갖기 못했죠.

경찰이 난데없이 ‘카시트 단속’ 논란에 휩싸인 것은 지난달 28일부터 시행에 들어간 ‘전 좌석 안전띠 의무착용’과 관련이 깊습니다. 기존엔 고속도로에서만 적용되던 것이 이번 개정안 시행을 통해 모든 도로로 확대됐는데요. 경찰은 이처럼 바뀌는 단속규정을 알리며 “2개월간 홍보와 계도 위주의 활동을 전개한 뒤 12월부터 단속을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사실, 경찰이 발표한 보도자료엔 카시트에 전혀 언급되지 않았는데요. 영유아의 안전띠가 곧 카시트라는 점에서 자연스럽게 이에 대한 단속 또한 이뤄지는 것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가령 뒷좌석에 5살 아이를 앉힐 경우 단속에 걸리지 않으려면 안전띠를 매야하는데, 이 아이에게 안전띠는 곧 카시트인 셈이 된 거죠. 이와 함께 2년 전 오른 범칙금도 다시금 언급되다보니 ‘전 좌석 안전띠’보다 ‘영유아 카시트’가 더 큰 화두로 떠오르게 됐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흐르면서 일차적으로 경찰청이 많은 비판을 받았는데요. 사실 경찰 입장에선 조금 억울하고 난처할 법도 합니다. 경찰관계자는 저와의 통화에서 최근 불거진 논란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하며 이렇게 강조했습니다.

영유아에게 카시트는 무척 중요합니다. 사고가 났을 때 완전히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아이를 그냥 안고 탑승하는 건 아이를 에어백 삼는 것과 같아요. 어른용 안전띠는 아이들의 목을 조를 수 있고요. 하지만 우리나라의 카시트 보급률은 여전히 낮은 수준입니다. 이로 인한 피해도 꾸준히 확인되고 있고요.

경찰 편을 들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할 경찰 입장에서는 단속을 통해서라도 영유아 카시트 의무사용 확대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 의무입니다. 문제는 이 같은 규정과 단속이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있다는 것인데요. 이에 대한 책임을 경찰에게만 묻기는 조금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정부와 국회, 지자체 모두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결과니까요. 경찰 관계자 역시 이 부분에 대한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이 법이 생긴 지 28년 됐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실효성이 없어요. 보급률을 높이기 위한 방안들이 함께 마련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말 할 수만 있다면 경찰이 하나씩 보급하고 싶을 지경이에요.

현재 우리나라엔 많은 종류의 카시트가 판매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부 제품은 가격 부담이 적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뉴시스
현재 우리나라엔 많은 종류의 카시트가 판매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부 제품은 가격 부담이 적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뉴시스

거센 후폭풍에 휩싸인 경찰은 카시트 단속을 유예한다고 분명하게 밝혔습니다. 카시트 보급률이 높아지고, 국민적 공감대도 형성된 뒤에 단속을 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사실상 기한이 없는 유예입니다.

경찰이 단속을 하지 않는다고 하니 안심할 일은 절대 아닙니다. 이대로 논란이 잠잠해져서도 안됩니다.

저는 이번 논란을 계기로 카시트 보급률을 획기적으로 늘리기 위한 노력을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카시트는 유모차, 바운서, 아기띠 등 다른 유아용품과 차원이 다른 성격을 지니고 있습니다. 생명 및 안전과 직결된다는 겁니다. 따라서 보급률을 높이는 데 초점을 두고 각종 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먼저, 정부 및 지자체 차원의 카시트 보급입니다. 예산 등 여러 문제로 일일이 지급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일정 비용을 받고 대여해주는 방법이 있습니다. 아예 별도의 ‘공공 카시트’를 제작하는 것도 방법이고요. 일부 지역에서 시행된 바 있고 법제화 추진 움직임도 있긴 하지만, 더욱 적극적인 추진이 필요합니다.

이번 논란에서 제기된 각종 현실적 문제들도 해결이 불가능하지 않습니다. 찾으면 방법은 나오기 마련입니다.

먼저 택시입니다. 접었다 펴기 쉽고, 설치도 간편한 택시 전용 카시트를 보급하면 어떨까요? 물론 약간의 수고로움은 따르겠지만, 적어도 지금보다는 카시트 사용이 훨씬 늘어나지 않을까요?

‘영유아 전용택시’ 운영도 생각해볼 수 있는 방법입니다. 애초에 밴 형태의 전용택시를 운영하면서 일반 택시보단 높은 요금을 받을 수 있게 해주는 거죠. 대신 사용금액의 일부는 지원을 해주고요. 별도의 전용택시 운영이 어렵다면, 현재 운행 중인 일반 택시가 특정일엔 ‘카시트 전용택시’로 운행하게 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카시트 전용택시’ 기사들에게 별도의 인센티브를 마련한다면 충분히 운영이 가능하지 않을까요?

버스도 카시트가 필요하긴 마찬가지입니다. 적재공간이 넓은 고속버스의 경우 카시트 보관이 크게 어렵지 않을 텐데, 문제는 시내버스입니다. 이 경우에도 시내버스 전용 카시트를 마련해 탈부착형으로 사용하게 한다면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은 경제성입니다. 그러한 맹점을 보완하는 역할이 바로 공공부문에 있고요.

저출산이 심각해지면서 아이들 한 명 한 명이 더더욱 소중해지고 있는 우리 사회입니다. 부디 카시트를 이용하지 않아 목숨을 잃거나 크게 다치는 아이가 더는 나오지 않길 바랍니다. 그리고 그런 사회를 만드는 것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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