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스턴 로켓츠의 에이스 제임스 하든은 NBA 최고의 테크니션 중 하나로 명성이 높다. /뉴시스·AP
휴스턴 로켓츠의 에이스 제임스 하든은 NBA 최고의 테크니션 중 하나로 명성이 높다. /뉴시스·AP

[시사위크=하인수 기자] 농구에서 가장 간단한 규칙인 ‘세 발을 걸으면 안 된다’는,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위반 소지를 판별하기 힘든 규칙이기도 하다. 심판 경력이 10년을 넘은 베테랑들도 NBA 선수들이 경기 중 보여주는 드리블 동작에 속아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이들을 현혹시키는 것은 물론 점점 더 현란해지는 선수들의 기술이다. ‘쉐임 갓’이나 ‘쉐이크 앤 베이크’처럼 아예 고유명사가 된 드리블 기술들은 리그의 발전, 그리고 룰 개정과 함께 점차 발전해왔다.

현재 NBA에서 이 ‘심판 속이기’의 선봉장에 선 것은 물론 제임스 하든이다. 2.9발을 걷는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하든의 드리블 후 스텝은 과연 트래블링인지 아닌지 구분하기가 어렵기로 악명이 높다. 전문가 여러 명이 그의 비디오를 슬로우 모션으로 몇 번씩 돌려봐도 서로 다른 의견이 나올 정도다.

정규시즌 개막을 기다리느라 지친 팬들에게 하든이 새 볼거리를 제공했다. 11일(한국시각) 중국 프로농구팀 샹하이 샤크스와의 프리시즌 친선경기에서 선보인 묘기가 문제였다. 3점 라인에서 수비수를 앞에 두고 드리블을 하던 하든은 공을 등 뒤의 왼손으로 보낸 후(레그쓰루) ①공을 오른손으로 바꿔들고 ②왼발을 오른쪽으로 옮긴 후 ③마지막으로 오른발까지 더 오른쪽으로 보내며 3점 슛을 던졌다.

제임스 하든이 프리시즌에서 선보인 스텝. / 'House of Highlights' 공식 유튜브 캡쳐
제임스 하든이 프리시즌에서 선보인 스텝. / 'House of Highlights' 공식 유튜브 캡쳐

트위터와 레딧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하든의 이 동작이 과연 트래블링이냐 아니냐를 두고 치열한 토론이 벌어졌다. 문제는 ①번과 ②번 사이에서 하든의 발동작을 ‘한 발’로 볼 것이냐 아니냐다. 논란이 과열되자 NBA 사무국은 트위터를 통해 “하든의 해당 스텝은 합법적인 플레이다”는 공식 의견을 내놨다. 하든이 공을 소유(gather)한 후 단 두 번의 스텝만을 가져갔고, 따라서 트래블링이 아니라는 것이다.

‘게더 스텝’은 트래블링과 정상적인 드리블을 판가름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다. 드리블 중 어느 시점에서 선수가 공을 완전히 잡았는지 알아야 그 다음부터 두 번의 스텝을 계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든의 경우 ①번 과정이 완료된 후, 즉 오른손으로 공을 잡은 시점에서야 공을 소유한 것으로 인정받았고, 그 당시 양 발이 모두 코트에 붙어있었기 때문에 그 이전까지의 동작은 1스텝으로 계산되지 않았다. 때문에 ②번과 ③번, 두 걸음밖에 걷지 않았다는 결론이 나온다.

NBA는 분명 선수들이 더 많은 동작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향으로 변화해왔다. 10년 전, 또는 20년 전이었다면 트래블링으로 지적됐을 동작들은 이제 게더 스텝이라는 면죄부를 받았다. 볼 핸들링을 무기로 삼는 선수들에겐 더 살상력 높은 드리블 기술을 연마할 권리가 생긴 셈이다. 사진 속에서 나타난 모든 동작을 눈 깜짝할 사이에 해내고서 슛까지 성공시킨 하든의 능력은 대단하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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