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모빌리티가 카카오택시 등록 기사들의 연 수익이 3년 새 34% 증가했다고 밝혀 반발이 일고 있다. /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모빌리티가 카카오택시 등록 기사들의 연 수익이 3년 새 37% 증가했다고 밝혀 반발이 일고 있다. / 카카오모빌리티

[시사위크=장민제 기자] 카카오모빌리티가 최근 공개한 자료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모바일 콜택시 앱 ‘카카오T택시’(이하 카카오택시)를 이용한 기사들의 연 수익이 3년 새 약 1,000만원가량 증가했고, 자신들이 창출한 경제적 효용이 수조원에 달한다고 추정한 내용이 논쟁거리가 됐다. 택시업계에선 카카오택시로 공차 시간이 감소하는 등 일부 긍정적인 효과는 있지만, 성과를 너무 과장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택시로 기사 수익 37% 증가”?

지난 15일 발간된 ‘2018 카카오모빌리티 보고서’에는 카카오택시, 카카오네비, 카카오드라이버 등 자사 모빌리티 사업의 각종 통계와 해석이 담겼다. 2015년 3월 카카오택시 출시 후 3년 반 동안 축적된 데이터를 다각도로 분석한 보고서다.

논란은 ‘카카오택시로 택시기사 소득이 크게 증가했다’고 주장한 부분에서 시작됐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보고서를 통해 “카카오택시가 등장하기 전(2015년) 택시기사들의 일평균 수준은 11만894원에 머물러 있었다”며 “그러나 카카오택시 출시 3년 반이 지난 최근 카카오택시 이용 택시기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선 15만2,436원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또 “해당 기간 동안 택시요금 인상이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카카오택시로 인해 37.5%의 택시기사 소득 증가 효과가 있었다고 추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 달에 20일 근무를 가정한다면 카카오택시 덕분에 3년 반 동안 택시기사의 연 수익 997만원 증가했다고 볼 수 있다는 뜻이다.

아울러 보고서는 “여기에 카카오택시를 사용 중인 기사 수를 곱하면 연간 약 2조2,000억원의 경제적인 효용이 창출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에선 과도한 해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카카오택시 출시로 콜택시 사용이 편리해진 건 있지만 콜택시 앱도 택시를 타던 사람들만 사용할 뿐, 새로운 수요발생은 한정적이라는 이유에서다.

택시업계의 한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조사 자체에 신뢰성이 없다”며 “실제 임금이 그 정도로 올랐다 해도 법인택시의 단체 임금협상 또는 최저임금인상, 동계올림픽 등으로 인한 사용량 증가 등 다양한 요인이 존재한다. 카카오택시 덕에 올랐다는 근거가 없다”고 꼬집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카카오택시 사용 후 3년 새 기사 수입이 34% 올랐다고 밝혔다. / 2018 카카오모빌리티 보고서
카카오모빌리티가 카카오택시 사용 후 3년 새 기사 수입이 34% 올랐다고 밝혔다. / 2018 카카오모빌리티 보고서

◇ 통계의 맹점, 소득을 설문조사로?

가장 먼저 제기되는 의문은 카카오모빌리티가 설문조사로 얻은 ‘소득정보’의 신뢰성이다. 사람의 주관이 개입되는 만큼, 실 소득보다 더 낮게 기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서울시가 지난해 서울택시정보시스템(STIS)에 남은 자료를 토대로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2인 1조 기준인 법인택시 1대의 하루 평균 운송수입(사납금 납입 전)은 2013년 30만4,845원에서 2016년 32만6,900원으로 증가했다. 또 개인택시 1대의 일평균 수입금도 15만3,000원 수준이었다. 지역이 한정되긴 했지만, 2013년에 이미 법인택시 기사 1인당 1일 매출이 15만원을 넘었던 셈이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이에 대해 “재무적으로 나온 숫자라면 그게 당연히 정확할 것”이라며 “저희는 그렇게 조사할 권한이 없어 설문이란 방법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또 “설문을 통해서는 실제 가져가는 액수보다 소득이 적다고 생각할 수 있다”며 “그런 것을 고려하면 같은 설문문항과 동일방법으로 조사했을 때 얼마나 증가했냐에 방점을 두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카카오택시 기사들이 실 수익보다 낮다는 인식을 가질 순 있지만, 예전과 설문문항을 동일하게 했다는 점에서 믿을만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카카오택시’ 등록 기사를 설문조사 대상으로 한 건 동일하지만, 과거와 현재의 ‘카카오택시 기사 집단’이 같다고 보기엔 어렵다. 예전과 달리 전국 택시기사의 83%가 카카오택시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이는 서비스 론칭 초기 수입이 괜찮았던 기사들은 카카오택시에 등록을 늦췄을 가능성으로 이어진다. 카카오택시 덕분이 수입이 늘었다고 보기엔 맹점이 있다는 지적이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이에 “설문조사는 수입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은 아니다”며 “학술적으로 접근을 하면 다른 숫자가 나올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 방법상 한계가 있기에 설문조사 방식을 사용했다. 그 점에 대해 양해해 달라”고 말했다.

또 “기사 소득에 미치는 영향은 택시요금 인상에 대한 저항감 해소, 대중교통체계 변화 등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며 “단순 숫자로 보여드릴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이런 효과가 있다고 확언한 게 아니라 추정한다고 적었다”고 했다.

◇ 택시시장 줄어드는데… 카카오택시, 2조2,000억원 가치 창출?

이번 보고서에선 ‘연간 약 2조2,000억원의 경제적인 효용 창출’ 문구도 논란거리다. 택시사업 전체가 성장 정체 중인데, 카카오택시가 어떻게 그만한 경제적 효용을 발생시켰냐는 의문에서다.

실제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육상수송에서 택시의 수송분담률은 2013년 3.3%, 2014년 3.2%, 2015년 3%, 2016년 2.9% 등 매년 감소 중이다. 국내 택시운송 매출은 2014~2015년 하락세에서 2016년 반등했지만, 오름폭은 2.8%에 그친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카카오택시로) 시장전체가 커진 효과는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그 효과가 1조 또는 2조인지는 과장일 수도, 축소일수도 있다”고 말했다. 버스노선 및 전철, 자가용 수가 증가함에 따라 택시 자체에 대한 효용이 떨어지고 있는데, 이를 유지시킨다는 것만으로도 긍정적인 효과라는 뜻이다.

이 관계자는 “국내 어느 기관에 연구를 의뢰해도 논란 없는 숫자를 만들기는 어렵다”며 “기업에선 이 정도로 하는 게 현실적이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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