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국감을 통해 항공사들의 객실결함 정비이월률 문제가 지적됐다. 하지만 제시된 자료의 숫자는 신뢰성이 떨어졌고, 내용 역시 타당성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국감을 통해 항공사들의 객실결함 정비이월률 문제가 지적됐다. 하지만 제시된 자료의 숫자는 신뢰성이 떨어졌고, 내용 역시 타당성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항공기 객실결함 방치 심각… 진에어, 90.5% 정비 미뤄”

2018년도 국정감사 첫날인 지난 1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이용호 무소속 의원이 발표한 보도자료 제목이다. 이용호 의원 측은 “일부 저가항공사(LCC)를 중심으로 객실결함 방치 실태가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났다”며 “결함을 발견해도 즉시 정비하지 않고 미룬 것인데, 객실 정비에는 안전벨트, 산소공급 장치, 탈출용 미끄럼대, 구급물품 등 필수 안전장비 점검까지 포함된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지적과 함께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2015년부터 2017년까지 각 항공사별 객실결함 정비이월 현황이 제시됐다. 진에어는 1,477건의 결함 중 1,336건을 이월해 정비이월률이 90.5%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에어부산(77.8%)과 이스타항공(73.7%)이 높은 정비이월율을 보였고, 대한항공(2.3%)과 제주항공(3.6%)은 현저히 낮았다.

이용호 의원은 “항공기 객실 정비는 단순 환경미화가 아니라 안전과 깊이 연관된 만큼 결코 소홀해선 안 된다”며 “각 항공사는 인력을 확충해 안전관리에 힘써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국토부는 조속히 각 항공사 안전실태를 전수조사 하고, 안전 마일리지 제도 도입을 포함해 항공안전 증진을 위한 다양한 정책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국내 항공업계가 LCC를 중심으로 급격히 성장하고 있고 해외여행객 숫자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이 같은 소식은 충격적이지 않을 수 없다. 항공기를 이용하는 국민들 입장에선 불안감이 커질 수밖에 없는 소식이다.

그렇다면 이처럼 충격 그 자체인 소식은 정말 사실일까. 또한 제시된 수치와 따가운 지적은 얼마나 타당성을 지니고 있을까. <시사위크>가 추적해봤다.

이용호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항공사 객실결함 정비이월률. /이용호 의원실
이용호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항공사 객실결함 정비이월률. /이용호 의원실

◇ 들쑥날쑥 기준 없는 숫자, 안전 관련성에도 물음표

먼저 이용호 의원 측이 발표한 보도자료를 유심히 살펴보면 선뜻 납득하기 쉽지 않은 지점이 적지 않다.

진에어의 객실결함 정비이월률로 제시된 90.5%부터 그렇다. 대부분의 객실결함을 사실상 방치한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진에어가 국내 최대 항공사인 대한항공의 자회사이자 LCC업계 2위라는 점을 고려하면 ‘심각한 수준’을 뛰어 넘는 수치다.

함께 공개된 다른 항공사들의 객실결함 관련 숫자에도 물음표가 붙는다. 제주항공은 3.6%의 준수한 객실결함 정비이월률을 보였으나, 객실결함 횟수가 8,948건이나 됐다. 비슷한 규모의 진에어(1,477건)에 비해 6배 이상 많은 결함횟수다. 반면, 제주항공에 비해 항공기 운영대수와 노선수가 2배에 달하는 아시아나항공은 결함횟수가 6,519건으로 더 적었다. 진에어보다 규모가 작은 티웨이항공의 결함횟수도 3,486건이나 됐다.

충격적인 객실결함 정비이월률을 보인 진에어 측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우리가 제출한 자료는 맞지만, 제출 과정에서 기준에 대한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타사들이 제출한 기준에 따르면, 진에어의 객실결함 정비이월률은 29%”라는 해명이다.

준수한 수치를 기록한 제주항공도 객실결함 정비이월률이 낮은 것에 대해선 자부심을 나타냈지만, 객실결함 횟수가 비교적 많은 이유에 대해선 뚜렷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다른 항공사들 역시 마찬가지다. 다른 항공사 관계자는 “해당 수치가 어떻게 집계된 것인지 모르겠다.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진에어 관계자는 “국토부가 자료를 취합하는 과정에서 뚜렷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다보니 일률적인 기준에 의한 자료가 제출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항공사 관계자들도 정확이 어떤 기준에 의해 자료가 제출된 것인지 잘 알지 못한다는 입장이었다.

한 관계자는 “각 항공사들이 국토부 가이드라인에 기반해 객실결함 관리 기준을 갖고 있지만, 이것이 모두 같은지는 모르겠다. 대체로 비슷하겠으나, 모두 똑같이 적용해야하는 규정이나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처럼 객실결함 정비이월률이 높다는 지적의 근거로 제시된 숫자는 신뢰도가 높다고 보기 어려웠다. 애초에 명확한 기준조차 없는 가운데 취합된 수치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다. 객실결함 정비이월률을 ‘심각한 안전관리 실태’로 연결 지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물음표가 붙었다.

진에어 관계자는 “객실결함에는 객실 내 각종 안전 관련 장비에 대한 점검도 포함되지만, 시트에 뭍은 얼룩이나 트레이 나사불량 등 비교적 간단한 것들이 주를 이룬다”고 설명했다. 다른 항공사 관계자들의 설명도 대부분 일치했다.

특히 한 항공사 관계자의 지적은 일리가 있었다. 그는 “시트 오염과 같은 객실결함을 제때 조치하지 않아 정비이월률이 50%를 기록한 곳이 A라 치자. 반면, 시트 오염 같은 객실결함은 모두 바로 조치했지만, 객실 내 안전 장비 결함 1건을 방치한 B의 정비이월률이 1%라면 누가 더 안전하지 않은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이용호 의원실 측은 “국토부에서 제출한 자료에서 발견된 문제들을 지적한 것인데, 자료의 기준이 잘못됐다고 주장하니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이용호 의원실은 “지난 7월 국토부가 진행한 아시아나항공 특별점검 결과보고서에 ‘객실결함 정비이월률이 높다 개선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었고, 그렇다면 다른 항공사들의 실태는 어떤지 자료를 제출하라고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토부 관계자도 난처해하긴 마찬가지였다. “의원실에서 자료제출을 요구해 각 항공사에 자료를 요청한 뒤 취합해 제출한 것”이라며 다소 혼동과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결국 이번 논란은 자료에 대한 뚜렷한 이해나 검증, 분석이 부족했던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로 인해 피해를 입는 것이 국민이라는 점이다.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괜한 우려를 갖게 되기 때문이다.

안전관리를 강화하고, 끊임없이 감독하는 것은 무척 중요한 일이다. 특히 이용호 의원 측이 지적한 정비인력 확충 필요성은 백번 강조해도 모자람이 없다. 하지만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인해 공포가 확산되고 소비자와 기업 사이의 신뢰가 무너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한편, 이용호 의원실 측은 “명확한 기준조차 없었다는 것 또한 문제”라며 “진에어가 제출한 자료의 기준에 의하면 다른 항공사는 어떤 수치가 나오는지, 객실결함 안전관리 실태가 제대로 감독되고 있는 것인지 등을 종합감사에서 다시 다룰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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