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 수용 반대 단체인 난민대책국민행동이 18일 법무부의 제주 난민 심사 결정에 대해 항의 집회를 하고 있다. / 난민대책국민행동 제공
난민 수용 반대 단체인 난민대책국민행동이 18일 법무부의 제주 난민 심사 결정에 대해 항의 집회를 하고 있다. / 난민대책국민행동 제공

[시사위크=은진 기자] 올해 제주에 입국해 난민 신청을 한 예멘인 461명 중 339명이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았다. 34명은 단순 불인정, 85명은 보류 결정됐다. 난민 지위를 부여받은 사람은 없었다. 제주출입국청은 인종·종교·국적·정치적 견해·특정 사회집단 구성원 성분 등 5대 박해사유에 해당하는 이들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예멘 내전은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다만 이번처럼 339명이 대거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은 것은 처음이다. 이에 대해 반난민단체를 중심으로 '제주 예멘인들이 가짜 난민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는 반발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난민 수용 반대 단체인 난민대책국민행동은 18일 서울 정부청사 앞에서 정부의 난민 심사 결정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인도적 체류는 난민 불인정 결정의 일종이므로 결국 2차 심사까지 전원이 가짜난민으로 판명된 것이라며 국민은 감상주의에 속지 않으며 눈을 부릅뜨고 정부의 결정을 지켜볼 것이다. 예멘 가짜난민 수용은 난민 대량유입의 신호탄이며 국민 안전에 직결된 문제라고 비판했다.

난민법상 인도적 체류자는 난민 인정요건을 충족하지는 못하지만, 고문 등의 비인도적인 처우나 처벌 또는 그 밖의 상황으로 인하여 생명이나 신체의 자유 등을 현저히 침해당할 수 있어 인도적 차원에서 임시로 체류를 허가받은 외국인을 말한다.

우리나라처럼 난민 협약에 가입한 영국·일본·미국·호주 등은 인도적 체류 허가제와 유사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유엔난민기구(UNHCR)는 예멘 내전 상황을 고려해 예멘인에 대한 인도주의적 보호를 제공할 것을 각국에 권고하고 있다.

인도적 체류허가는 불인정 결정으로 분류된다. 인도적 체류자는 취업 활동이 가능하고 제주 밖으로 이동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난민과 같이 생계비 보장이나 사회보장 혜택은 받을 수 없다. 국내로 본국에 있는 가족을 초청할 수도 없고 1년마다 연장을 해야 한다.

만약 예멘의 국가 상황이 좋아져 본국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되거나 국내외 범죄 사실이 발견 또는 발생될 경우 체류허가가 취소된다. 인도적 체류자에게도 난민에 준하는 권리를 부여하는 국제사회 기준에 턱없이 못 미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때문에 난민인권단체에서는 오히려 정부의 이번 결정이 난민 보호국지위에 맞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난민인권네트워크와 제주난민인권을 위한 범도민위원회(범도민위)“0%의 난민인정률은 현행 난민제도가 존재하는 이유를 되묻게 한다“‘내전이나 강제징집 피신은 가장 전통적인 난민보호 사유 가운데 하나다. 34명에 대해선 단순 불인정 결정을 내려 차후 잠정적인 강제송환 대상으로 만든 것은 심각한 우려를 자아낸다고 규탄했다.

이들 단체는 인도적 체류 허가 제도가 현 상태로 유지되면 허가자들이 한국 사회구성원으로 스스로 안전하게 정착하길 기대하는 일은 불가능하다정착 지원제도의 공백을 직시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단순 불인정 판정을 받은 34명은 예멘이 아닌 제3국에서 태어나 생활했거나, 타국에 배우자가 있어 다른 나라에서 정착이 가능한 사람 등이다. 마약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온 4명과 폭행 등 범죄 경력이 있는 사람도 단순 불인정으로 분류됐다.

법무부는 심사 보류 중인 85명에 대해서도 면접 또는 추가조사를 거쳐 최대한 빠른 시일 내 결정을 내릴 방침이다. 다만 제주출입국청은 이들 중 일부가 난민 박해사유에 해당돼 난민 자격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어 난민 인정자가 나올지 주목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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