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4당이 양승태 대법원 사법농단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재판부 도입을 주장하면서 특별재판부 설치를 둘러싼 위헌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사법거래 의혹 해결 촉구 대학생 기자회견 모습. / 뉴시스
여야 4당이 양승태 대법원 사법농단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재판부 도입을 주장하면서 특별재판부 설치를 둘러싼 위헌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사법거래 의혹 해결 촉구 대학생 기자회견 모습. /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자유한국당을 뺀 여야4당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의혹 규명을 위해 특별재판부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사법부의 ‘제 식구 감싸기’ 판결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셀프 재판’이 아닌 특별재판부를 설치해 공정성을 담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한국당과 보수언론은 박주민 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특별재판부설치법’(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기간 중의 사법농단 의혹사건 재판을 위한 특별형사절차에 관한  법률안·이하 특별법)이 헌법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30일 국회에서 열린 ‘사법농단 해결을 위한 특별판사 도입 긴급토론회’에서는 특별재판부 위헌성 논란에 대한 전문가들의 반박이 이어졌다.

① 재판청구권·평등권 침해 논란

일각에서 제기되는 특별재판부 위헌 논란은 특별법에 명시된 ‘제1심 재판은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에 따른 국민참여재판으로 한다’는 내용에서 출발한다. 법률로서 국민참여재판을 강제하는 것은 헌법 제27조1항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재판청구권)를 침해한다는 것이다. 국민참여재판을 받지 않는 피고인과 다르게 사법농단 사건 피고인의 평등권을 침해하게 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국민참여재판을 받을(또는 받지 않을) 권리는 재판청구권의 보호범위에 속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염형국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재판청구권은 신분이 보장되고 독립된 법관에 의한 재판의 보장을 주된 내용으로 하고, 국민참여재판제도는 사법의 민주적 정당성과 신뢰를 높이기 위해 배심원이 법관의 판단을 돕기 위한 권고적 효력을 갖는 의견을 제시하는 (정도의) 제한적 역할을 수행한다”며 “사법농단 사건 재판에는 대국민 신뢰 확보가 필요한 상황인 만큼 국민참여재판을 의무화한다고 해서 평등권 침해라고 할 수 없다”고 봤다.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단이 낸 의견을 판사가 꼭 따라야 하는 의무가 없기 때문에 재판청구권·평등권 침해가 아니라는 논리다. 박주민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배심원단이 내는 의견은 판사가 참고만 하면 된다. 지금도 그런 형태로 재판이 진행되는데 그걸 위헌적이라고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특별법 위헌 논란도) 말이 안 된다고 본다”고 했다.

② 사법부 독립성 침해 논란

현직 법관들은 “법원 내 특별재판부는 법관과 재판의 독립성을 본질적으로 침해한다”며 특별재판부 설치에 부정적이다. 최완주 서울고등법원장은 국회 법사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재판 공정성의 출발은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에 있다고 생각한다. 특정 재판에 대해 특정인이 지정하는 식으로 재판부를 구성하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많다”고 했다. 특정 사건을 염두에 두고 재판부를 구성하는 것이 공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염 변호사는 “(특별재판부는) 새로 특별법원을 창설하는 것도 아니고 현행 법원조직법에 의해 법관의 자격이 없는 자에게 법관의 자격을 부여해 재판을 하도록 하는 것도 아니다”라며 “법관의 자격, 법원의 조직은 모두 국회의 입법 사항이다. (특별재판부후보)추천위원회의 추천을 통해 특별재판부를 설치한다고 해서 헌법에 위반될 것은 전혀 없다”고 일축했다. 또 특정사건에 대해 독립적인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됐을 때 특별검사제도를 도입할 수 있는 것처럼 ‘특별판사’도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원 소속이 아닌 제4의 사법기관을 만드는 것은 헌법 위반 가능성이 있지만, 법원 내의 특별재판부는 위헌적이라고 볼 수 없다”며 “헌법상 명확하게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는 사정만 없다면, 헌법 수호를 위해 필요한 경우 기존 판사가 아닌 재야법조인으로 특별판사를 임명해 재판부를 구성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본다”고 했다.

③ ‘특별재판부’는 ‘특별’하지 않다

‘특별재판부’ ‘특별판사’라는 명칭이 오해를 키운다는 지적도 나왔다. 일반법원의 재판부와 다르다는 편견을 줘 사법부 독립성 침해, 법원 위의 법원 등의 오해를 부를 수 있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이에 대해 “현재 구상 중인 특별재판부는 특별한 절차를 적용하는 특별재판부가 아닌 일반법원의 전담재판부에 불과하므로 그런 면을 부각시키는 명칭이 오해를 줄일 수 있다”며 “일단 ‘양승태 대법원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 전담 재판부’라는 명칭을 제안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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