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나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비영리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의 공동대표로 활약하고 있다. 그는 사립유치원 비리 사건을 지난 1년 전부터 추적해왔다. / 김경희 기자
장하나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비영리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의 공동대표로 활약하고 있다. 그는 사립유치원 비리 사건을 지난 1년 전부터 추적해왔다. / 김경희 기자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네 살배기 딸을 둔 엄마다. 딸내미 이름을 따서 ‘두리 엄마’로 불렸다. 경우에 따라서는 전직 국회의원 또는 ‘정치하는엄마들’ 공동대표로 소개됐다. 20대 총선에서 고배를 마신 뒤 다른 엄마들과 함께 꾸린 비영리단체가 바로 정치하는엄마들이다. 바빴다. 우리 아이들을 위해 엄마들이 팔을 걷어붙여 할 일은 많았다. 일례가 사립유치원 비리 사건이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폭로로 알려졌지만, 사실 이 사건은 정치하는엄마들이 1년 전부터 추적해왔다. 그 중심에 장하나 대표가 있다.

인터뷰가 약속된 6일에도 장하나 대표는 분주했다. 교육부에 대한 감사를 감사원에 청구하고 왔다. 교육부가 법무부로부터 ‘비리 유치원 명단을 공개해도 된다’는 유권해석을 받고도 이를 거부해왔다는 점에서 비리 유치원의 비호·방조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정보공개청구가 2건이다. 공개된 국무조정실 감사 결과 이외 시·도교육청에 지난 3년간의 감사 결과를 달라고 했는데, 상당수가 비공개 처리했다”고 설명했다. 엄마들의 추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인터뷰는 서울시NPO지원센터에서 진행됐다. 다음은 일문일답.

설명 / 김경희 기자
장하나 대표는 비공개된 비리 유치원 명단을 확보하기 위해 정보공개청구를 시작으로 행정소송, 교육부에 대한 감사 청구 등을 진행했다. 그는 갈 때까지 가봐야 하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 김경희 기자

- 사립유치원 비리 의혹을 쫓게 된 계기가 있었는가.
“특별한 건 없었다. 지난해 2월 국무조정실 부패척결추진단이 전국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대상으로 특별감사한 결과를 보도자료로 냈는데, 지금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유치원 운영비가 명품백 구매나 외제차 리스 등 사적으로 유용한 사례들이 나왔다. 그때 저희도 유치원 비리의 심각성을 처음 알았다. 그런데 보도자료에는 적발된 기관의 이름들은 없더라. 비리 적발은 해놓고, 부모들은 계속 모른 채 아이들을 유치원에 보내라는 게 아닌가. 학부모 시각으로선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서, 부모의 알권리를 위해서 이름을 반드시 알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정보공개청구부터 시작했던 것이다.”

- 원래 공개해야 되는 사항이 아닌가.
“그 ‘원래’라는 것을 따져 물으려 했던 일이다. 상대 쪽에선 비공개 결정 이유에 대해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을 내세웠다. 그럼에도 시·도교육청 중에는 이미 공개한 곳도 있고, 공개하지 않은 곳도 있었다. 교육당국도 기준 없이 공개 여부에 대한 입장이 갈리고, 대다수는 비공개이다보니 행정소송까지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소송이 아직 끝난 것은 아니지만 사실상 승소한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사립유치원에 대한 지난 5년간의 감사결과를 모두 공개함으로써 ‘사실은 공개가 맞다’고 흐름이 바뀌었다. 그래서 교육부 감사를 청구한 것도 당신들이 마땅히 공개해야 할 것을 비공개했으니 감사를 받으라는 뜻이다.”

- 사회적 분위기도 비리 유치원 명단을 공개하는 게 맞다고 본다. 
“사회적 파장으로 교육부의 입장이 바뀐 것은 사실이다. 이제 문제는 어린이집이다. 비리 유치원 문제가 이 지경에 이를 정도면 당연히 어린이집도 감사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 그런데 보건복지부가 공개를 못해주겠다고 한다. (한숨) 복지부 따로, 교육부 따로다. 그래서 소송을 계속 할 수도 있다. 갈 때까지 가봐야 하지 않겠는가.”

설명 / 김경희
문제는 유치원만 있는 게 아니다. 앞으로 어린이집에도 관심을 가져야한다. 장하나 대표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들이 감사 결과를 공개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한다고 꼬집었다.
 / 김경희

- 갈 길이 멀다.
“그렇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들도 감사 결과를 공개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하는데, 사실 쉬운 일이 아니다. 이익집단의 정관계 로비라든가 입김이 정말 크다. 이에 반해 학부모들은 집단적으로 목소리를 내거나 행동하지 못했다. 그런 점에서 정치권의 노력이 아쉽다. 상식적으로는 대다수의 시민이나 학부모의 이익을 위해 대변해야 하지 않는가. 로비와 위력 행사에 국회의원들이 휘둘리는 게 납득이 안 된다.”

- 엄마로서 이번 사건에 대한 체감이 컸던 것 같다.
“저희도 얘기한다. 결혼을 안했고, 아이가 없었다면 안 했을 일이다. 당사자니까 할 수 있는 것이다. 저희가 1년 넘게 추적해오다 MBC에 제보를 했는데, 거기서도 엄마인 기자가 취재에 나섰다. 박용진 의원실에서도 MBC의 취재 협조 요청을 받지 않았다면 유치원 비리 문제에 대해 알지 못했을 것이다. 현실이 그렇다. 자녀가 있어도 관심을 갖기 쉽지 않다. 엄마의 목소리가 없기 때문에 늘 간과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 유치원 비리 문제가 국감에서 최대 이슈로 부상했지만 국감 종료와 함께 이슈가 묻힐 수 있다.
“유치원 비리 보도 이후 한 달 가까이 이슈가 이어진 것도 이례적이라 할 만하다. 저희는 보도 첫날 여론의 반응도 기대보다 커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이슈가 일주일 넘어가는 것도 신기하더라. 아이들을 생각해선 다행아닌가. 물론 주목도는 앞으로 계속 떨어질 것이다. 하지만 엄마들은 세상이 관심을 갖거나 말거나 좋은 결과가 나올 때까지 지금처럼 묵묵히 활동할 것이다.”

- 이른바 ‘박용진 3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숨통이 트이는 게 아닌가.
“과거에 비하면 커다란 진전이기는 한데 아직도 구멍이 있다고 생각한다. 민주당에서 발의한 3법이나 정부가 내놓은 종합대책이나 부족한 부분이 많다. 법안을 만들 때 당사자들과 소통이 없었다. 그래서 반쪽 소리를 듣는 것 같다.”

- 법안이 통과되면 폐원 유치원이 증가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교육부 장관 인가 없이 일방적으로 폐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저희도 집단 휴·폐원에 대해 대응하려 노력하고 있다.”

설명 / 김경희 기자
장하나 대표는 민주당에서 발의한 3법이나 정부가 내놓은 종합대책에 대해 부족한 부분이 많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향후 유치원의 인사관리 시스템과 학부모부담금 상한제에 대해 목소리를 낼 계획이다. / 김경희 기자

- 사태가 커질 때까지 모르고 있었다는 점이 화가 나는 대목이다.
“시민들 반응이 똑같다. 1차적으로는 한유총 내부 비리 내용이 너무 경악스러웠고, 이후에는 교육당국이 유치원에 대한 감사를 최근 5년 동안 계속 해오면서 그 결과를 알리지 않았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을 가졌다. 가장 무서운 것은, 이번에 비리가 알려지지 않았다면 정부의 종합대책은 없고 비리를 계속 묵인했을 게 아니냐는 점이다. 교육당국의 잘못이 크다. 그런데 한유총만 비난하고 있다. 교육당국이 책임을 통감하거나 국민들에게 사과를 하는 입장이 아닌 것 같아서 상당히 기만적으로 보인다.”

- 정치권의 반성도 필요하다. 비리를 폭로한 박용진 의원의 경우도 주변의 만류를 받을 만큼 유치원 원장은 다음 총선을 생각해 건드리지 않는다고 하더라. 
“정치권도 잘못한 게 많다. 비리가 이렇게 심각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그동안 여야 할 것 없이 한유총을 두둔해온 게 사실이다. 유치원은 지역구마다 수 십 개씩 있다. 지역에서 수 십 년 유치원을 운영한 원장일수록 경제력·조직력은 물론 선거 때 사용할 수 있는 학부모 연락처 등을 많이 갖고 있다. 그러니 유착 관계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그래서 교육부의 책임은 더 크다. 감사를 통해 비리 행태를 알고 있었음에도 지금까지 무대응해온 게 아닌가. 심지어 공무원들은 표를 받는 사람들이 아니다. 선거나 정치적 영향력과 무관하다. 때문에 유아교육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행정적인 노력을 했어야 한다고 본다. 왜 가만히 놔뒀을까. 정말 정관계 로비가 있었던 게 아닌가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으로선 교육부가 제일 이상하다.”

- 앞으로 정치하는엄마들의 계획은 무엇인가.
“교직원 인사관리(나이스) 시스템과 학부모부담금 상한제 도입에 대해 목소리를 내려고 한다. 지금 원장이라든가 원장의 가족, 친인척들이 교직원으로 입사해서 고액 급여를 가져가는 사례가 많이 나왔다. 하지만 정부의 종합대책에선 인사관리에 대한 내용이 빠져있다. 국가회계(에듀파인) 시스템을 적용하는 것과는 다른 문제다. 해당 내용은 이미 지난해 국무조정실에서 비리 유치원에 대한 개선방안으로 제시했던 것으로, 사실 저희가 주장하는 게 아니다. 빠져있는 나이스를 포함하라고 말할 뿐이다. 인사관리 부분도 법제하면 좋은데, 박용진 의원처럼 또 어느 의원이 나서줄지 모르겠다. 여전히 한유총 눈치를 보는 의원들이 많을 테니 순탄치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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