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수요 집회 직후 소성리 주민들은 사드 기지 앞을 찾아
7일, 수요 집회 직후 소성리 주민들은 사드 기지 앞을 찾아 "인제 평화 왔다. 빨리 가거라”면서 항의하고 있다. /시사위크

[시사위크|경북 성주=최영훈 기자] 남북이 서로에게 향하던 총부리를 거뒀다. 남북관계에 훈풍이 불고 있지만 경북 성주군 소성리 분위기는 달랐다. 사드 기지가 설치된 옛 골프장을 바라보는 소성리 주민들 시선은 분노에 가득찼다. 평온한 생활터전이 한순간에 사라졌기 때문이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둘러싼 갈등은 현재진행형이다. 사드 배치에 영향을 받는 경북 김천과 성주 주민들은 지난 7일, 101회 수요집회를 열고 소성리 마을회관과 사드 기지 앞에서 ‘사드 가고 평화 오라’고 외쳤다.

◇ 조용한 마을에 떨어진 ‘날벼락’

7일, 경북 성주시 초전면 소성리 풍광은 완연한 가을 날씨였다. 울긋불긋 단풍이 물든 아름드리 나무가 마을을 둘러싸고 있었다. 군용 차량이 수시로 드나드는 것을 제외하면 평범한 시골마을이나 다름없었다. 마을 주민들은 회관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점심을 함께 먹으며 수다 떨기도 했다.

누가봐도 평온한 시골마을 일상이다. 하지만 다리 하나를 건너면 딴 세상이다. 다리를 건너 사드가 배치된 군 기지까지 가는 길에는 경찰 초소가 2개 있었고, 검문은 삼엄했다. 검문소에서 맞이한 경찰은 ‘취재 차 방문’이라는 기자의 말에 기자증 검사를 한 뒤에 통과시켜줬다.

사드 기지 입구는 일반 군 부대처럼 3중 바리게이트와 철조망으로 가로막혀 있었다. 기지 앞 분위기는 삼엄한 경비 탓에 무겁게 느껴졌다. ‘다리를 건너기 전에는 일상, 건넌 후에는 투쟁’이라는 주민의 말이 와 닿았다. 기지 주변에서 밭을 가꾸는 주민들 역시 사드 배치 전과 달리 검문을 거쳐 들어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박태정 김천 노곡리 이장(사드배치반대 김천시민대책위원장)은 <시사위크>와 만난 자리에서 “벼락도 저런 벼락이 없다”고 표현했다. 주민들의 분노는 일상이 됐고, 우울증 앓는 주민도 생겼다는 게 현장 관계자의 전언이다.

사드 기지 입구 앞 모습. 세 번째 바리게이트를 통과한 뒤에 보이는 기지 입구. 철조망에 가로막혀 일반인 출입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다. /시사위크
사드 기지 입구 앞 모습. 세 번째 바리게이트를 통과한 뒤에 보이는 기지 입구. 철조망에 가로막혀 일반인 출입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다. /시사위크

◇ 분노하는 소성리

“위안부 할머니처럼 우리가 다 죽어야 문제가 해결되냐?” 경북 성주 소성리에서 3년째 사드 배치 반대 투쟁을 하는 할머니 말이다. 평균 연령 70대인 소성리 할머니들은 농번기인 11월에도 끊임없이 사드 배치 반대를 외쳤다. 사드 기지 앞에서  분노에 찬 목소리로 “인제 평화 왔다. 빨리 가거라”라며 군인들을 향해 외치기도 했다.

사드 배치는 박근혜 정부 당시 시작됐다. 문재인 정부도 이 사업을 이어받아 사드 관련 장비를 꾸준히 도입했다. 이로 인해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주민들은 8일 현재 702일째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2016년 12월 7일 시작된 소성리 수요집회는 지난주(10월 31일) 100회째를 맞았고, 어제(7일)는 101회였다.

2년째 집회에 꾸준히 참석한 정진석(51) 씨는 101회까지 수요집회가 이어진 데 대해 “소성리에서 1년 6개월정도 지냈다. 이곳에서 할머니들과 함께 지내면서 ‘전쟁의 아픔을 겪는 나라’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김천 구미역에서 경북 성주 소성리로 향하는 길에 <시사위크>와 만난 김영재 활동가도 “사드 배치 과정에서 평화롭던 주민들의 일상이 없어졌다”며 “(한반도는 평화 무드인데) 여기만 역행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 한밤의 날벼락

성주 사드기지 논란의 시초는 박근혜 정부였다. 2016년 7월 8일, 정부는 기습적으로 한반도 내 사드 배치를 공식 발표했다. 그리고 5일만에 경북 성주군이 사드 배치 지역으로 낙점됐다. 이해당사자인 성주군민들은 아무것도 모른 채 ‘일방적으로’ 국방부로부터 통보를 받았다.

이로 인해 갈등이 본격화 됐다. 당장 사드 레이더망 반경에 포함되는 경북 김천시민과 성주군민들은 집회를 열고 ‘사드 배치 반대’를 외쳤다. 성주군은 사드 발표 직후 사드 배치 반대를 주장하는 혈서도 썼다.

갈등 해결을 위해 문재인 정부가 나섰다. 일반환경영향평가 결과에 따라 사드 배치 여부를 최종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미국에서 계획서가 도착하는대로 정부는 사드 기지 부지에 대해 일반환경영향평가를 진행할 예정이다.

(맨 위 사진)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에 사는 70대 할머니들은 매주 수요일마다 사드 기지 앞을 찾아 항의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은 분노에 찬 눈빛으로 사드 기지를 바라보는 한 할머니 모습./ 시사위크(아래 좌측 사진) 사드 기지 입구 앞 모습. 세 번째 바리게이트를 통과한 뒤에 보이는 기지 입구. 철조망에 가로막혀 일반인 출입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다. /시사위크(아래 우측 사진) 경북 성주 초전면 소성리 마을회관 앞 한 주민의 집 담벼락에 그려진 사드 반대 그림. /시사위크
(맨 위 사진)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에 사는 70대 할머니들은 매주 수요일마다 사드 기지 앞을 찾아 항의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은 분노에 찬 눈빛으로 사드 기지를 바라보는 한 할머니 모습. (아래 좌측 사진) 성주 사드기지를 빠져나와 소성리 마을회관으로 가는 길에 위치한 경찰 초소. (아래 우측 사진) 경북 성주 초전면 소성리 마을회관 앞 한 주민의 집 담벼락에 그려진 사드 반대 그림. /시사위크

◇ ‘조건부 배치’ 말했지만 주민 반발은 여전

문재인 정부가 갈등 해결에 나섰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심지어 정경두 국방부장관이 지난달 26일 “일반환경영향평가가 끝나면 정식 배치하는 절차로 진행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히면서 상황은 더 악화됐다. 사드 배치 철회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 커지게 됐다. 지난 3일, 사드 영향권에 포함된 김천 노곡리와 성주 소성리 주민 40여명은 청와대 앞을 찾아 항의 시위도 벌였다.

지난 7일, 사드 기지 앞에서 열린 집회에 참가한 한 할머니는 “인제 평화 왔다 빨리 가거라, 서울가서 허락받고 왔다. 하루라도 땡겨 가라 우리 편하게, 그래야 우리나라 산다”고 외쳤다. 또 다른 할머니도 “소상할매 못살겠다, 미군들 빼고 사드도 가져가거라. 사드 뽑고 평화 심자, 미국 사드 미국으로, 평화는 이땅으로, 사드 뽑고 편히살자”고 구호를 외쳤다.

시위를 주도하는 박태정 이장은 사드를 겨냥해 “이건 어딜 가도 있어서는 안 될 무기이고,  전쟁을 부르는 무기”라고 규정했다. 이어 “만일 중국과 미국이 잘못됐을 때 (전략무기가 배치된) 여기부터 먼저 때리지. 전쟁은 진짜 있어서는 안 된다”라며 한국에서 사드가 사라져야 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이석주 성주 소성리 이장(소성리 사드철회 성주주민대책위원장)도 “여기는 평화로운 동네다. 하지만 사드는 전쟁무기지 않냐”고 반문한 뒤 “주민들은 평화를 위해 전쟁무기인 사드가 필요없다고 말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드가 철거될 때까지 한반도 평화를 위해 투쟁할 각오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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