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산훈련소 입대장병들이 입소에 앞서 부모님과 친지들에게 경례를 하고 있다. /뉴시스
논산훈련소 입대장병들이 입소에 앞서 부모님과 친지들에게 경례를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위한 대체복무제의 내용이 윤곽을 드러냈다. 14일 국방부는 설명자료를 통해 대체복무자 규모, 복무기간 및 내용, 예비군 훈련, 심사기관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국방부는 향후 각계각층의 의견수렴을 거쳐 최종안을 결정, 내년 2월 국회에 제출하겠다는 방침이다.

◇ 현역병과 형평성 고려

최대쟁점은 대체복무의 적정한 형태와 기간을 정하는 일이다. 현역병과의 형평성을 맞추는 것이 과제다. 국방부는 복무형태에 대해서는 ‘합숙’을 하는 방안이 확정적인 것으로 설명했다. 출퇴근하는 방안도 있었지만, 현역병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논의과정에서 별다른 이견은 없었다.

첨예하게 의견이 엇갈리는 것은 복무기간이다. 국방부는 36개월 복무에 무게를 두고 있다. 육군 현역 복무기간인 18개월의 2배를 적용한 결과다. 하지만 1.5배 이상의 복무기간은 ‘징벌적’ 성격을 담고 있다는 주장이 있다. 외국사례를 보면 독일이 현역병과 복무기간이 동일하며, 오스트리아, 스위스, 러시아 등이 1.5배 수준이다. 2배 이상인 국가로는 프랑스와 핀란드가 있다. 규범적 근거는 없지만, 국제적으로 다수가 채택했다는 점에서 1.5배가 적정하다는 것이다.

국방부는 일단 36개월 복무를 1안으로 놓고 조율을 거치겠다는 입장이다. 육군처럼 24개월 복무로 규정을 정하고,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다른 병역제도와 형평성 차원에서 36개월이 1안이고, 제도 정착 후 상황변화가 있으면 현역병 복무단축과 같이 융통성을 발휘하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 교정시설 근무 유력… 지뢰탐지 제외

국방부가 공개한 대체복무제 방안 주요 내용 /뉴시스
국방부가 공개한 대체복무제 방안 주요 내용 /뉴시스

대체복무자의 근무지 역시 마찬가지로 현역병과의 형평성을 우선 기준으로 삼았다. 당초 논의된 것은 교정, 소방, 보건복지 분야와 비전투분야 임무수행 방안이었다. 비전투분야에는 지뢰제거나 유해발굴 등이 제시됐는데, 업무숙달이나 보안유지를 이유로 민간인이 수행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 무엇보다 간접적으로라도 군과 관련이 있는 업무에 투입하는 것은 대체복무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게 헌법재판소의 판단이다.

따라서 교정, 소방, 보건복지 분야를 중심으로 논의가 이뤄졌다. 다만 보건복지시설의 경우 합숙을 할 수 있는 여건이 구비돼 있지 못하며, 복지시설별 근무강도 차이가 확연해 형평성이 맞지 않다는 의견이 많았다. 특히 근무 중 사고발생 시 책임배상 문제도 복잡해 적합하지 않다는 게 지배적인 의견이다. 소방의 경우 의무소방원들이 배치돼 있어 현역병과 등가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이에 국방부는 교정시설에 대체복무를 하는 방안을 1안으로 놓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취사지원 업무에 투입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교도소의 특성상 사소한 물품까지 철저한 재고관리와 배송이 필요해 업무강도가 현역병에 준한 것으로 국방부나 민간심사위원이 모두 인정했다.

◇ 심사기관 독립성 확보 과제

연간 대체복무자로 인정받는 인원은 600명 이내가 될 전망이다. 숫자에 제한을 두지 말고 적정기준을 정해 심사를 해야 한다는 반대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매년 500명 수준으로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나왔다는 통계가 있고, 여기에 플러스 알파로 600명이 적당하다는 결론을 냈다. 대신 첫 해에는 적체된 인원을 감안해 1,200명을 대체복무자로 인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심사방안은 국방부 내 심사위원회를 두는 1안과 시민단체 등 외부기관에서 하자는 2안이 대립하고 있다. 심사의 ‘독립성’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다. 일단 국방부는 1안을 중심으로 위원회에 인권위나 외부 심사위원이 참여하는 방안에 무게를 두고 있다. 심사를 받을 기회는 1인당 한 번으로 제한되며, 전시기간에는 대체복무가 인정되지 않는 방안이 논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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