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정치권에서 최근 선거제도 개혁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지난 10월 24일에는 선거제도 개편과 21대 총선 선거구 획정 등을 논의할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가 출범했고, 선거제도 개편을 통해 대표성과 비례성 강화 등을 이뤄내겠다는 게 목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자주 거론되는 것이 독일의 '연동형 비례대표제'다. 이에 <시사위크>는 '롤모델'로 불리는 독일 선거제도를 돌아보고, 독일에서의 선거법 개정 과정과 문제점 등을 짚고 우리의 선거제도 개편 방향에 대해 고찰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2013년 개정된 독일 선거제도의 가장 큰 특징은 보정의석 도입이다. 그러나 초과의석과 보정의석 제도 등으로 인한 독일 선거제도의 난해함은 독일 내에서도 잘 알려져있다. / 뉴시스
2013년 개정된 독일 선거제도의 가장 큰 특징은 보정의석 도입이다. 그러나 초과의석과 보정의석 제도 등으로 인한 독일 선거제도의 난해함은 독일 내에서도 잘 알려져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김민우 기자] 2013년 개정된 독일 선거제도의 가장 큰 특징은 보정의석 도입이다. 정당의 배분의석이 제2투표(정당투표) 결과에 완전비례 되도록 의석을 부여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특정 정당에서 초과의석이 발생하거나, 득표 대비 의석점유가 비례하지 않으면 보정의석을 통해 불균형이 교정된다.

다만 보정의석이 적용되는 기준이 초과의석 발생 외에도 있어 이에 대한 논의도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보정의석 배분은 의석점유가 득표보다 과다하게 나타난 정당을 대상으로 한다. 2013년 총선에서 보정의석 규모를 결정한 기준은 초과의석(4석)이 발생한 기독민주당이 아닌 의석과점이 일어난 기독사회당이었다.

초과의석을 포함한 정당 의석점유를 살펴보면 602석 중 기민당이 242석으로 40.2%를 차지했다. 정당득표율은 40.47%로 0.27%p 차이가 있다. 반면 기사당은 602석 중 56석으로 의석점유율이 9.3%인데 반해 정당득표율(8.80%)은 0.5%p 낮았다. 사회민주당은 183석으로 0.12%p, 좌파당은 61석으로 0.07%p, 녹색당은 60석으로 0.05%p 차이가 났다.

이러한 기사당의 의석과점 상태가 해소되는 지점까지 보정의석을 도입하면 총 의석이 늘어나게 된다. 이에 따라 기민당은 13석, 사민당 10석, 좌파당과 녹색당이 각각 3석의 보정의석을 받아 총 29석의 보정의석이 발생했다. 이를 더하면 기민당 255석, 사민당 19석, 좌파당 64석, 녹색당 63석, 기사당 56석으로 총 631석이 됐을 때 순수비례제를 적용해 배분한 의석분포와 일치하게 된다.

2013년 독일 연방하원선거 보정의석 배분에 따른 의석분포 변화 / 국회입법조사처
2013년 독일 연방하원선거 보정의석 배분에 따른 의석분포 변화 / 국회입법조사처

이같은 기술적인 어려움도 있지만, 사실 독일에서도 초과의석과 보정의석으로 인해 발생하는 의원정수 확대와 증가 폭 예측이 어렵다는 점이 지적받고 있다. 2013년 독일 총선의 최종의석은 기본 의원정수 598석보다 33석(초과 4, 보정 29)이 늘어난 631석이었고, 2017년 총선 때는 111석(초과 46, 보정 65)이 늘어난 709석이었다.

보정의석도 통상적으로 초과의석 발생으로 인한 표의 등가성 침해를 보완하는 차원에서 도입된다. 따라서 독일에서도 선거제 개혁 논의의 초점은 의원정수 확대의 최소화를 위한 초과의석 발생 억제에 맞춰진다. 다만 초과의석의 발생규모는 지역구와 비례대표의 비율, 선거구제, 의석배분단위, 유권자의 투표행태 등 다양한 요인의 영향을 받아 예측하기 어렵다.

이처럼 독일 선거제도의 난해함은 독일 정치권 내에서도 잘 알려져있다. 노버트 람머트 전 독일 연방하원의장이 "독일식 비례제도는 복잡하고 대부분 유권자에게는 이해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언급할 정도다.

김종갑 국회 입법조사처 조사관은 "국내에서는 독일식 비례제의 높은 비례성만 부각되어 초과의석의 문제점이 간과되는 측면이 있다"며 "초과의석이 초래하는 표의 등가성 침해나 의석배분의 불공정성 등의 문제를 과소평가하면 독일식 비례제에 대한 적실성 있는 평가를 내리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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