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서부지구에서는 예상 외의 팀들이 선전하며 플레이오프 경쟁을 심화시키고 있다. 사진은 LA 클리퍼스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는 루 윌리엄스. /뉴시스‧AP
올 시즌 서부지구에서는 예상 외의 팀들이 선전하며 플레이오프 경쟁을 심화시키고 있다. 사진은 LA 클리퍼스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는 루 윌리엄스. /뉴시스‧AP

[시사위크=하인수 기자] 서부 팀들이 동부에 비해 강한 전력을 보유한 현상을 가리키는 ‘서고동저’는 21세기 NBA를 관통하는 흐름이었다. 동부의 2000년대가 뉴저지 네츠와 보스턴 셀틱스, 르브론 제임스로 요약된다면 서부에서는 수많은 강팀들이 피고 졌다. LA 레이커스와 샌안토니오가 들어 올린 트로피만 모두 10개며 지금은 골든 스테이트가 왕좌를 이어받았다. 댈러스‧오클라호마시티‧휴스턴도 빼놓을 수 없는 강팀들이다.

2013/14 시즌은 역사상 서고동저가 가장 심각했던 시즌으로 손꼽힌다. 이 해에 서부 팀들은 동부와 만난 450번의 경기에서 284승 166패를 거둔다(승률 63.1%). 동부에서는 애틀랜타 호크스가 38승 44패의 성적으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했지만 서부에서는 피닉스 선즈가 이보다 10승이나 더 거두고도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2018/19시즌은 이 해의 기록을 깰 수 있을까. 현재까지 모습만 보면 충분히 가능하다. 각 팀들이 18~20경기를 치른 현재 동부에서는 8개 팀이 5할 승률을 넘겼으며, 기준을 4할로 낮춰도 여전히 8팀만 조건을 충족시킨다. 그러나 서부에서는 26일(한국시각) 기준 11개 팀이 5할 이상 승률을 달성했다. 4할 이상 승률을 거둔 팀들은? 피닉스 선즈를 제외한 나머지 14개 팀 모두다. 2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30개 팀의 흥망성쇠가 반복됐지만 동부와 서부의 전력 차이는 여전히 줄어들지 않은 셈이다.

하락세에 접어들 것으로 예측됐던 서부지구 전통의 강호들이 전력을 보존하는데 성공했다. 팀 던컨과 카와이 레너드가 모두 팀을 떠난 샌안토니오 스퍼스는 과거의 영광을 잃은 모습이지만, 더마 드로잔과 라마커스 알드리지가 있는 이상 플레이오프 경쟁을 벌일 힘은 충분하다. LA 레이커스는 지난 2년간 암흑기를 거치며 뽑은 유망주들, 그리고 르브론 제임스의 영입을 통해 다시 플레이오프 문을 두드리고 있다.

오클라호마시티 썬더는 폴 조지가 케빈 듀란트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당초 폴 조지가 스몰마켓인 오클라호마시티를 떠날 것이란 예측이 지배적이었지만 그는 지난 7월 잔류를 선언하며 구단과 4년 계약을 맺었다. 이것을 가능하게 한 것은 오클라호마시티 구단과 팀 리더인 러셀 웨스트브룩의 노력이다.

가장 의외인 팀은 LA 클리퍼스다. 구단 역사상 최고의 황금기(2011~17년)는 끝났지만 그렇다고 암흑기가 찾아온 것은 아니다. 크리스 폴과 블레이크 그리핀을 과감하게 트레이드하면서 받아낸 자원들이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쳐주고 있기 때문이다. 올스타 출신 선수 하나 없는 클리퍼스는 현재 13승 6패의 성적으로 서부 1위에 올라있다.

반면 동부지구의 옛 강호들은 날개 없는 추락을 경험했다. 르브론 없는 클리블랜드와 웨이드 없는 마이애미, ‘포스트 데릭 로즈’ 시대를 준비하지 못한 시카고는 모두 하위권을 전전하는 중이다. 스타플레이어 한 명에 의존한 채 악성계약과 미래 없는 트레이드를 남발한 결과다. 그나마 인디애나가 폴 조지 대신 빅터 올라디포라는 새 얼굴을 얻은 것이 ‘좋은 트레이드’ 사례다.

약팀들의 구단 운영능력에서도 차이가 난다. 서부에선 새크라멘토 킹스가 드래프트 5순위로 뽑은 디애런 팍스를 중심으로 팀을 재건한 반면 동부의 브루클린 네츠는 이제야 자신들의 신인지명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지난 2013년 보스턴과의 트레이드에서 미래 1라운드 신인지명권을 무더기로 넘겨준 대가다. 한편 뉴욕 닉스는 4순위 지명권으로 크리스탑스 포르징기스라는 원석을 얻는 행운을 누렸지만, 그는 연이은 부상으로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서고동저 현상이 계속되면 동‧서부로 나눠 진행하는 NBA의 전통적인 플레이오프 제도에도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다. 당장 순위표만 살펴봐도 서부 13위 미네소타의 존재감이 동부 6위 올랜도에 밀리지 않는 상황이다. 가장 좋은 해결책은 동부 구단들이 뛰어난 경영 수완을 발휘해 팀 전력을 끌어올리는 것이겠지만, 서부 구단들은 이미 지난 18년간 자신들의 능력이 더 낫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서고동저는 올해도, 그리고 아마도 내년에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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