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효과(Father Effect)’는 아빠의 육아 참여 중요성을 강조하는 용어입니다. /그래픽=이선민 기자
‘아빠효과(Father Effect)’는 아빠의 육아 참여 중요성을 강조하는 용어입니다. /그래픽=이선민 기자 [사용된 이미지 출처:프리픽(Freepik)]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아빠효과(Father Effect)’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해외에서 시작돼 최근엔 국내에서도 많이 알려지고 있는 용어입니다. 아빠가 육아에 적극 참여했을 때 아이에게 여러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는 말이죠.

이 용어를 처음 만든 사람은 미국의 심리학자 로스 파크입니다. 2000년에 이 용어를 처음 만들었는데, 이후 유사한 연구결과가 잇따르면서 ‘아빠효과’라는 용어가 자리 잡기 시작했습니다.

간단히 몇 가지만 소개해볼까요. 영국 국립아동발달연구소가 1968년부터 30여년에 걸쳐 1만7,000여명의 아동 및 청소년을 조사한 자료를 옥스퍼드 대학교 연구진이 분석한 결과, 사회적으로 좋은 능력을 보이거나 행복한 가정을 꾸린 이들은 대부분 아빠와의 관계가 좋았다고 합니다. 또 영국 킹스칼리지런던 연구팀이 128쌍의 아빠와 자녀를 관찰한 결과, 아빠가 적극적으로 놀아준 아이들이 사고력 테스트에서 더 높은 점수를 기록했습니다. 이밖에도 언어, 정서, 건강, 사회성 등 다양한 측면에서 아빠의 적극적인 육아참여 중요성을 입증한 연구결과가 많습니다.

꼭 이러한 연구결과가 아니더라도, ‘아빠효과’의 긍정적인 효과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습니다.

아이가 처음으로 인간관계를 맺는 대상은 다름 아닌 부모입니다. 첫 사회생활은 가정에서 시작하고요. 그런데 이 같은 관계가 엄마 쪽에 집중되지 않고 아빠와도 일정 수준 이상 형성된다면, 훨씬 다양한 경험 및 습득이 가능할 겁니다. 반드시 아빠라서, 혹은 남성이라서라기 보단 주된 소통의 대상이 한 명 더 늘어난다는 것 자체에 큰 의미가 있습니다.

아무리 단짝친구도 지나치게 오랫동안 붙어있다 보면 괜히 안 좋은 모습만 더 눈에 들어오거나 다툼이 벌어지곤 하지 않나요? 부모-자녀 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늘 엄마하고만 붙어있다 보면, 엄마와 아이 모두 스트레스가 쌓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아빠를 통해 이를 분산한다면 관계의 다양성은 높이고, 스트레스는 줄일 수 있죠.

엄마(여성)가 아닌 아빠(남성)에게서만 기대해볼 수 있는 효과도 분명 있습니다. 여성과 남성, 엄마와 아빠는 언어의 구사부터 아이를 대하거나 놀아주는 방식 등이 크게 다릅니다. 어른들이 보기엔 별거 아닌 것 같아도 아이들의 작은 세계에선 엄청난 차이입니다. 예를 들면 본능적으로 모성애가 강한 엄마는 아이를 위험에서 최대한 보호하려고 하지만, 아빠는 그 정도에 차이가 있습니다. 이러한 차이는 아이에게 모험심을 키울 수 있는 기회가 되고요.

‘아기’를 벗어나 ‘아이’로 자랐을 때에도 아빠의 역할은 중요합니다. 자신의 어릴 적을 떠올려보시죠. 아마 다들 아빠가 ‘슈퍼맨’이었을 겁니다. 그런 슈퍼맨과 함께 하는 시간이 많고, 더 많은 교감을 나눈다면 아이의 자신감과 활동성은 더욱 커지게 됩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아이들은 금세 자라 사춘기에 접어듭니다. 이때 부모와 갈등을 겪는 경우가 많고, 특히 아빠와 관계가 멀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유아기부터 어떤 관계를 형성해왔는지도 중요한 요인일 겁니다. 각도가 0.1°만 틀어져도 나중엔 건널 수 없는 강이 되곤 합니다.

저는 ‘아빠효과’가 자녀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아빠의 적극적인 육아 참여는 엄마에게도 좋은 영향을 미칩니다. 먼저, 육아로 인한 스트레스와 정신적·체력적 부담을 덜어 줄 수 있습니다. 이는 더 좋은 육아를 하는데 큰 도움이 될 거고요. 더 나아가 자신의 자아를 실현하거나, 경력단절을 해소하는 데에도 ‘아빠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습니다.

아빠 본인도 ‘아빠효과’를 무시할 수 없습니다. 아빠와 자녀의 교감은 자녀 뿐 아니라 아빠에게도 정서적 안정을 안겨다줍니다. 사회생활에 찌든 아빠에게 아이는 오아시스 같은 존재죠.

특히 유아기 아빠의 적극적인 육아참여는 아이가 성인이 돼가는 과정에서 유대감을 유지해나가는 중요한 출발점입니다. 아기가 어떤 기저귀를 쓰는지, 어떤 이유식을 먹고 있는지 모르는 아빠가 나중에 학교에서 어떤 친구를 만나는지, 어떤 취미를 갖고 있는지 알 수 있을까요? 유아기 때부터 자연스럽게 형성해나가기 시작한 유대감은 훗날 청소년기 자녀와의 갈등을 방지하고, 행복한 가정을 이루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겁니다.

즉, 아빠의 적극적인 육아참여는 아이는 물론 엄마와 아빠, 가족 모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문제는 시간입니다. ‘아빠효과’를 위해선 반드시 시간이 필요합니다. 아빠가 아이와 함께하고, 육아에 참여할 시간이 필요하죠.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선 그 시간을 마련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아마 지금도 상당수 아빠들은 잠든 아이에게 인사한 뒤 출근하고, 퇴근 후에도 2~3시간 정도밖에 함께할 시간이 없을 겁니다. 그 시간을 모두 아이에게 쏟고 나면 자신을 위한 휴식 및 재충전의 시간은 없게 되고요. 대기업과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남성 육아휴직이 늘어나고 있다지만, 전체적으로는 아직 현저히 낮은 수준입니다.

이는 결코 ‘아빠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닙니다. 아이와 보내는 시간을 늘리는 것은 당연하고, 그 이후 휴식시간도 함께 보장돼야 합니다. 그래야 꾸준하게 ‘아빠효과’가 발현될 수 있죠.

많은 가정이 ‘아빠효과’를 본다면, 우리 사회는 그만큼 더 좋아질 겁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행복한 사회가 되겠죠. 그러기 위해선 아빠들에게 시간이 주어져야 합니다. 남성의 육아휴직이나 육아기 단축근로 같은 제도를 더욱 빨리 안착시켜야 하는 이유입니다.

이를 위해선 보다 현실적이고 실현 가능성 높은 제도가 필요합니다. 천편일률적이고 현실 적용이 쉽지 않은 제도만 만들어놓고 방관할 것이 아니라, 기업규모·업종 등에 따라 다양한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각자의 여건에 맞춰 육아휴직이나 육아기 단축근로의 방식 및 기간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대신 어떤 방안을 선택하든 일정 기간 이상은 의무적으로 사용하도록 해야 합니다. 단순히 한 명의 아빠나 가정을 위한 것이 아닌, 우리 사회를 더 좋은 사회로 만드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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