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김선규 기자] 축구에서는 많은 ‘라이벌’이 존재한다. 국가 대 국가, 구단 대 구단, 선수 대 선수, 그리고 감독 대 감독에 이르기까지. 그 중에서 이 시대 감독 라이벌을 꼽자면 펩 과르디올라와 조세 무리뉴가 첫 손가락에 꼽힐 것이다.

두 사람은 한때 바르셀로나에서 한솥밥을 먹기도 했지만, 그보단 이후 적으로 만나는 일이 더 많았다. 비교적 젊은 나이부터 감독으로 성공가도를 달린 두 사람 사이엔 자연스레 라이벌 관계가 형성됐고, 각자의 실력을 입증하듯 최고의 자리에서 마주치곤 했다.

그 시작은 2009-10시즌 유럽 챔피언스리그 4강이었다. 당시 펩 과르디올라는 바르셀로나를 이끌고 있었고, 무리뉴는 인터밀란이 감독이었다. 결과는 무리뉴의 승리였다. 무리뉴의 인터밀란은 과르디올라의 바르셀로나를 꺾고 결승에 진출했고, 우승컵까지 들어올렸다.

이후 두 라이벌의 운명은 더욱 드라마틱하게 전개됐다. 무리뉴가 바르셀로나의 최대 라이벌 구단인 레알 마드리드 감독으로 부임하면서 두 사람 사이에서도 본격적인 라이벌 관계가 시작됐다.

스페인에서의 만남은 과르디올라가 웃었다. 무리뉴의 레알 마드리드와 과르디올라의 바르셀로나는 2년간 11차례 맞대결을 펼쳤는데, 과르디올라가 5승 4무 2패로 압도적 우위를 보였다.

물론 무리뉴도 당하고 있지만은 않았다. 2012-13시즌, 마침내 과르디올라로부터 우승컵을 빼앗은 것. 감독 데뷔 이래 처음으로 리그 우승을 놓친 과르디올라는 바르셀로나를 떠나 잠시 휴식을 가졌다.

이후 한동안 두 사람의 맞대결은 성사되지 않았다. 2013-14시즌 무리뉴는 첼시 감독으로, 과르디올라는 바이에른 뮌헨 감독으로 부임했지만 챔피언스리그에서의 만남은 없었다.

하지만 두 사람의 라이벌 관계가 그렇게 끝난 것은 아니었다. 2016-17시즌, 또 다시 드라마틱한 만남이 시작됐다. 무리뉴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과르디올라가 맨체스터 시티를 이끌게 된 것이다. 그렇게 두 사람은 또 다시 라이벌 구단에서 만나게 됐다.

첫 시즌엔 나란히 실패를 맛봤다. 두 사람 모두 첼시의 우승을 지켜만 보며 쓰린 속을 달래야 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그 이후다. 이후 두 사람의 행보는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취임 2년차를 맞아 팀 정비를 마친 과르디올라 감독은 맨체스터 시티를 압도적 우승으로 이끌며 자신의 진가를 입증했다. 올 시즌 역시 마찬가지다. 시즌 시작 후 13라운드까지 단 1패도 당하지 않은 채 1위를 지키고 있다.

반면 무리뉴는 지난 시즌 과르디올라에게 밀려 준우승에 그치더니 올 시즌엔 아예 몰락을 거듭하고 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13라운드 동안 6승을 거두는데 그쳤고, 4패나 당했다. 순위는 7위다.

두 팀의 분위기와 전망도 극명하게 엇갈린다. 무리뉴 감독이 이끄는 맨유는 안팎으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또한 거액을 들여 성급하게 영입한 선수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점점 더 어려운 상황에 빠지고 있는 모습이다.

과르디올라의 맨시티는 다르다. 영입한 젊은 선수들이 대부분 제몫을 해내며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당장의 전력이 안정되고, 선순환이 자리 잡으면서 미래를 위한 장기적 투자가 가능해졌다.

세기의 라이벌 무리뉴와 과르디올라의 경쟁은 이렇게 과르디올라 쪽으로 기우는 모양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