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에 나선 중장년층이 증가하는 가운데, 기존과 다른 영역에 도전하는 이들이 눈길을 끈다. / 그래픽=이선민 기자
창업에 나선 중장년층이 증가하는 가운데, 기존과 다른 영역에 도전하는 이들이 눈길을 끈다. / 그래픽=이선민 기자 [사용된 이미지 출처:프리픽(Freepik)]

[시사위크=장민제 기자] 평균수명 증가, 퇴직연령이 감소하는 ‘100세 시대의 사회적 변화’는 퇴직, 은퇴한 중장년층을 또 다른 경제활동에 내몬다. 여기엔 ‘창업’이 대표적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대표자 연령별 기업 수’를 살펴보면 ‘대표가 40대 미만인 활동기업 수’는 2011년 91만9,391개에서 2016년 87만9,558개로 소폭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40대 이상을 대표로 둔 기업 수’는 434만6,006개서 489만590개로 늘었다. 특히 ‘대표가 60대 이상인 기업 수’는 93만3,973곳에서 126만6,726곳으로 크게 증가했다.

재취업이 힘든 만큼 창업으로 경제활동을 이어가는 셈이다. 아이템으론 흔히 편의점이나 치킨집 등 프랜차이즈 사업을 떠올리곤 한다. 본사의 안정적인 지원으로 수월하게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 새로운 영역 도전한 시니어들

그러나 새로운 아이디어로 또 다른 영역에 도전하는 이들도 있다. 안정성은 프랜차이즈보다 떨어진다 해도 천편일률적인 흐름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생각으로 승부를 걸 수 있기 때문이다.

시니어 창업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는 2015년 설립된 하이팟이 꼽힌다. 여상철(56) 하이팟 대표는 ‘식물과 물고기를 함께 키울 수 있는 제품’을 개발, 시니어 기술기업으로 인정을 받았다. 올해는 제품 개선작업을 진행하느라 예년만 못하지만, 지난해 이 제품으로 매출 1억원 가량을 올렸다.

그는 “MD와 바이어 등으로부터 의견을 듣고선 제품의 70%가량을 개선했다”며 “12월이면 완료된다. 해외에선 개선작업이 끝나면 구매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다”고 말했다.

또 사회적 기업으로 방향을 잡은 시니어도 있다. 디자인업계에 종사했던 이종근 대표는 2017년 디올연구소를 설립했다. 그는 ‘기존 서체들이 디자인면만 고려하다보니 저시력자 또는 노안을 겪는 분들에게 적절치 않았던 것을 사회문제로 인식했다고 한다. 이들을 위한 서체(폰트)를 개발했고, 지난해 매출 1억원을 올렸다. 올해는 매출 2~3억원을 예상 중이다.

하이팟이 개발한 아큐플랜드. / 하이팟
하이팟이 개발한 아큐플랜드. / 하이팟

◇ 시니어 창업, 리스크는 없나요?

다만 창업에는 리스크가 뒤따른다. 특히 한창 가족을 부양해야 할 40대 중장년층의 사업실패는 심각한 생활고로 이어질 수 있다.

통계청의 ‘기업생멸행정통계’에 따르면 2015년 기준 대표자 연령별 기업 생존율은 30대 미만이 16.2%인 반면, 40대 29.9%, 50대 30.6%, 60대 이상 27.5%로 조사됐다. 젊은 CEO 기업보다 중장년 CEO 기업의 생존율이 높긴 하지만, 상당수가 폐업 위기를 맞는 셈이다.

일각에선 이에 창업을 위해선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정명수 청주 중장년기술창업센터 총괄매니저는 “시니어, 중장년층은 청년들과 다르게 ‘모험·벤처·도전’이란 단어가 낯설고 위험할 수 있다”며 “그런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선 준비가 된 창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평소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을 창업하는 건 좋지만, 아이템부터 사업자금, 주변여건, 경쟁력 등 제반여건을 확실히 파악해야 한다는 뜻이다.

또 “중장년 대부분은 그간 해왔던 경험을 가지고 창업을 하지만 어떻게 보면 자신만의 프레임에 갇혀 있을 수 있다”며 “프레임을 벗어나는데 준비기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체로 대기업에 근무했던 이들은 대기업 마인드로, 전직 공무원들은 공무원 시각으로 시장을 바라본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 같은 창업 준비를 위해선 기업 또는 사회단체, 그리고 정부의 제도적 지원을 적절히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

실제 앞서 언급한 디올연구소는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한국콘텐츠진흥원, 신나는조합 등으로부터 우수창업아이템으로 선정되면서 각종 사업지원을 받았다. 또 하이팟 대표는 2015년 성북구중장년기술창업센터에 입주한 뒤 멘토링 및 상담 등 다양한 지원과정을 거치며 성장을 지속했다.

정 총괄매니저는 “센터 교육과정 중 ‘실전창업’이 있다”며 “창업아이템이 없는 분들도 와서 창업에 대한 교육과 전문가 멘토링을 받고, 사업계획서도 써보는 기본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후 어느 정도 아이템이 구체화 됐다면 파일럿 창업으로 도전하게 한다”며 “시제품 또는 샘플을 만든 뒤 홍보를 하고, 네이버 스토어팜에 올려 반응을 보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 경우 비용은 일인당 500만원(자부담 20%)가량이 지원된다.

큰 비용부담 없는 1인 창업으로 시작해 아이템 검증 및 홍보마케팅 등의 교육과 함께, 판로개척까지 지원받을 수 있는 셈이다.

그는 “신중년들은 준비가 안 되고 불안한 도전을 하지말아야 한다”며 “충분히 알아보고 해도 늦지 않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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