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어로즈의 포수 고민이 다시 시작됐다. /뉴시스
히어로즈의 포수 고민이 다시 시작됐다. /뉴시스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훌륭한 포수의 존재는 백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포수는 강팀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포지션이다. 아무리 뛰어난 투수와 수비진을 갖춘 팀이라 해도 포수가 흔들리면 수비 전체가 무너지기 쉽다. 공격에서도 마찬가지다. 포수가 타선의 구멍이 된다면, 공격의 맥이 끊길 수밖에 없다.

하지만 훌륭한 포수를 보유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백업까지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10개 구단 중 포수 전력에 충분히 만족할 수 있는 곳은 손에 꼽는다.

이제 ‘넥센’을 떼고 ‘키움’을 붙이게 될 히어로즈도 수년째 포수 고민을 속 시원히 풀지 못하고 있다. ‘화수분의 팀’ 답게 그때그때 새 얼굴이 등장하고 있는데, 내년에도 ‘구멍 메우기’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히어로즈의 포수 변천사는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히어로즈의 주전 포수는 허도환이었지만, 공수양면에서 썩 만족스러운 자원은 아니었다. 2012년 트레이드를 통해 최경철을 영입하고, 2014년엔 용병타자로 포수 로티노를 선택하는 등 포수 자원에 대한 갈증이 끊이지 않았다.

그때 뜻밖의 일이 벌어졌다. 주전 포수 허도환이 배탈로 경기 출전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대신 마스크를 쓴 박동원이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이후 박동원은 허도환을 제치고 주전 포수로 도약했고, 이듬해 허도환은 한화 이글스로 트레이드됐다.

강력한 펀치력을 겸비한 포수 박동원은 히어로즈의 포수 고민을 풀어주는 듯 했다. 그런데 올 시즌 예상치 못한 악재를 만나고 말았다. 박동원이 성폭행 혐의로 이탈한 것이다.

핵심 주전 포수의 갑작스런 이탈은 팀 전력 차원에서 큰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나 히어로즈는 꿋꿋하게 시즌을 치르며 결국 가을야구 진출에 성공했다. 또한 플레이오프까지 진출해 명승부를 연출하며 큰 박수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핵심 주전 포수의 공백은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박동원의 공백을 메운 것은 백업 포수 김재현. 김재현은 우선 안정적인 수비를 바탕으로 팀이 흔들리지 않는데 큰 역할을 했다. 공격력은 다소 아쉬운 측면이 있었지만, 안정감은 합격점을 받았다. 특히 김재현은 가을야구를 통해 부쩍 성장한 모습을 보였다. 와일드카드전,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 등 빡빡한 일정과 치열한 경기를 치르며 소중한 경험을 쌓은 것이다.

그렇게 박동원 이탈에 따른 고민도 해결되는 듯 했다. 하지만 히어로즈의 고민은 다시 시작됐다. 주전 포수 공백을 훌륭하게 메운 김재현이 군 복무를 위해 잠시 팀을 떠나기 때문이다. 이제는 김재현의 대체 자원을 찾아야하는 히어로즈다.

가장 먼저 손에 꼽히는 선수는 주효상. 2016년 1차 지명을 받은 주효상은 히어로즈가 많은 기대를 걸고 있는 젊은 포수 자원이다. 올 시즌에도 김재현과 함께 ‘위기 탈출’에 상당한 공헌을 했다.

하지만 주효상 홀로 주전 포수의 무게감을 견디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주효상과 함께 주전 포수 역할을 분담할 백업 포수 이상의 존재가 필요하다.

문제는 바로 이 지점이다. 마땅한 선수가 보이지 않는다. 주효상 외에 포수 자원으로는 2016년 육성선수로 영입한 김종덕과 신인 정동욱·배현호가 있다. 이 중 1군 경험이 있는 것은 김종덕 뿐인데, 그마저도 3경기가 전부다.

히어로즈가 내년 시즌 또 다시 포수 구멍을 메우는데 성공한다면 크게 두 가지 시나리오를 예상해볼 수 있다. 주효상 또는 무명의 포수 자원이 기대 이상의 활약으로 자리를 잡는 것. 다른 하나는 트레이드를 통해 수혈하는 것이다.

안방에 빨간불이 켜진 히어로즈가 이번엔 어떻게 그 구멍을 메우게 될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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