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뉴시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김민우 기자]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결국 비례대표 숫자를 늘리겠다는 제도다. 결국 원내의석을 더 확보하겠다는 일부 야당의 당리당략에 불과하다."

박덕흠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이 13일 비대위회의에서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 야3당이 주장하는 선거제도 개혁안인 연동형 비례제에 대해 했던 발언이다. 박 비대위원은 그러면서 "선거제도 개편의 기본 전제조건은 바로 국회의원 정수"라며 이에 대한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제안한 3가지 개편안 초안의 공통점은 비례대표 의석을 늘린다는 점이다. A안과 B안은 의원정수를 현행 300명으로 고정한 채 지역구 의석을 200석과 225석으로 하향 조정하고 비례의석은 75~100석 늘린다. C안은 정수를 330명으로 늘리고, 지역구 220석, 비례 110석으로 한다. 현재 20대 국회는 지역구 252석, 비례 47석으로 구성됐다.
 
연동형 비례제는 정당 득표율에 맞는 의석수를 배분해 비례성을 최대한 맞추고자 하는 제도다. 지역구 의석을 얻지 못해도 정당 득표율에 따라 비례대표 의석을 확보한다는 점에서 소수정당의 의회진출 가능성을 높인다는 것에 이견은 거의 없다. 다만 연동형 비례제가 실제로 효과를 보려면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 비율이 최대한 비슷해야 한다. 정개특위 개편안 초안 모두 비례의석 비중이 많이 늘어난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나라 정치권의 롤모델로 불리는 독일식 연동형 비례제의 2017년 19대 총선 결과를 보면 이 제도가 주로 지역구 선거에 불리한 소수정당에 유리하다는 점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기독민주당(CDU)은 정당득표율 28.2%를 받은 가운데 지역구 185석, 비례 15석을 확보했고, 사회민주당(SPD)은 21.6% 정당득표율과 지역구 59석, 비례 94석을 가져갔다.
 
반면 독일 극우정당으로 분류되는 '독일대안당(AfD)'은 12.6%의 득표율을 얻어 94석을 확보했는데, 이 가운데 지역구 의석은 3석에 불과했다. 좌파당(Die Linke)는 정당득표 9.7%, 69석 가운데 지역구는 4석, 녹색당(Gruene)은 득표율 9.4%, 전체의석 67석 중 지역구 1석이었다. 11.3%의 정당 득표를 받은 자유민주당(FDP)은 80석 전부 비례대표다.
 
연동형이 아닌 병립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했던 지난 2016년 20대 총선결과 의석수와 비율은 새누리당 122석(40.67%), 민주당 123석(41%), 국민의당 38석(12.67%), 정의당 6석(2%)이었다. 비례대표 의석수를 결정하는 정당득표 부분에서는 새누리당 33.5%, 민주당 25.54%, 국민의당 26.74%, 정의당이 7.23%를 기록했다. 1~2당인 민주당과 새누리당은 정당득표보다 많은 의석을, 국민의당과 정의당은 절반 수준의 의석만 가져간 셈이다.
 
이같은 20대 총선결과에 총 의석을 360명으로 고정하고, 연동형 비례제를 적용할 경우 비례성은 소폭 상승한다. 앞서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대표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새누리당은 126석, 민주당 110석, 국민의당 93석, 정의당 20석, 무소속 11석이 되고, 정당득표율과 의석비율은 각각 새누리당 36.01%-35%, 민주당 27.46%-30.56%, 국민의당 28.75%-25.83%, 정의당 7.78%-5.56%가 된다.
 
이러한 결과를 보면 박 비대위원의 주장처럼 야3당이 자신들의 원내의석을 더 확보하겠다는 '당리당략'의 측면이 있다고 분석할 수도 있다. 다만 연동형 비례제가 기본적으로 정당 득표율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보면 정의당 외에 낮은 지지율을 이어가고 있는 바른미래당이나 평화당이 지금보다 비례의석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바른미래당의 평균 지지율은 6% 수준인데, 정개특위 개편안 초안C(의원정수 330석)에 정당 지지율을 대입하면 할당 의석은 단순계산만 해도 20석 수준이다. 연동형 비례제가 제도적으로는 거대양당보다는 소수정당에 유리한 제도이지만, 현실적으로 지지도가 낮을 경우 반드시 이익으로만 이어지지는 않는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연동형 비례제는 소수당의 당리당략'이라는 비판을 반박하는 논리도 이와 같다. 손 대표는 13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연동형 비례제가 바른미래당이 의석 몇 개 좀 더 얻겠다는 것은 어림없는 소리"라며 "바른미래당이 지금 6~7%밖에 지지율이 없는데, 연동형 비례제로는 지금 의석도 못 차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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