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특감반원 출신 김모 수사관의 폭로성 제보에 청와대가 강경대응에 나섰다.
전직 특감반원 출신 김모 수사관의 폭로성 제보에 청와대가 강경대응에 나섰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전직 특감반원 김모 수사관의 폭로성 제보가 청와대의 민간인 사찰 의혹으로 번졌다. 청와대는 이례적으로 특감반의 첩보생산부터 검수과정, 최종 정보용처까지 상세히 밝히며 사실무근임을 입증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아울러 김 수사관에 대해서는 명예훼손, 공무상 기밀 누설 등 최대한의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 민간인 첩보 보고서 있었다

핵심 쟁점은 ‘전직 총리’와 ‘민간은행장’에 대한 청와대의 정보수집과 활용이 있었는지 여부다. ‘대통령비서실 직제’ 7조에 따르면, 특감반의 감찰 대상은 고위공직자, 공공기관 단체장 및 임원, 대통령 친족 및 특수관계인에 한정된다. 전직 총리와 민간은행장은 청와대의 감찰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인사로, 실제 감찰이 이뤄졌다면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

일단 반부패비서관실 산하 특감반에서 ‘전직 총리’ ‘민간은행장’의 첩보내용이 담긴 보고서가 올라왔다는 것은 사실로 확인됐다. 김 수사관이 언론에 제보한 ‘보고 리스트’에 해당 내용이 있었으며, 청와대도 해당 보고가 있었다는 사실 자체를 부인하지 않았다.

다만 논란이 된 보고서는 검수과정을 거치지 않은 1차 ‘첩보보고’ 수준에 불과했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특감반원이 작성하는 ‘일일보고’ 혹은 ‘동향보고’의 첩보는 사무관과 특감반장, 반부패비서관 순으로 최소 3~4단계의 검증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업무영역 외의 사건이거나 사실과 다른 내용은 완전히 폐기처리 된다. 따라서 리스트에 있는 ‘전직 총리’나 ‘민간은행장’ 첩보는 중간에 폐기돼 정보로 사용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해당 첩보를 지시한 고위인사도 없었다고 청와대는 말한다.

◇ 검수과정서 자체 폐기

대통령비서실 직제

제7조(특별감찰반) ① 대통령의 명을 받아 다음 각 호의 자에 대한 감찰업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대통령비서실에 특별감찰반을 둔다.

1. 대통령이 임명하는 행정부 소속 고위공직자

2. 대통령이 임명하는 공공기관ㆍ단체 등의 장 및 임원

3. 대통령의 친족 및 대통령과 특수한 관계에 있는 자

민간인 관련 정보가 청와대로 넘어오게 된 것은 ‘첩보기관’의 특성 때문으로 분석된다. 고위공직자나 대통령 친인척 등을 감찰하다보면 필연적으로 민간인과의 관계가 조명될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정보를 처음 취득하는 과정에서 걸러지기는 어렵고, 중간단계에서 판단을 내리는 것이 자연스럽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취재진과 만나 “첩보 보고서를 쓰는 과정에 누군가의 지시가 전혀 없었다. 업무역영을 벗어나 가져온 첩보를 우리가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활용했다면 문제가 되지만 전혀 그렇게 하지 않고 모두 폐기했다”며 “불순물처럼 묻어서 들어온 정보는 (청와대 내부) 정제 과정을 거치면서 다 쳐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감반원들의 감찰범위를 청와대가 사전에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간인에 대한 첩보 보고서가 올라왔을 때 경고나 주의조치를 줬더라면 2번 반복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는 점에서다. 현재 문제가 된 것은 두 건에 불과하지만, 공개되지 않은 민간인 관련 첩보 보고서가 더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김 대변인은 “김 수사관인 2017년 8월 경 특감반에 처음 왔을 때 특감반장이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경고라기보다 시정조치에 가까웠다”며 “기억에 의존했기 때문에 (시정 조치가) 한 두 차례 더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이후 민간인 사찰은 없었다고 한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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