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닉스의 구단주 제임스 돌란(앞쪽)이 닉스 구단을 매각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그의 뒤에 서 있는 것은 돌란에 의해 임명됐다가 성적 부진으로 작년 여름 해고됐던 필 잭슨 전 사장. /뉴시스‧AP
뉴욕 닉스의 구단주 제임스 돌란(아래)이 닉스 구단을 매각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그의 뒤에 서 있는 이는 돌란에 의해 임명됐다가 성적 부진으로 작년 여름 해고됐던 필 잭슨 전 사장. /뉴시스‧AP

[시사위크=하인수 기자] 통신재벌 찰스 돌란의 아들인 제임스 돌란은 다양한 직함을 가지고 있다. 통신회사 케이블비전시스템의 CEO, MSG그룹의 대표이사, 그리고 뉴욕에 연고지를 둔 스포츠클럽 3개의 구단주. 그 중 가장 가치가 큰 것은 돌란이 소유한 경기장 ‘메디슨 스퀘어 가든’을 홈구장으로 쓰는 뉴욕 닉스다.

지난 1999년부터 MSG그룹의 경영자로서 닉스 구단의 운영을 좌지우지해온 제임스 돌란이 최근 구단을 팔 마음이 있다고 밝혔다. ESPN은 17일(현지시각) “‘적절한 제안이 있다면’ 뉴욕 닉스 구단을 매각할 의사가 있다”는 돌란 구단주의 발언을 보도했다. 물론 값이 싸지는 않다. 돌란이 ESPN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협상 시작가격은 50억달러다.

포브스가 지난 7월 발표한 스포츠 구단 평가에 따르면 뉴욕 닉스 팀은 36억달러의 가치를 가진다. 세계에서 7번째로 높으며, 농구 팀 가운데선 1위다. 늘 플레이오프 턱걸이, 또는 10위권 언저리를 맴도는 닉스의 성적을 고려하면, 인구가 730만명에 달하는 뉴욕을 연고지로 둔 이점이 어느 정도인지 쉽게 알 수 있다.

바꿔 말하면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지난 20여년간 돌란 구단주의 방만한 운영에 속을 썩여왔다는 뜻이다. 제임스 돌란과 함께한 뉴욕 닉스의 21세기는 암울했다. 2000/01시즌부터 지난 17/18시즌까지 닉스는 단 5번 플레이오프에 진출했으며 한 번을 제외하곤 모두 1라운드에서 탈락했다. 14년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과 두 번의 준우승을 달성했던 닉스의 90년대를 기억하는 올드 팬들은 돌란 구단주에 대한 실망이 더 클 수밖에 없다.

경기 외적으로 불미스러운 일도 많았다. 2007년에는 아이재아 토마스 사장이 농구선수 출신 임원을 성희롱해 법정에 섰고, 돌란 구단주는 1,160만달러의 배상금을 지불해야 했다. 한편 2017년에는 닉스에서 10년 동안 선수생활을 했던 찰스 오클리가 메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돌란 구단주와 시비가 붙어 수갑을 차고 경호원들에게 끌려 나가는 사건도 벌어졌다. 사태의 진상과 별개로, 이 일로 인해 닉스 팬들이 돌란 구단주를 더 싫어하게 됐다는 것은 분명하다.

지난 8월 ‘닉스에 대한 팬심’이 이베이 경매에 붙여진 사건은 제임스 돌란에 대한 닉스 팬들의 감정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다. 자신이 33년 동안 닉스를 응원했다고 밝힌 이 인물은 돌란과 함께 한 17년을 ‘고통스러운 시간’으로 표현하며 “닉스 대신 입찰자가 지정하는 팀을 응원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낙찰가 3,450달러에 LA 레이커스의 팬이 된 그는 “제임스 돌란은 메디슨 스퀘어 가든의 수치”라는 말로 자신과 닉스의 긴 역사를 정리했다.

돌란 구단주가 닉스에 투자를 하지 않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뉴욕 닉스는 2001년부터 2015년까지 사치세를 가장 많이(2억4,850만달러), 자주(10시즌) 낸 팀이다. 그러나 사치세를 낸 기간 동안 기록한 승률이 39.5%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돌란이 돈을 가장 비효율적으로 쓴 구단주라는 사실밖에 증명하지 않는다. 돌란 구단주가 닉스를 팔 마음이 있다는 뉴스에 가장 기뻐하는 사람들이 다름 아닌 닉스의 오랜 팬들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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