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FA시장이 썰렁하다. /뉴시스
프로야구 FA시장이 썰렁하다. /뉴시스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썰렁하다. 잠잠하다. 프로야구 스토브리그 최대 관전포인트 중 하나인 FA시장 이야기다. 전반적으로 크게 달라진 상황 및 분위기가 전에 볼 수 없던 FA시장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번 FA시장에서 자격을 취득해 권리 행사에 나선 선수는 15명. 하지만 이들 중 계약소식을 전한 것은 4명뿐이다. 모창민이 원소속팀 NC 다이노스와 3년 총액 20억원에 계약하며 ‘1호’ 타이틀을 가져갔고, 뒤이어 ‘대어급’으로 꼽히던 최정과 이재원, 양의지가 차례로 계약소식을 전했다.

문제는 그 이후다. 이름은 쟁쟁하지만, 나이 또는 기량이 ‘대어급’은 아닌 나머지 선수들은 깜깜무소식이다. 그나마 일부 선수는 구단과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지만, 그마저 없는 선수도 적지 않다. 특정 포지션이 시급한 구단은 노려볼법한 선수가 있음에도 나서지 않고 있고, 사실상 잔류 가능성이 높은 선수들의 계약도 서둘러 진행되지 않고 있다.

이는 최근 프로야구 전반의 달라진 분위기에 따른 것이다. 과거엔 경험 많고 능력이 입증된 FA 영입을 통해 전력강화를 노리는 구단이 많았다. 거품논란이 끊이지 않았을 정도다.

하지만 최근엔 대다수 구단들이 내부육성에 중점을 두고 있다. 두산 베어스, 넥센 히어로즈 등이 ‘화수분 구단’으로 새로운 스타들을 연이어 배출하고 있고, 한화 이글스가 적극적인 영입 대신 내부육성으로 방향을 돌려 쏠쏠한 효과를 거두면서 FA시장은 더욱 썰렁해진 분위기다.

이 같은 현상은 FA제도 자체를 뜯어고쳐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일부 ‘대어급’ 선수들만 입이 떡 벌어지는 돈을 챙겨가고, 나머지 선수들은 찬밥신세를 면치 못하는 상황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FA영입에 따른 구단들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현재 A구단이 B구단 소속 FA선수와 계약할 경우, A구단은 B구단에게 해당 선수 연봉의 3배 또는 연봉의 2배+보호선수 외 보상선수 1명을 내줘야 한다. 대어급 선수야 그렇다 쳐도, 준척급 또는 그 이하의 선수의 경우 부담이 지나치게 크다. 해당 선수가 나름대로 필요한 구단이 실제 영입에 나서지 못하게 만드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지난해 일부 구단은 보상 부담을 줄인 ‘사인 앤 트레이드’ 방식을 적용하기도 했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는 FA등급제가 꼽힌다. 아울러 FA상한액 도입 필요성도 꾸준히 제기된다. 중요한 것은 어떤 방안이든 변화가 시급하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혀 좀처럼 진전이 없다.

합리적인 FA제도는 선수와 구단에겐 기회를, 팬들에겐 또 다른 재미를 제공한다. 언제까지 과거에만 얽매여있을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상황에 맞춰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