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뉴 감독이 떠난 이후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포그바. /뉴시스·AP
무리뉴 감독이 떠난 이후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포그바. /뉴시스·AP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폴 포그바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구단 역사상 가장 많은 돈을 지불하고 영입한 선수다. 2년 전인 2016년 여름, 8,900만 파운드의 이적료를 발생시키며 유벤투스에서 맨유로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한화로 약 1,300억원에 이르는 이적료는 당시 기준으로 축구 역사상 가장 높은 것이었다. 특히 포그바는 과거 맨유 소속이었다가 별다른 기회를 잡지 못한 채 자유계약으로 떠난 전력이 있어 이러한 이적은 더욱 큰 주목을 받았다. 그렇게 포그바는 새로운 역사와 스토리를 쓰며 맨유에 합류했다.

같은 시기, 맨유는 조세 무리뉴를 감독으로 선임했다. 과거 첼시 감독을 맡아 맨유의 아성에 도전하고, 우승컵까지 빼앗아갔던 그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모셔온 것이다. 무리뉴는 알렉스 퍼거슨 은퇴 이후 흔들리던 맨유를 다시 제 궤도에 올려줄 ‘스페셜 원’으로 기대를 모았다.

이처럼 맨유 재건의 사명을 안고 한솥밥을 먹게 된 포그바와 무리뉴. 하지만 이들은 그 사명을 함께 완성하지 못했고, 이별은 아름답지 않았다. 무리뉴는 올 시즌 극심한 성적 부진과 잇단 잡음으로 끝내 해를 넘기지 못한 채 맨유를 떠났다. 그리고 그 중심엔 포그바가 있었다. 포그바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경기력으로 맨유 부진의 ‘원흉’이 됐고, 무리뉴 감독과의 갈등설도 끊이지 않았다. 무리뉴 경질이 발표된 날 그가 SNS에 올린 묘한 표정의 사진은 둘의 관계가 파국이었음을 짐작하고도 남게 했다.

그런데 포그바가 달라졌다. 정확히 무리뉴가 떠난 직후, 다시 예전의 포그바로 돌아왔다. 무리뉴가 떠난 후 첫 경기였던 카디프전에서 어시스트 2개를 기록하며 5대1 대승을 이끌더니 이어진 허더즈필드, 본머스전에서는 두 경기 연속 멀티골을 기록했다. 덕분에 맨유는 무리뉴 경질 이후 세 경기에서 3연승을 달리게 됐고, 내용적으로도 압도적인 경기를 선사했다.

의도적인 태업을 의심하기 충분한 상황이지만, 진실은 포그바만 알 것이다. 어쨌든 포그바가 여전히 세계적인 수준의 선수라는 점은 확실하게 확인됐다. 아울러 포그바와 무리뉴의 갈등에서 포그바가 승자로 남게 됐다. 물론 ‘현재까지’다.

무리뉴 없는 포그바는 맨유 재건의 사명을 완성할 수 있을까. 아니면 그 역시 무리뉴의 뒤를 따라 씁쓸하게 맨유를 떠나게 될까. 그가 써내려갈 또 다른 스토리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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