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권리 행사를 1년 미뤘던 이용규. 하지만 아직까지 계약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 /뉴시스
FA 권리 행사를 1년 미뤘던 이용규. 하지만 아직까지 계약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배트에 공을 맞추는 능력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이용규. 그는 ‘용규놀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대단한 집념과 열정을 앞세워 투수를 곤혹스럽게 만드는 선수다. 또한 수염을 기른 외모에서부터 알 수 있는 남자다운 성격으로 유명하다.

2017년 시즌을 마친 뒤 그가 선택한 길은 이용규의 이러한 면모를 다시 확인시켜줬다. 첫 FA 자격취득 당시 4년 총액 67억원의 좋은 대우로 한화 이글스 유니폼을 입은 바 있었던 그는 당시 두 번째 FA 자격을 얻었다.

하지만 이용규는 자신의 FA 권리를 행사하지 않기로 했다. 상당히 이례적이고 파격적인 선택이었다. 특히 수십억원에 이르는 돈이 걸린 아주 현실적인 문제였다.

이용규가 FA 권리를 행사하지 않은 이유는 간단했다. 부상과 부진이 겹치면서 2017년을 최악의 한해로 보냈기 때문이다. 이름값만 놓고 보면 충분히 좋은 계약을 기대해볼 수 있었지만, 그는 구단 및 팬과의 ‘의리’를 먼저 생각했다. 자기 자신에게 무척 냉정한 결정이기도 했다. 이용규는 자신의 실력을 제대로 보여준 뒤 평가받겠다고 했다.

물론 이를 달리 해석하는 시각도 있었다. 당시 FA시장엔 대어급·준척급 외야수들이 동시에 쏟아져 나왔다. 미국에서 돌아온 김현수를 비롯해 손아섭, 민병헌 등이 FA 자격을 취득했다. 베테랑 김주찬, 이종욱, 정의윤, 이대형 등도 FA 권리를 행사했다. 또한 외야수 외 포지션에도 황재균이나 강민호 같은 대형 선수들이 이름을 올렸다. 나이도 비교적 많고, 2017년 성적이 최악이었던 이용규에겐 상대적으로 저평가 받을 수 있는 시장 상황이었다.

일각에선 이용규가 이러한 상황을 따져 치밀한 계산 아래 내린 선택이란 해석이 제기됐다. 1년 뒤 FA시장엔 외야수가 극히 드물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이용규 입장에선 1년을 기다린 뒤 더 좋은 성적을 내고, 더 좋은 시장 상황에 나서는 것이 훨씬 나은 선택이었다.

그리고 1년여가 지나 다시 FA시장이 열렸다. 이용규의 선택이 평가받을 시간이 된 것이다. 2017년 57경기 출장, 타율 0.263에 그쳤던 이용규는 2018년 134경기에 출장, 타율 0.293으로 제몫을 해냈다. 또한 베테랑으로서 팀의 가을야구 진출에 공헌했다.

하지만 이용규는 해를 넘겨 한참이 지나도록 계약 소식을 전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보다 더 차갑게 식은 FA시장 열기에 직격탄을 맞은 모양새다. 한화 이글스는 물론 다른 구단들도 이용규와의 계약에 뜨뜻미지근한 반응이다.

지난해 좋은 성적과 함께 ‘육성’으로 기조를 바꾼 한화 이글스는 외부 FA는 물론 내부 FA를 잡는 데에도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다른 구단들도 마찬가지다. 적잖은 자금 및 보상금 또는 보상선수의 부담을 안고 FA 영입에 나서는 것을 꺼리고 있다. 이는 비단 이용규에게만 해당하는 현상이 아니다. FA 자격을 취득한 15명 중 9명이 아직 계약을 하지 못했고, 진척도 더딘 것으로 전해진다.

물론 이용규가 이대로 야구인생을 마칠 가능성은 극히 적다. 결국 한화 이글스에 남을 가능성이 높아 보이고, 사인 앤 트레이드 정도의 이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용규의 선택은 과연 어떤 결과로 마침표를 찍게 될까.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